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모 “유령의사 앞세워 보험금 지급 거절” 주장
DB손해보험 “거짓 주장…담당 주치의 소견 요구” 반박

DB손해보험 실손의료비 부지급 피해자모임(디피모)가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DB손해보험 본사 앞에 노란색 삼베 옷을 입고 모였다. 사진=신수정 기자
DB손해보험 실손의료비 부지급 피해자모임(디피모)가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DB손해보험 본사 앞에 노란색 삼베 옷을 입고 모였다. 사진=신수정 기자

“1년여 전에도 제3자 의료자문을 강요해 보험금 지급거절(부지급) 수단으로 악용했다. 단순 강요를 넘어 유령의사(보험약관상 비전문가 의료인)까지 앞세워 의료자문을 강제하고 있다.” 

DB손해보험(DB손보)이 1년여 만에 또다시 ‘의료자문’을 강요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의료자문 주체를 두고 피해자들과 DB손보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3일 ‘DB손해보험 실손의료비 부지급 피해자모임(디피모)’는 파이낸셜투데이와 만나“(DB손보 측이 보험금 지급 거절 배경으로 삼은)의료자문 주체가 유령의사”라고 주장했다.

디피모는 이어 “유령의사 의료자문 행태가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적용 체계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보험사의 유령의사 의료자문 악용을 규탄하고 즉각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디피모’는 DB손보로부터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보험계약자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2022년 9월 처음 결성됐으며, 대부분 회원은 위암, 림프암, 유방암을 겪는 암환자다. 이들은 본병원에서 항암 치료와 수술을 받고 요양병원에 입원해 후속 치료를 이어갔다.

그런데 DB손보는 이들에게 의료자문을 권유,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심사 ‘보류 또는 지체’를 이유로 보상을 미뤘다. 

디피모는 2022년 10~11월 집회에서 DB손보의 의료자문 강요와 보험금 지급거절 수단 악용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당시 디피모는 DB손보 본사 직원들과 면담에서 ‘의료자문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협상을 끌어냈지만, DB손보가 협상 후 일주일 뒤 갑자기 의료자문을 통해서만 보험금 지급심사를 진행하겠단 방침을 통보해 구설에 올랐다.

이에 DB손보는 “보험금 지급 검토 과정의 근거 자료로 필요해 동의를 구한 것이며, 강압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 디피모 “보험사 자문료 받는 유령의사” vs DB손보 “제3자 아닌 진료 주치의”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심사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환자의 주치의가 아닌 다른 전문의사에게 제3자의 관점으로 지급 사유 해당 여부를 가리는 임의적 자문 절차다. 

DB손보는 금융위원회가 규정한 의료자문(보험약관상 전문인인 의료인의 의견을 참고하는 절차)이 아닌, 금융감독원이 별도로 기준으로 삼은 의료자문(보험약관상 비전문가인 전문의사의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절차)에 따라 보험금 지급심사에 대한 내부 규정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디피모 측은 “DB손보가 이를 근거로 디피모 회원 주치의가 내린 진료 내용을 부정하고, 보험사로부터 ‘자문료’라는 돈을 받는 의사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디피모에 따르면 DB손보는 암환자에게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 심사를 보류한다는 안내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의료자문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보험금 지급 지연으로 이어져 치료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 환자가 이를 두려워해 의료자문에 동의하면 요양병원의 입원 치료가 필요 없는 환자로 분류돼, 이를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를 입증하는 증거로 쓴다”는 게 디피모 측 설명이다. 

DB손보는 이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DB손보 관계자는 “제3의 의료자문이 아니라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는 담당 주치의의 소견을 가입자에게 요청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 관계자는 “(DB손보는)의료 자문도 아니고 주치의 소견만 있으면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해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주치의 소견도 안 받겠다고 거절한 상황”이라며 “암 환자들은 주치의 소견을 받으면 특별히 입원 치료가 필요 없다는 소견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기에 (소견을) 안 받으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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