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이낸셜투데이 인사이트 포럼’ 기조연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파이낸셜투데이 기자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지평 기자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파이낸셜투데이 기자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지평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도 되지 않는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지난해에는 0.72명의 출산율을 기록하며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의 늪에서 새로운 경제대책이 요구받고 있다. 특히 오는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6%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3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계속 증가해 2025년에는 20.6%, 2035년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생산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는 2025년에는 48.6명, 2050년에는 78.6명에 이를 예정이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대책을 묻고자 지난 11일 ‘미래학자’로 불리는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찾았다. 

홍 의원은 대우증권에서 미래설계연구소장, 부사장 등을 거쳐 미래에셋증권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정치에 입문해 21대 국회(세종갑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진출했고 민주당경제대변인, 원내부대표, 경제특보 등을 역임하며 경제통으로 불리고 있다. 2018년 쓴 <수축사회>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지난해 9월에는 <수축사회 2.0: 닫힌 세계와 생존게임>을 통해 한국 경제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 홍 의원은 오는 27일 파이낸셜투데이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는 ‘2024년 파이낸셜투데이 인사이트포럼’(FIF 2024)의 기조 연설에 나선다.

홍 의원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저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가는 ‘전환기’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지금은 ‘전환’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팽창사회에 대해 ‘지금보다 미래가 나은 사회’, ‘열심히만 하면 되던 사회’라고 쉽게 설명하면서 지금은 ‘수축사회’로 전환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변화’가 아니라 ‘전환’임을 강조했다.

홍 의원은 “지난 20년간 책 20권을 썼는데 그중 첫 저서에 저출산·고령화를 가장 많이 강조했다”며 “(책에) 20~30년이 지나면 설날에 세뱃돈 줄 애가 없어서 데리고 온 개한테 세뱃돈을 대신 줄 것이라고 썼다. 올해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의원은 "사회 리더들이 현재의 전환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포퓰리즘 정책만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너무 과거의 관성에 젖어서 산다. 시대가 달라진 걸 인정하는 게 먼저다. 다른 정치지도자들이 포퓰리즘을 하는데 옛날엔 그래도 됐다. 이젠 안 된다” 면서 “달라진 것은 인정을 안하려 하고, 자꾸 옛날에 좋았던 시절만 떠올린다. 바로 ‘꼰대병’이다. 우리가 지금 ‘꼰대공화국’이 된 것” 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 의원은 수축사회로의 전환기 임에도 희망을 내다봤다. 홍 의원은 “인류는 안 바뀐다고 하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AI 등 기술 발전이 많은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홍성국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저서에서 팽창사회와 수축사회를 말씀하셔서 이 부분을 묻고 싶었다.

팽창과 수축기 사이에는 베이비부머들이 있다. 현재의 베이비부머를 여러 기준으로 보는데 일류 문화사적으로 놓고 보면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현대의 베이비부머들이 매우 힘들고 어렵다. 물론 어떤 사람은 이미 수축사회에 살고 계신 분도 있고, 어떤 사람은 팽창사회에 사시는 분도 있다. 일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 중심 세대가 되는게 지금의 5060이라고 본다. 1~2차 베이비부머 1700만명들이 막 혼란스러운 것이다.

베이비부머가 커온 사회는 팽창사회였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좋을 것이다. 열심히 하면 사업 성공한다’, ‘뭐든지 사놓기만 하면 가격이 오른다’ 했다. 열심히만 하면 내가 투자해서 성공할 수 있고 열심히만 해도 성공할수 있는 사회였다. 새마을 운동에 들어가는 근면·성실·자족하면 다 되는 사회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해도 성공할 수 있는 게 극히 미미하다. 극히 미미해지니까 우리 사회의 여러 분들 중에 이 세대를 이끌어온 5060 세대들이 좌표를 잃었다. 일반적인 국민도 그렇고 사회 지도층도 똑같다.

