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솔루션 회사에서 시작해 게임 직접 개발
기후 회복력 소재의 ‘사우스 폴 비밥’ 선봬

권혜연 센티언스 대표. 사진=채승혁 기자
권혜연 센티언스 대표. 사진=채승혁 기자

“게임을 개발한 건 저희가 고객 입장이 돼보자는 이유에서였어요. 이렇게 게임을 제작하면서 내부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저희가 판매하는 솔루션 제품에 옮기고, 또 이를 차기작에 활용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고 싶어요. ‘포트나이트’ 같은 좋은 게임을 만들고 언리얼 엔진도 공급하는 에픽게임즈 같은 회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23일 독일 ‘게임스컴(Gamescom)’ 현장에서 만난 권혜연 센티언스 대표는 이 같은 담대한 포부를 밝혔다. 2015년 설립된 센티언스는 그간 AI 기반 솔루션을 선보여오다 최근 턴제 전략 게임 ‘사우스 폴 비밥(South Pole Bebop)’을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방식으로 출시했다.

‘사우스 폴 비밥’의 특징은 ‘기후 회복력’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게임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이 게임은 이상 기후로 황폐해진 남극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동물 원정대의 치열한 전투를 담고 있다. 권 대표는 기후 위기로 펭귄 4만마리가 떼죽음하며 황폐해진 남극에 대한 기사를 접한 후,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영감을 얻어 게임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는 “과학자·환경 기구 등 게임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소재와 관점을 녹여 특별한 스토리를 구현해냈다”라면서 “다소 교육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오히려 게임의 재미를 더하는 기회로 활용해 유저가 즐겁게 플레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기후 위기를 떠올리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게임의 시스템은 권 대표가 평소 즐기던 ‘인투 더 브리치(Into the Breach)’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게임스컴 2024’ 인디 아레나 내 동료 개발자들이 ‘사우스 폴 비밥’을 시연해 보고 있다. 사진=채승혁 기자 
‘게임스컴 2024’ 인디 아레나 내 동료 개발자들이 ‘사우스 폴 비밥’을 시연해 보고 있다. 사진=채승혁 기자 

센티언스가 전 세계 최대 게임 행사인 게임스컴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권 대표는 “저희 게임 위시리스트(찜하기) 대부분이 북미랑 유럽에서 발생했다. 그렇다보니 저희가 이쪽 유저분들을 직접 만나러 오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렇게 와보니까 정말 많은 분들이 재밌게 즐겨주셔서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게임스컴 내 개발자 콘퍼런스인 ‘데브컴(Devcom)’의 연사로도 선정돼 연단에 섰다. 그는 게임에서도 기후 회복력 등 참신한 소재를 활용할 수 있음을 알리고, 이를 게임 디자인이나 메커니즘에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방법을 개발자들에게 소개했다.

“우리가 더 성장하려면 직접 게임을 개발해서 고객이 돼봐야 한다”는 권 대표는 “게임도 계속 개발하고 솔루션도 공급하는 에픽게임즈와 같은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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