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요사이 여론의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정당은 단연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여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이유는 공천 잡음 때문이다.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우리는 흔히 ‘정치생명’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바로 그런 ‘생명’의 유지 여부가 결정되는 과정이 공천이기 때문이다. 그냥 앉아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끊어지는 것을 두고 볼 정치인들은 없다. 정치란 ‘투쟁의 연속’이기 때문에 투쟁에 자신이 있는 이들만이 정치를 하기 마련인데, 그런 ‘투쟁의 달인’들이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과 관련한 사안을 그냥 받아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천 잡음이 ‘정치의 속성’이라고 할지라도, 잡음이 분란으로 이어지면 곤란하다. 공천 잡음이 분란 수준으로 증폭될 경우, 이는 총선의 승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을 돌이켜 보면, 이런 측면을 잘 이해할 수 있다. 20대 총선을 불과 3주 정도 앞둔 시점이었던 2016년 3월 둘째 주 한국 갤럽 정례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였고,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지지율을 두 배 정도 앞서고 있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보면, 당시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를 생각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패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공천 파동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이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거론하며 당무를 기피하고 부산으로 가 버렸던, 이른바 ‘옥쇄 파동’ 때문에 민심이 요동쳤고, 그 결과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거 사례를 보면,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공천 때문에 시끄럽다. 민주당 공천 파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공천을 둘러싼 친명과 친문 사이의 계파 갈등이고, 다른 하나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공천에서의 ‘공정성’ 문제와 결부돼, 다른 의원들의 반발 이유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친명과 친문 사이에 벌어지는 공천 갈등을 보면, 이는 민주당의 주류 교체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계파가 전면 해체됐고, 이제서야 계파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는 큰 잡음이 일어나기 힘들다. 계파 간의 힘겨루기 양상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주류가 존재했던 정당에서 주류 교체가 발생할 경우, 공천 잡음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에서의 공천 갈등은 국민의힘보다 격렬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지적했던 사법 리스크와 관련된 공천의 ‘공정성’ 문제는, 이재명 대표도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데, 왜 자신만 공천에서 배제돼야 하는가 하는 반발로 요약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웅래 의원 케이스인데, 노웅래 의원이 “금품 관련 재판을 받는 것은 저 혼자가 아니다. 그런데 저 혼자만 전략 지역으로 한다는 것은 명백히 고무줄 잣대”라고 반발하는 것만 봐도,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즉, 이재명 대표는 다양한 사건 관련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는데, 왜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고, 자신은 공천에서 제외돼야 하는가 하는 논리인데, 당 지도부가 이런 주장을 논리적으로 받아치기란 쉽지 않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민주당의 공천 갈등은 증폭되고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바로 민주당이 야당이라는 점이다. 야당에는 대통령과 같이 실체적 권력을 가진 존재가 없다. 실체적 권력이 존재하는 여당의 경우, 권력의 존재감에 의해 불만을 가진 이들도 대놓고 반발하기 쉽지 않다. 또 여당이기 때문에 공천 탈락자들에게 ‘새로운 역할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쉽다. 그런데 야당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에서의 공천 탈락은 빈손으로 떠나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정치인은 거의 없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야당은 여당보다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시끄러운 공천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더라도, 이런 갈등을 수습할 능력이 민주당 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당 대표가 나서서, 동료 평가에서 0점을 받은 의원도 있다면서 웃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는, 지도부의 상황 파악 능력과 갈등 수습 능력 부재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혼란이 2주 이상 지속되고, 당 지도부가 이를 수습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여론은 민주당을 등질 수도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의 이미지가 유권자들의 뇌리 속에 부정적으로 각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이런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그 성공 여부는 총선 결과와도 직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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