어떤 사람은 50대인데 80년대를 그리워하면서 정책을 펴고 그 때로 가자고 한다. 윤석열 정부가 대체적으로 그런 스타일이다. 본인도 위기라는 걸 아는데 ‘왜 이러지, 뭐가 잘못됐어. 80년대·90년대로 가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 입장에서 직장 내에서 어려운 게 조직문화다. 아직도 옛날 조직문화인 회사가 많이 있고 지금도 주주를 무시한다. 오죽했으면 이번에 ‘한국 증시 밸류 업 정책이라고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이상 만들자’ 그런 정책도 나왔는데, 그게 사실 경영자에게 주는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다. ‘너 혼자 하면 안 된다’라는 것. 근데 자기 혼자 그냥 그렇게 산다. AI가 그런 분들을 빠르게 퇴출시킬 것이다.

▷ 팽창에서 수축으로 가는 과도기라고 말씀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중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과도기라고 썼는데 사실은 전환이라는 용어가 맞다. 그러니까 변화란 것은 중심축을 놓고 그 중심 축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는 것이다. 위로 벗어날 수도 있고, 아래로 벗어날 수도 있고 이런 경우 적절한 정책을 통해서 중심점에 수렴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전환이라고 하는 것은 이 사회 전체가 통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을 때를 전환이라고 한다. 3차원과 4차원의 차이만큼 차원의 길이가 넓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석유화학산업 같은 경우, 중동이 기름만 수출하다가 이제는 석유화학 제품으로 가공해서 팔기 시작했다. 한국이 석유화학 강국인데, 그럼 이 석유화학 강국은 할 일이 뭘까? 옛날에 유가 떨어져서 석유화학 가격이 떨어지면 그냥 구조조정하고 있다가 다시 올라가면 확장하고 그랬는데, 이제 이런 정책으로는 안 된다. 정밀 화학으로 회사 전체가 바뀌어야 되는 것이다. 

가솔린 차와 전기차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가솔린차를 잘 만드는 회사가 전기차도 잘 만들진 않는다. 테슬라가 그렇다. 근본적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생각을 원점으로 놓고 다시 대응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단순 팽창에서 수축하는 일방통행보다는 수축에서 팽창으로 언젠가 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다. 그건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전환’이기 때문이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 죽을 때까지, 오늘 태어난 아이가 100살을 살고 죽을 때 100년 후에 기후 위기가 해결될까? 우리가 이미 산업혁명부터 지금까지 쏟아낸 이산화탄소가 100년동안에 다 잡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변화는 자꾸 미세하게 진행된 거 아니냐. 올해 진해 군항제의 벚꽃이 빨리 피는 이유 중에 하나가 만약에 2차 세계대전 때 뿌려놨던 CO2가 영향을 줘서 그렇다고 하면, 시간 지연효과가 있다고 할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이거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을 전체를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보니까 미래 전쟁이 AI전쟁이라면서 AI가 중요하다 이런 얘기를 써놨는데, 맞다. 책에도 썼지만 앞으로 3차 세계대전은 1시간이면 끝난다.

이 세상의 중심축이 사라지고 각각들을 대응하다 보니 모두가 적응이 안되는 것이다. 적응이 안 됐을 때 사람의 행동은 뭔가 얘기해주면 광적으로 미치는 것이다. 이게 포퓰리즘이 등장할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이 된다.

어느 나라나 포퓰리즘이 지금 판치고 있는 거는 독일이든 스웨덴이든 마찬가지다. 독일을 봐라. 나치주의로 가자, 그때가 오히려 편했다. 그러지 않냐. 너무 똑같다.

그 다음에 종교 지도자들이 이상한 짓을 많이 해도 왜 신도들이 안 줄까. 마음이 중심이 안 잡히니까 그 사람한테 가면 본인들끼리 닫힌 세계에서 그냥 본인들 또 비슷하게 불안한 사람끼리 살아가니까 그렇다. 말은 종교라고 하고 사이비의 어떤 성향을 띤 사람들도 있다.

