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 ‘기생수: 더 그레이’ 정수인 役으로 인지도 역전
“아직 일이 우선이고 기쁨…현장에 통달한 배우 되고파”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컷, 배우 전소니. 사진=넷플릭스 그래픽=김영재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컷, 배우 전소니. 사진=넷플릭스 그래픽=김영재

《인터뷰》

“그래서 어디에 출연했다는 거야?” “작년에 ‘소울메이트’란 영화에 나왔고, 그 전에 ‘악질경찰’도 재밌게 봤어.” “다른 작품은 없어?” “TV 드라마도 몇 편 출연했고, ‘죄 많은 소녀’라는 독립 영화도 있는데⋯. 모르지?” 어떻게든 그를 소개하려다가 그만 여기서 대화를 그쳤다.

그러니까 전소니(33)는 이런 배우‘였’다. 무명은 벗었지만, 남에게 그를 소개하려면 중언부언 말이 길어지고 마는 아직 못다 핀 꽃봉오리. 그러나 올해 드디어 그 망울에 봄날이 도래했다. 2주 연속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른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를 통해서다. 한국을 비롯한 총 84개 국가에서 10위 안에 든 이 드라마는, 특히 공개 2주 차 때는 ‘삼체’를 누르고 영어 부문까지 전체 1위를 달성했다. 넷플릭스코리아가 올린 모처럼의 개가다.

“유학 간 친구라든지, 해외에 사는 친구의 친구라든지, 지금 해외 반응이 어떤지를 고맙게도 그분들께 전해 들었어요. 순위는 볼 수 있어도 거기 분위기까진 모를 수밖에 없는데, ‘여기 사람들이 참 좋아해’ 같은 반응을 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 점이 신기했고, 또 기뻤죠.”

‘인간을 숙주로 삼는 기생 생물’이 화제였던 만화 ‘기생수’가 원작인 본작은 ‘만약 그 이야기가 지금 일어난다면?’에서 출발, 부제인 ‘더 그레이’팀이 그 해충을 구제驅除하는 내용을 다룬다.

이 중 전소니는 후에 ‘하이디’로 명명되는 기생 생물이 미처 뇌를 못 빼앗고, 얼굴 반쪽에 공존하는 정수인 역을 맡았다. ‘현실에 없는 이야기인데도 진심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그는 그 둘의 차이가 없고 실제로는 똑같다는 것을 배웠다며, 이 작을 그에게 도전의 의미를 일깨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지레 겁먹은 것도 있었어요. 중간에 하이디 밑그림을 보긴 했지만, 과연 이게 내 얼굴에 붙고 난 다음을 연기하려니 무엇이 맞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을 너무 걱정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기도 싫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비주얼은 VFX시각특수효과 전문가분들과 감독님을 의심하지 않고, 결과물도 걱정하지 않았다”며 “대신 나로 가능한 부분만큼은 더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수인은 살아가는 거에 의욕이 없고, 그렇지만 그 생을 놓을 정도의 의욕 역시 없는 사람이에요. ‘하루하루 살아 있으니까 산다’ 정도죠. 그런 의욕 없고 애착 없는 인물이 이런 사건을 겪음으로써 다시 생의 의욕을 가진다는 게 참신하다고 봤어요. 하이디를 만나고 강우구교환 분를 만남으로써 오랜만에 ‘내 편’의 존재를 느끼고, 삶의 의욕도 도로 피어오른 셈이죠.”

극 중 수인은 스스로를 ‘누구한테도 사랑받지 못하는 끔찍한 인간’이라고 자조하고, 하이디에게도 “그냥 죽게 놔두지 그랬어!”를 외치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사람에게 수없이 상처받고, 다시 그 사람에 먼저 손 내밀 줄 아는 박애의 인간이기도 하다. 사람이 그립고, 사람 속에서 살고 싶어 하는 애잔한 존재. 2014년 단편 ‘사진’으로 데뷔하고 이후 ‘여자들’2017 ‘죄 많은 소녀’2018 ‘악질경찰’2019 등 장편에도 출연하며 기대주로 떠올랐던 그에게, 이같은 존재가 유독 잘 어울린다고 평하니 반갑고 감사한 말이라며 강조인 “너무”를 거듭 반복한다.

“가식 빼고 드리는 대답인데, 저는 저를 두고 어떤 상상을 하든 그 그림이 그저 반가워요. 뭐가 됐건 진짜 잘 그려 주고 싶은 마음뿐이지 ‘그거 말고 이걸 더 보셨으면 좋겠는데’가 없어요. 데뷔가 이른 편이 아니거든요. 작품과 캐릭터에 늘 배가 고팠고, 지금의 이 모든 게 얼마나 쉽지 않은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먼저 재단할 게 아니란 걸 자연히 깨달은 거죠.”

이런 신체 강탈자가 한 몸에 동거하게 될 경우 이조차 그렇게 순응할 거냐고 묻자 “난 어쩔 수 있는 거에만 최선을 다하는 편”이라며 맞다고 대답했다. 배우가 되고 난 다음도 마찬가지. 전에 없던 역할도, 세간의 반응도, 기생 생물의 침투도 우선 ‘순응’하고 보는 전소니는, 더러 특별하기도 한 이 배우의 삶에 순응하는 것의 경우 이로 인해 체념하는 것은 아직 없다며, 일이 제일 우선이고 성취감도 얻는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 지시를 빨리 알아채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며 “제대로 알아듣고, 나로써 상대 배우도 같이 움직일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저희끼리도 기생 생물끼리 싸울 때 그 모습이 꼭 ‘상모돌리기’ 같다고 불렀죠. 연상호 사단에 또 참여하고 싶냐고요? 물론 어떤 이야기인지부터 봐야겠지만, 감독님이랑 일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에요. 촬영이 끝나고 ‘이 시간이 그리워지겠네’ 싶었죠. 그러니 또 하고 싶어요. 그 감정이 일이 다 끝나고 드는 감정이라는 게 이게 진심이라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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