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국민의힘이 13일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역과 청·장년을 아우르고 원·내외 균형도 맞추면서 7인 체제로 출범했다. 하지만 친윤(친윤석열)계 인사가 대거 포진돼 비판의 소지를 남겼다.

황 위원장은 첫 비대위 회의에서 “당을 조속히 정상화해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당원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새 당 대표를 선출해 국민께 보이겠다”고 밝혔다.

비대위 앞에 놓인 최대 현안은 전당 대회 시기와 전대 규칙(룰) 개정이다. 당초 전대 개최 시점은 6월말이나 7월초가 유력했지만, 황 위원장은 “차분히 논의하고 필요한 결정을 해나갈 것”이라며 한달가량 연기를 시사했다. 전대 룰 개정 여부와 당내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고려해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친윤계 의원들이 조기 전대를 미룰수록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총선 패배 책임론이 옅어지고, 한 전 위원장 등판에 힘을 실어주려는 명백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행 전대 룰에 따르면, ‘당원 100%’로 당 대표를 뽑는다.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계가 주도해 기존 ‘당원 70% 대 민심 30%’를 현행 ‘당원 투표 100%’로 개정했다. 그러나, 4·10 총선 참패 후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당원 100% 룰로 당 대표를 뽑으면 우리만의 잔치가 된다”며 “최소 5(당심) 대 5(민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외 조직위원장 160명은 전대 룰을 “‘여론조사 50%·당원투표 50%’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룰 개정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는 한 비대위원은 “당원이 80만명 수준인데 당원 1000명 뽑고, 일반 국민 1000명 뽑아서 같이 대표를 선출하면 일반 여론조사가 과다 대표 되는 것”이라며 “여론조사 반영이 합리적인지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여하튼 비윤계는 민심 반영 확대를, 친윤계는 현행 룰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전대 개최 시점과 경선 룰 변경 여부는 총선 참패이후 국민의힘 변화 여부를 가늠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 ‘전대 출마 불가피론’과 ‘조기 등판 시기상조론’이 대립 중이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이 도서관에서 독서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고, 원희룡 전 장관과도 회동을 가졌다. 이를 두고 한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친윤계는 ‘총선 참패 책임자의 지도부 복귀는 부적절하다’며 ‘한동훈 당권설’을 공개 비판했지만 최근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친윤 이철규 의원은 “공직에 나가든 당직에 출마를 하든 그것은 오롯이 본인 선택에 달렸다. 본인이 판단할 문제지 왜 제3자가 나가지 말라고 압박을 하느냐”고 했다. 친윤의 이런 기류 변화는 한 전 위원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더 큰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왔다. 뉴시스·에이스리서치 조사(5월 8~9일)에서 국민의힘 대표로 누가 적합하냐는 질문에 유승민 전 의원 28%, 한동훈 전 위원장 26%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나경원 당선인 9%, 안철수 의원과 원희룡 전 장관이 각 7%를 기록했다.

그런데, 일반 유권자와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큰 차이를 드러냈다. 자신을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힌 34% 응답자의 후보별 적합도 결과를 보면, 한 전 위원장이 48%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다음으로 원희룡 전 장관(13%), 나경원 당선인(11%), 유승민 전 의원(9%), 안철수 의원(6%) 순이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40%의 지지를 받아 한동훈 전 위원장(16%), 안철수 의원(7%), 나경원 당선인(5%)을 크게 앞섰다.

4·10 총선 당시 험지에 출마했던 30·40대 인사들이 주축이 된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는 14일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10여 년간 치열한 노선 투쟁을 외면했고, 새로운 인재 양성에도 실패했다”며 “국민과 동떨어진 낡은 집단으로 쪼그라들며 총선에서 참패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에서 벗어나 보수 재건과 당혁신을 위해선 이번 당 대표 전당대회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이 국민의 관심과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최소한 다음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어떤 형태든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 기존 ‘100% 당원 투표’ 룰을 개정해 많은 주자들이 전대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비대위는 민심을 50% 반영하든 30%를 반영하든 조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만, 2014년부터 실시하고 역선택 방지 조항은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맞춰 한동훈 전 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의 결심을 빨리 밝혀야 한다.

둘째, 전당대회 시기는 가급적 빠른 것이 좋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년 차 지지율이 24%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선출된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형 비대위 체제를 빨리 종식해 변화와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당 대표 경선에 긴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 전당대회(8월)보다 빠른 7월중에 당 대표를 뽑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당권 주자들은 보수 재건과 당 혁신을 위한 미래지향적 비전을 갖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거에 대한 비판보다는 미래를 위한 구상을 밝혀야 한다. “누구는 반윤의 우두머리, 국정 운영의 적”이라고 비판하는 수구적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그것보다는 수직적 당정 관계는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민생 경제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청년세대와 서민 계층의 지지를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야당과의 협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저출생 및 기후 변화 등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놓고 치열하게 그리고 생산적으로 경쟁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모두가 승자가 되는 경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 기존 당헌·당규에 당권 대권 분리 조항이 있어 대통령 선거에 나갈 사람은 1년 6개월 전에 당 대표를 그만둬야 한다. 이 조항을 안 바꾸면 2027년 대선에 나갈 국민의힘 당 대표는 내년 9월쯤에는 그만둬야 한다. 이것이 특정 인물의 전대 출마에 변수가 된다면 민주당과 같이 당권 대권 분리 조항을 대선 1년 전으로 개정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 하다.

보수 계열 정당은 2016년(새누리당), 2020년(미래통합당), 2024 총선(국민의힘)에서 세 번 연속 패배했고,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궤멸적인 참패를 당했다. 이제 한국 정치 지형이 진보 정당이 주도하는 ‘범야권의 시대’에 돌입했다. 보수 정당은 비주류로 전락했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누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든 진열을 재정비해 무너진 보수를 재건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뼈를 깎는 혁신과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처절한 참회를 해야 한다. 단언컨대, 참회 없는 보수는 오만이고, 혁신 없는 보수는 수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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