또 미국에도 주식 투자자들이 미국주식이라고 해서 투자자끼리 결합해서 공매도하는 세력을 집중 공략하는데, 자기네들끼리 결속률이 매우 높다. 그건 투자하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임하는 것이다. 근데 중심을 잃어버리게 되니까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많은 행동,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포퓰리즘이 가능한 환경이 되는 게 첫 번째다.

또 다른 한쪽에서 중심을 잃어버리면 서로 고립되려고 하고, 사회에서 떠나려고 한다. 이상 환자가 많아졌다. 한국의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이라고 하는데 우울증으로 병원 가는 사람은 10명중 1명 쯤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전환기라고 말씀하셨으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면 포퓰리즘 정책만 나오는 지금 상황에서 역대 정부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안 냈나?

21세기를 전환시대라고 한다. '21세기는 인류가 지속가능하지 않고 새로운 세대로 간다고 한다', 정도였다. '자본주의가 문제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했었는데 저는 좀 구체적으로 들어서, 누구를 탓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딴 나라하고 똑같다. 일본은 전환 시작한지 30년 됐는데 똑같다. 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너무 과거의 관성에 젖어서 산다. 시대가 달라진 걸 인정하는 게 먼저다. 다른 정치지도자들이 포퓰리즘을 하는데 옛날엔 그래도 됐다. 이젠 안 된다. 혁명적인 게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다 메시아를 찾는 것이다.

정부여당도 마찬가지다. '국가재정이 엄청 중요하다'며 종교수준으로 얘기를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17차례 민생토론에서 다 퍼주기정책을 말한다. 그런 퍼주기 정책을 진행하면 국가 재정이 나빠진다. 너무 뻔한다. 옛날 선거 때 다 그렇게 했다.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본인들은 순수하다. 달라진 것은 인정은 안하려고 하고, 자꾸 옛날에 좋았던 시절만 떠올린다. 바로 ‘꼰대병’이다. ‘꼰대공화국’이 된 거다.

두가지다. 조직 내에서 꼰대짓도 하지만,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꼰대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게 ‘과거형’이라는 얘기다. 꼰대의 가장 큰 특성은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이게 단절되는 거다. 자기 스스로 뇌가 단절돼 있는데 본인이 그걸 모른다. 과거에는 그렇게 살아도 됐다. 지금은 불가능하다. 

▷책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변화하는 담론을 얘기하시다가 수축사회에 대한 인식 전환을 말씀하셨다. 해법이 뭐라고 생각하시나.

해법은 후속 저서에 쓴다고 했지만, 한국의 경우는 어렵다. 이건 내가 이번 22대 총선에 불출마하는 명분이다. 쉬우면 아무나 다 한다.

역사상 최초의 변화라는 생각이다. 특정세대가 과거보다 살기 어려워진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 처음 있는 것이다. 짧게 보면 인지혁명이 만 3000년 전부터, 더 짧게 얘기하면 산업혁명, 1750년부터 한 300년 정도다. 지금 이렇게 이미 전환하고 있다. 저는 한 20년쯤 되고 있다고 본다.

제가 20년간 책 20권을 썼는데 첫 책에 저출산 고령화를 가장 강조를 많이 했다. 저는 디플레이션 쪽으로 해서 국가 재정 문제도 거기서 다 써놨는데 지금 와서 다 나타났다. 그때 저는 책에 “20~30년 지나면 설날에 세뱃돈 줄 애가 없어서 데리고 온 개한테 세뱃돈을 대신 줄 것이다”라고 써 놨다. 올해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 전략부터 어마어마하게 큰 설계도가 필요하다. 원칙도 정해야 한다.

