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CB 전환물량 96만9903주 대부분 장내매도
이달 13CB 전환청구기간 도래...매도 대기물량 겹겹이

엔켐 주가가 전환사채(CB) 투자자들의 연이은 차익실현에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달 일부 매도물량 출회로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잔여 사채물량이 전환청구돼 추가적인 주가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엔켐은 큰 폭의 조정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CB발행 당시 대비 높은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CB 투자자들의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상황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엔켐은 이날 전일대비 2.86% 하락한 22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 13회차 CB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서 투심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엔켐 주가는 앞서 12회차 CB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장내매도로 큰폭의 하락을 겪은 바 있다. 지난달 3일 전환청구된 12회차 CB 물량은 같은달 1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권면총액 1100억원 중 660억원이 보통주 전환됐으며 96만9903주가 발생했다.

실제 해당 전환물량 대부분이 짧은 기간 내에 장내매도 된 것으로 나타났다. 엔켐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엔켐 12회차 CB의 재무적투자자(FI)들은 지난달 신주상장 이래 이달 1일까지 총전환규모 96만9903주 중 86만6794주를 장내매도했다. 합자회사(PEF)로 구성됐으며, 업무집행조합원(GP)는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이다.

엔켐 주가는 12회차 CB의 전환청구권 행사시점부터 투심 악화가 반영되며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전환청구일(지난달 3일) 회사 주가는 29만5000원이었으며 신주상장일(지난달 19일) 소폭 내린 27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장내매도가 본격화되면서 같은달 26일에는 주가가 21만원5500원까지 하락했다.

문제는 여전히 잠재적 매도대기 물량이 막대한 규모로 겹겹이 쌓여있다는 점이다. 11회차 CB의 경우 권면총액 315억원 중 195억원이 전환청구됐으며, 120억원의 미전환 물량이 남아있다. 12회차 CB는 1100억원 중 660억원이 전환돼 대부분의 물량이 실제 장내매도 됐으나 미전환물량이 440억원이나 남아있다.

여기에 13회차 CB투자자들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권면 500억원 규모로 발행된 13회차 CB는 발행 1년후 전환청구권 행사가능 시기(이달 7일)가 도래하자마자 276억원 규모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신주상장 예정일은 오는 24일이다.

13회차 CB의 전환가액은 7만711원이다. 이달 종가 22만500원을 기준으로 매도를 가정할시 원금의 3배에 달하는 규모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무려 200%를 상회하는 수익률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엔켐 주가가 올해초부터 급격히 오름세를 보이며 기존 CB투자자들이 잭팟을 터뜨린 상황”이라며 “그러나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엑시트를 시작하면서 더 이상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고, 막대한 규모의 장내매도 대기물량을 소화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