14일 개봉작…영화 ‘행복의 나라’ 라운드 인터뷰서
“권력자는 계획적이고 치밀하고 내밀한 사람”

추창민 감독. 사진=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추창민 감독. 사진=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추창민(58) 감독이 영화 ‘행복의 나라’에서 극 중 전상두 역이 꼭 전두환으로만 치환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나름의 부탁을 전했다. 야만의 권력자인 그가 타 영화에서는 다소 희화화된 바 있다고 소신도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추 감독과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1979년 10월 26일, 상관인 중앙정보부장 김영일유성주 분의 지시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한국 역사상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현재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

추 감독은 사건보다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만약 특정 사건을 다루고 싶었다면 10.26이나 12.12를 전면에 내세웠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배우 유재명이 그려 낸 전상두에 관해 “전두환이라는 인물이 아닌, 그 야만의 시대의 권력자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가 생각하는 권력자의 모습은 자기 속내를 함부로 노출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계획적이고, 치밀하며, 내밀한 사람. 그래서 그가 가진 욕망은 개인적 장소에서만 드러난다고 봤고, 그게 바로 영화 후반부 골프장신Scene이 만들어진 계기죠. 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군인 정신을 내세우지만, 반대로 프라이빗한 공간에서는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길 바랐거든요.” 

추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 전두혁서현우 분과 ‘서울의 봄’ 전두광황정민 분을 두고 둘 다 그 해석이 성에 차지 않았다고 이유를 직접 열거했다. 그는 “‘남산의 부장들’의 경우는 저렇게 희화화되는 순간 그의 진짜 사악함 또한 같이 희화화된다고 봤다”며 “그렇게 보이기보다 진실되고 진짜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전두광 역시 너무 한곳에 치우친 인물인 것이 불만이었단다. 평소 김성수 감독과 친분이 있던 추 감독은 이 영화와 ‘서울의 봄’이 서로 같은 소재를 다루는 점을 고민한 건 맞지만 분명 다른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봄’ 전두광은 본인 야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사람이죠. 그렇지만 한쪽에만 몰아치는 게 불만이었어요. 저는 아니라고 봤거든요.” 추 감독은 “머리도 좋고, 자상하고, 섬세하고, 그런 다양성을 가져야지만 더 진짜처럼 보였지 않겠냐”는 말로 다시 한번 ‘진짜’를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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