이 체제 전환이라는 것이 중국이 망할 때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데, 예를 들어 1840년대 나왔던 사고 중 의화하지 않으면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왕정이 무너지고 하는데 거의 100년 이상 걸렸다. 아편전쟁이 1842년인가 그랬다. 그 당시에도 벌써 서구에서는 또 공산당 선언이 있었다. 그 비슷한 시기에 중국이 100년을 고민해서 전환을 했다. 중국인민공화국이 생긴 이래로 지금 한 70년이 됐다. 물론 성공여부는 모르겠다.

지금의 문제는 전환이라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환기에 맞는 설계도 등 이런 정책을 어떻게 얘기하나. 안 되고 있다.

현재의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으로는 우리 사회를 끌고갈 수 없다. 유튜버 이런 애들이 너무 작은 거 가지고 말한다. 우리 주식시장도 퇴보했다. 작전이 판치고 투자와 투기를 모은다.

▷주택시장의 수축은 왜 안 오나?

제일 늦게 올 것이다. 왜냐면 가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는 안 느는데 가구가 는다.

부모님들이 옛날 같으면 아들은 혼자살고 부모는 혼자사니까 과거 같으면 한 채가 필요했다. 지금은 그런 측면이 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주택을 사회적 위치를 과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본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 그중 서울, 서울 중에서도 강남에 살면 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가정 내에서 생활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기능을 갖춘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크다. 그 본질적으로 주택수급은 인구로 따지게 되면 맞췄지만 가구 수로 따지게 되면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도권 그 중에서도 서울이 그렇다. 이 부분은 또 국토균형발전하고도 연결이 된다.

지역은 미분양 빈집이 많고 땅이 많다. 수도권은 땅이 없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끝 무렵부터, 땅이 없어서 개발을 못하고 재개발로 전환이 됐다. 이미 10년 전부터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국토균형발전을 해서 지방도 발전시켜야 하는데, 투자가 너무 안 되고 있고 더 벌어지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정부여당이 국토균형발전이 아니라 서울 집중 정책을 집중적으로 펴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에 큰 요류가 될 것 같다.

▷몇년 전까지 영화를 보면 인류멸망, 국가멸망 주제가 성행했다. 팽창, 수축하면 끝은 멸망이라고 보나.

그렇지 않다. AI가 지금 당장 독이겠지만 이대로 발전하면 기술이 많은 것을 해결해 줄 것이다. 인류는 안바뀐다고 하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예를 들면 지금 우리가 생각해보면 ESG 나온지 10년이 넘었다. 그전에 SRI(사회책임투자) 운동이란 게 있었다. 이런 것들이 오면서 인류가 각성을 해야 될 텐데, 이런 제도는 무슨 식당에서 메뉴 바꾸듯이 순간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2050년 정도로 앞으로 한 30년 동안 진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때 되면 많이 완화될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무비판적으로 끌려가는 것이고 한국은 다이나믹하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진짜 승자가 되는 나라가 되지 않겠나. 중국도 이제 시작이다. 책에서 세계 각국을 다 분석해서 다 안 좋다고 써놨다. 다만, 한국이 겪는 모든 것들이 많은 나라에 영향을 줄 거다.

▷전환기에 맞는 공정성, 객관성 이런 담보되는 생각들을 먼저 가진다는 게 미래지향적인 해법의 일종이라는 것 인가? 

그렇다. 일단 사회 전체적으로 흘러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다 편을 가른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그게 제로섬적인 시각이다. ‘내가 뭘 더 갖기 위해 남의 것을 뺏어와야 된다. 딴 사람 제거해야 한다’는 제로섬 전투가 심화됐다. 모든 것이 전장이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한국사회가 옛날엔 항아리모양이었지만 아령모양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중간층이 없고 상위·하위만 많아지고 빈부격차도 크다. 중도는 시장도 적다. 

