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액션 RPG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나 혼자만 레벨업’은 ‘세계 최약 헌터’라는 별명을 가진 최하급 헌터 ‘성진우’가 세계관 최강의 헌터가 되는 성장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전 세계 주요 웹툰 플랫폼에 유통된 ‘나혼자만 레벨업’의 누적 조회수는 143억뷰에 달하며, 올해 1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애니메이션도 각국 OTT 서비스에서 최상위 지표를 기록하는 등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이처럼 누구나 한 번씩은 봤다던 국가대표 IP(지식재산권) ‘나 혼자만 레벨업’을 기자는 후술할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접하지 못했다. 웹툰과 웹소설은 물론 OTT를 즐겨보는 편이 아닐뿐더러, 그나마 있는 여가시간 대부분을 게임에 쓰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기에 넷마블의 신작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초반부를 플레이하면서 ‘원작 구현을 얼마나 잘했냐’에 대해 평가하긴 어려웠다. 다만 왜 ‘나 혼자만 레벨업’ 원작이 이토록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의 서사는 흡입력이 매우 높았다.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면서 단 하나의 장면도 놓치지 않고 봤을 정도. 공들인 티가 나는 하이퀄리티의 3D 컷신들은 몰입도를 한층 더해줬다.
“정말 고스란히 잘 가져왔네”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구현해놓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후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웹툰을 읽다 보니 개발진이 신경 쓴 디테일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이는 기존 ‘나혼렙’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였을 터.
게임의 액션성도 빼어났다. 물론 자동 플레이가 있긴 하지만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사실상 수동 플레이가 필수적이다. 모바일로 플레이할 때는 세밀한 컨트롤이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손맛은 모바일보다 PC에서 키보드·마우스로 할 때가 훨씬 좋았다.
탁월한 액션 구현의 배경엔 적의 공격을 피하는 ‘극한회피’와 회피 이후 후속타인 ‘그림자 밟기’ 등 풍부한 조작 시스템들이 있다. ‘QTE(퀵타입이벤트)’ 스킬과 전략적인 ‘태그’ 시스템 등은 과거 넷마블넥서스에서 개발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일부 연상케했다.
비즈니스 모델(BM)은 어떨까.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기본적으로 싱글 플레이를 지향한다. 과금을 많이 한다고 한들,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스테이지를 밀 수 있다’ 정도의 장점만 있기에 과금 유도성이 PvP(유저 간 대결) 중심의 여타 게임들보다는 떨어졌다.
인게임에서 서브 스토리, 도전과제, 업적, 이벤트 등 다양한 경로로 많은 재화를 제공하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덕분에 과금을 하지 않는 유저들도 초중반부 적잖은 캐릭터와 장비들을 뽑을 수 있다.
다만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패스·구독 상품들과 패키지들은 체감상 부담으로 다가온다. 중소과금 유저 입장에서 어떤 걸 사야 할지 선택조차하기도 힘들었고, 선호도에 따라 향후 일부 상품들의 개편 및 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직접 플레이해 본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원작을 빼고도 잘 만든 게임, 그리고 원작이 있기에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 게임이었다.
원작을 안본 게이머들은 ‘나혼렙’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고, 원작 마니아들은 게임이 주는 경쟁의 스트레스 없이 본인만의 페이스대로 즐겨나갈 수 있는 구조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싱글 플레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2020년 출시 후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원신’의 성공 방정식이 곳곳에서 연상됐다. ‘원신’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원작이 있는 IP라는 것이다. 내러티브 차원에서 원작의 후광을 받는 동시에 신선함에서는 다소간 약점이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방치형 시스템을 갖고 있다. 가능한 많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후 시간을 들여 재화를 모으고, 다시 다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어렵사리 확인한 콘텐츠들이 원작과 비교해 특별하지 않다면, 굳이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게임을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는 셈이다.
결국 게임에서만 줄 수 있는 새로운 재미가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에 있어 론칭 기준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크게 흠잡을 점이 없다. 무엇보다 ‘액션 손맛’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고,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캐릭터와 3D 컷신 등 차별점들이 존재한다. 관건은 이 같은 새로움이 계속 더해져야만 하는데, 이미 6개월 분량의 스토리를 준비해두었다고 하니 향후 업데이트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