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22대 총선이 9일 앞이다. 현재의 판세는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 우위를 바탕으로 우세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선거 결과가 어찌 됐든 이러한 선거를 과연 4년마다 치러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 수밖에 없는 선거다.

대의민주주의는 정당정치를 기본으로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선거라는 기제를 거치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원론적이지만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사회의 지향점을 발견해 내고 지난 정치에 대한 심판과 평가를 통하여 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합의점을 마련해 나가야 하는 게 선거다. 따라서 정권평가와 미래지향적 투표가 집단지성에 의해 어느 지점에선가 타협하면서 나타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숱한 정치공학과 이슈의 부침에 의해 선거국면은 요동치고 이 자체가 정치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게 또한 민주주의의 정치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에 긍정과 부정의 요소들이 교차하게 마련이고, 권력정치의 공간에서 상식을 넘는 발언과 행태가 난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인들이 상식과 보편의 정도를 넘고 선거가 국민의 새로운 지향을 모색하고 노출된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이 아니라, ‘정치’라는 가면을 쓰고 개인의 사적 출세 욕구를 충족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정치는 국민에게 짐을 지우고 진영을 강화해서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

첫째, 제도적 측면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탈을 쓴 해괴한 정당의 모습이 4년 전에 출현했지만, 정치권은 이를 제거하기 커녕 한술 더 뜨고 있다. 위성정당도 모자라 준위성정당이 새로 등장했다. 이러한 제도가 아니고는 도저히 원내에 진출할 수 없는 정당과 개인들의 원내 진출이 확실시되고 있다. 비례대표의 취지는 대표되지 않은 소수, 즉 과소대표되는 계층과 약자의 원내진출을 통하여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고자 하는 것일 거다. 그러나 지금의 비례대표제는 여야가 합작하여 연동형 비례제를 형해화시키는 위성정당을 통하여 자신의 세력과 자파세력을 진출시키는 통로로 전락했다. 이러한 비례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둘째, 공천제도의 문제다. 민주당의 공천파동이 극심했지만 국민의힘 역시 크게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시스템 공천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공천은 우선추천, 전략공천, 단수 추천, 경선 등의 생소한 이름으로 후보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면서 시스템 공천을 무색케 했다. 결국은 거대정당은 물론 군소정당들도 당 대표와 주류의 입맛에 따라 재단되는 퇴행적 모습을 연출했다. 이러한 공천제도가 존속하는 한 정치는 줄서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천은 선거의 거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아예 잘못된 후보가 공천되면 유권자들이 선택하는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원천적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정치개혁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경제와 민생 관련 현안들도 이슈화하지 않았다. 또한 여권 핵심은 이종섭 대사의 문제에 국민일반이 갖는 보편적 인식에 반응하지 않았다.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정권의 강변은 핵심 보수 지지층이 아니고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리다. 이 대사 문제가 선거 막판 변수가 되면서 선거의 주요 이슈가 가려지면서 조국혁신당 등 강경 세력에게 빌미를 주고 선거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대사가 결국 사퇴했지만, 너무 늦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 대사 건이 오히려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겠지만, 정권의 그릇된 판단으로 선거왜곡을 초래했다는 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결과는 일주일 후면 판가름 날 것이다. 아마 아무도 예측 못 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역대 선거를 보면 많은 예측과 관측이 여지없이 빗나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6년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새누리당의 패배로 결론 났고, 지난 2020년 선거 때도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선거결과가 어떻게 판가름 나든 이런 선거는 대의민주주의 핵심 기제로서 그 기능을 잃었다. 22대 국회는 21대 국회보다 훨씬 더 적대적인 증오와 혐오의 정치가 될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당장 선거제도와 공천제도를 손봐야 한다.

인재영입이라는 이름으로 급조된 인물이 각 당의 텃밭에 공천받아 배지를 다는 경우는 물론이고, 다른 직역의 사람이 입당하여 국회에서 상대를 질타하는 모습은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최소한 입당 후 4개월 이상 지난 사람을 공천하는 게 순리다. 22대 국회는 이런 일을 해 낼 수 있을까. 정치가 언제까지 이렇게 가야 하는가.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