‘끼워 팔기’, ‘원가 이하 덤핑팔기’, ‘자사상품 판매’ 이런 것들을 규제해야 한다. 논쟁의 중심에서 네이버쇼핑 등 한국계 쇼핑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러나, 바꿔야 한다. 그래야 다 같이 산다. 사회 구조를 놓고 얘기해야 한다. 상위층에서 하는 해외여행은 한국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해외여행으로 30조원 쓴다. 내년엔 더 늘 것이다. 그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게 아니다. 한국소비가 싸지면 지마켓에 납품하다가, 더 저렴한 알리에서 들어오니까 중소기업이 망한다. 공정경제가 사라진다.

▷운동권 청산에 대해 할 얘기도 있으실 것 같다.

평창사회에서 한국은 닫혀있으면서 정치적 민주화를 중심으로 커왔다. 그런 점에서 ‘운동권 청산’은 웃기는 얘기다. 실제로, 586에서 운동권이 몇 퍼센트인지 보면 당시 대학 진학률은 30%였다. 그중에서 심리적으로는 동요했어도 운동권으로 가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또, 사회생활을 30~40년 한 사람이 30년 전에 운동권을 했었다고 다 퇴진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상호 의원이나 민주당의 많은 운동권 출신들은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그 사이에 국정운영을 해봤다. 어떤 때보면 일명 ‘보수 우파’보다 경제를 살리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즉, 운동권은 낙인효과다.

게다가 최근에 좌파 활동하는 사람은 그 세대와 다른, 자생적 세력이다. 좌파와 우파를 나누면, 일본에도 공산당 있고 유럽에도 다 있다. 이런 걸로 논쟁하는 게 유치하고 창피하다. 정권을 잡아서 정책을 해본 사람들을 민주화 운동에서 기여한 게 부끄러운 과거인가? 전혀 아니다.

▷열려라 국회 보니까 법안 발의가 84개다. 그 중 좀 통과되지 못해 아쉬운 법안이 있다면?

경제교육을 시키는데 경제교육의 주도권이 금융 쪽에 있다. 교육부에서 정규학과 과정으로 집어넣는 법안을 냈었는데, 교과 과정도 ‘제로섬’이다. 전체 수업시간을 늘리니까 이게 들어가면 딴 게 빠진다. 경제 이해력이 너무 떨어지고, 투자쪽은 투기와 도박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혼탁해진 건 경제교육을 못시켜서 그렇다.

여야 다 같이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원하지 않는다. 다른 과목도 중요하다고 한다. 일주일에 1시간씩 중·고등학교 때는 꼭 좀 시키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코딩, AI를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그 것보다는 경제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경제생활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어떻게 내가 돈을 모으고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경제와 경제 철학 등 함께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조금이라도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을 배웠다. 지금은 아예 없다. 경제가 어려울 때도 교육을 정규과정에서 시켰는데, 지금처럼 빈부격차가 심한데도 안 시키는 것은 사회 리더들이 방기하는 것이라고 본다.

▷불출마 아쉽지 않나?

별로 아쉽지 않다. 그동안 정치인으로 일하면서 못하는 게 너무 많았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정책을 발표했지만 다들 정쟁으로만 봤다. 지난 1년간 일주일에 한번씩 기자브리핑을 가지고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정책을 발표했는데 한번도 보도가 안 됐다. 그런데 예측한 것은 현실화 됐다. 세상을 보는 잣대는 틀리지 않았다.

그동안 의원으로 있으면서 법안을 만드는 법, 정책을 만드는 법 등을 알게 됐다. 이제 대안을 제시하며 재야에서 정책을 뒷받침하고 싶다.

- 홍성국 의원 프로필

▲제21대 더불어민주당 세종갑 국회의원

▲現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제특보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졸업 

▲대우증권 사장, 대우설계연구소장, 미래에셋대우 사장, 혜안리서치 대표 역임 

▲수축사회 2.0: 닫힌 세계와 생존 게임(2023), 수축사회; 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2018), 인재vs인재(2017), 세계가 일본된다; 일본의 창으로 본 세계의 미래(2014), 미래설계의 정석; 미래설계 사회경제학(2012), 글로벌 위기 이후(2008), 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2005) 등 다수 저서 발간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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