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지난달 20일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불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를 했지만 소환의 형식이나 방식에서 검찰은 신뢰를 잃었다. 이 총장은 지난 5월 김 여사 소환 여부에 대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것을 늘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소환 조사는 예외와 특혜와 성역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 문재인 정권 때 도이치 사건 수사에 대해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고, 아직 지휘권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총장에게 김 여사 소환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한 서울중앙지검의 이유이다.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이 총장이 김 여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고 수사팀을 꾸리라는 지시가 있고 난 이후 서울지검의 수사라인에 대한 교체가 있었고 당시에도 이 총장에게 사전 협의가 없었다. 이른바 검찰총장 패싱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윤 대통령 탄핵 명분을 축적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밀어붙일 태세다. 탄핵 청문회의 위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야당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에서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다는 전제로 탄핵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대통령 본인이 직접 연관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의 국정 동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여권의 지금까지의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구체화될 수 있다. 야당이 탄핵과 특검을 카드로 활용하면서 여당을 압박하는 것은 여권의 행태나 태도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동훈 체제 이후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바뀐다거나, 향후 당정 관계가 기존의 수직적인 관계를 벗어나 집권당이 대통령실에 대해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한다면 야당의 탄핵과 특검 카드 등, 여권에 대한 압박의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첫 걸림돌이었던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의 거취 문제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했지만, 친윤의 역습 가능성은 상존한다. 한 대표는 밖으로는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 내부적으로는 발톱을 숨기고 있는 친윤 세력 사이에서 리더십을 확립해야 한다. 민주당의 법안 단독 처리와 특검, 탄핵 등 거의 무차별에 가까운 야당의 공세를 원외대표의 한계를 안고 극복하지 않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친윤의 반발이 구체화할 수 있다.

정 전 의장 교체문제로 시험대에 섰던 한 대표의 다음 난제는 채 상병 특검법 문제가 될 것이다. 전당대회 이후 이 문제에 대해 장동혁 최고위원, 신임 정책위의장으로 내정된 김상훈 의원들의 말에서 숨 고르기 하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한 대표 역시, ‘입장 변화는 없다’고 하면서도, 당내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원론적 말에서 채 상병 특검에 대한 전당대회 때의 ‘수정발의’가 가능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원칙론을 강조하는 검찰총장이 배제의 대상이라면, 여당 한 대표와 대통령실의 관계 역시 ‘건강하고 생산적인’ 관계로 바뀔 수 없다. 대선 승리 후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몰아냈고, 지난해 3월의 전당대회에서는 안철수, 나경원 등의 여권의 중진들을 배제했다. 지난 총선 기간에는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종용하기도 했고, 정 의장의 버티기 와중에 정진석 비서실장은 한 대표에게 정 전 의장의 유임을 권유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대표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당정 관계의 향배는 어떨지는 여권 생존의 주요 변수다. 김 여사 의혹 사건에 대해 현직 검찰총장을 패싱하는 정도, 압도적 지지로 선출된 당 대표를 패싱하는 검찰, 이러한 정황들을 고려한다면 용산 대통령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더욱 합리적이다.

한동훈과 이원석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들이다. 그래서 법무장관과 비대위원장, 검찰총장에 발탁됐다. 그런데 이들이 원칙론을 얘기하면 대통령실이 바로 배타적 태도로 돌변한다면 정치는 누구를 보고 한다는 것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코드가 맞는 자들끼리 세력을 형성하고 이를 권력 쟁취와 투쟁 등의 기본 동력으로 삼는 행위이다. 그러나 이에는 최소한의 명분과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유명한 말처럼 정치에 왕도는 없다. 그러나 지금의 여권은 왜 같은 시기 역대 대통령에 비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 없다.

친윤의 핵심들이 그들의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현안에 대처한다면 대통령 탄핵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탄핵의 요건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지만 이에 에너지를 부여하는 건 민심이며, 탄핵은 지극히 정치적 행위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최근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정당지지도가 높게 나온 여론조사가 있지만 이는 본질일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한국 정치의 뇌관으로 언제 어떠한 양상으로 소용돌이칠지 모르지만, 이에 못지않게 김 여사 역시 여야 격돌과 윤석열 정부의 지지 여부에 중요 변수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여권의 각성이 필요하다.

여권의 변화는 한동훈 체제가 채 상병 특검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의 문제와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 한동훈 체제가 야당과 협력하여 ‘채 상병 제3자 특검’을 합의해 낸다면 여권의 돌파구가 열린다. 한 대표가 무한반복의 정쟁을 끊을 단호함과 결기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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