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제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벽두부터 여야의 대치가 가파르다. 총선거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이 있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집권측의 국정 로드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과 야권은 5개의 특검법을 발의했다. 여당 역시 김정숙 여사 특검을 거론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의 적대는, 22대 국회에서는 단순한 대결 정치를 뛰어넘는 생존게임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여야 영수’의 사법리스크가 정치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6월 7일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중형 판결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되고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윤 대통령 역시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치가 표류하고 극단의 대치만 깊어가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야당은 다수결로 밀어붙이고 여당은 변화와 쇄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정치는 갈 길을 잃었다. 다수결은 합의에 실패할 때 부득이 동원하는 하수의 정치다. 합의의 정치를 지향하지 못한다면 이미 정치는 설 땅을 잃는다. 압도적 의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합의의 정치를 할 여유가 없다. 입법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정당답지 않게 쫓기듯이 당헌·당규를 바꾸고 법 만능주의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수직적 당정 관계의 오류를 벗어나지 못하는 여당은 여전히 친윤, 비윤 타령에 아무런 절박함도 반성도 성찰도 없다.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 앵무새처럼 ‘검찰과 공수처 수사 이후에 특검 여부를 결정하자’는 말만 반복한다.

민주당은 이 대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방어하는 ‘방탄의 정치’에 기인하는 구조적 퇴행들이다. 지금의 정치는 좋은 정치, 나쁜 정치의 구분이 의미가 없는 비정상적 정치다. 정치가 제 궤도를 잃었다. 정치가 실종된 게 아니라 여야가 정치를 포기한 것이다. 굴곡진 지금의 정치가 제 궤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우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고 정치현안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상당 기간 불가능한 얘기다.

한국 정치의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버린 이 대표 사법문제가 여야 정치의 현안에서 벗어나는 길은 법원의 신속한 재판뿐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느려질수록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은 증가하게 된다. 정치가 사법에 의해서 운명이 결정되는 ‘정치의 사법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법부도 사명을 느껴야 한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의식한 각종 형사사건 관련 법 개정 시도를 멈춰야 한다. 대북송금특검, 검찰수사 조작방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표적수사 금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피의사실 공표금지법 등 검찰과 법원을 압박하는 법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를 의식한 법안들이라는 말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검찰의 과도한 압수수색, 의도를 가진 수사 등 검찰이 비판받을 점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 대표 혐의가 모두 조작되고 허위로 날조됐다고 보는 것도 무리한 주장이다.

검찰과 야당의 주장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대북송금사건에 대해 민주당은 ‘이 대표가 이화영 전 부지사와 대북송금에 관하여 상의한 바도 없고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며, 검찰과 여권이 이 대표라는 정적을 제거하기 위하여 조작하고 있다’고 본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북송금에 대해 승인하고 인지했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은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알지 못한다. 정치는 상대에 대한 살기를 드러내면서 무한대치를 일상화하고 있다. 치킨게임이 되어 버린 정치에서 민생을 돌볼 공간은 애당초 존재할 수 없다.

정치가 제 궤도에 들어서야 비로소 정치의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궤도를 이탈한 정치를 복구하려면 여야의 사법문제가 해소되어야 한다. ‘사법’에 발목 잡힌 ‘정치’가 정상화되기 위하여 법원은 최대한 판결을 앞당겨야 한다. 또다시 대선 후보의 유무죄에 대한 베일을 벗지 못하고 선거에 임하면 정치는 왜곡되고, 선거는 교란될 것이다. 여권도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공격할 명분이 생길 것이다. 정치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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