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제 총선까지는 90여 일 남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돌발변수 등 각종 변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측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총선까지 발생할 수 있는 예상 가능한 변수는 무엇일지 예상해 볼 필요가 있다.

#1. 안보 이슈

국가정보원은 지난 12월 28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내년(2024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방안을 마련하라”고 김정은이 측근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2월 31일 조선중앙통신이 밝힌 바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연말에 진행된 전원회의 마지막 날인 12월 30일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라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런 발언과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분명 도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는 언급이다. 해당 언급은,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공격할 가능성이 더욱 커짐을 의미한다. 즉, 우리에 대한 핵 공격을 대비해, 미리 대내외 명분용으로 이런 ‘관계 정립’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런 북한 핵 위협의 강화는 여당에게 불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여권은 우리 자체의 ‘대응 능력’을 높이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 첫 단계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다. 한미원자력 협정은 지난 2015년 개정된 바 있다. 당시 개정을 통해서,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상용화 등의 대안을 모색하기로 한미 양국은 합의했지만, 이 문제는 아직 공동연구 단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농축의 경우도, 한미간의 협의를 거친다는 조건으로 20% 미만으로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서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획득했다. 이로써 일본이 지금까지 재처리를 통해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은 46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수준의 협정으로 개정해야, 우리의 폐연료봉 처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일의 경우“도 대비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자체 핵무장은 무리라고 하더라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국민들의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차제에 한미원자력 협정 재개정에 나설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북한 도발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도발이란 바로 사이버 침공을 의미한다. 넷플릭스의 미국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Leave the World Behind)」는, 사이버 테러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 사회와 국가가 얼마나 맥없이 무너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북한 역시 이런 측면을 우리의 가장 약한 고리로 볼 가능성이 크다. GPS를 교란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전파를 교란해 휴대전화를 먹통으로 만들며, 동시다발적인 디도스 공격을 통해 인터넷을 마비시켜 금융 대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을 ”완벽하게“ 대비하지 못할 경우, 국가적 차원의 대혼란이 발생해, 총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재래식 도발도 가능하다. 그런데, 핵실험 혹은 ICBM 시험 발사 등의 ‘간접적 방식’으로 위기 지수를 올리는 방식보다는, 국지 도발을 통해 위기 지수를 ‘직접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방식의 도발에 있어, 지난번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도발할 수 있는 가장 취약 지역이 어디인지를 미리 간파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런 재래식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총선 정국에 여권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2. 실언(失言)

정치권에서의 실언은, 미리 대비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는 해당 발언 당사자들의 ‘의식 수준’과 ‘공감 능력’에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즉, 당 지도부와 출마자 전체를 대상으로 ‘의식 수준 향상 교육’을 하거나 ‘공감 능력 향상 교육’을 한다고 해서, 해당 인사들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언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재빨리 수습하는 당 차원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합리적 대응이 될 것이다. 즉,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의 근원이 되는 인사를 가장 빠른 시간에 일벌백계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는 말이다. 만일 대응 시기를 놓칠 경우, 총선에서 반드시 패배하게 될 것이다.

#3. 신당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신당의 성공 여부는 총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인데, 이들 신당의 성공 여부는, 거대 양당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즉, 거대 양당이 자신들의 변하려는 노력을 어느 정도 보여줄 것인가에 따라, 이들 신당의 성공 여부는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이낙연 신당이 이준석 신당보다는 성공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신당들의 성공 여부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포인트는 선거제도 변화 가능성이다. 선거제도가 연동형으로 갈 경우, 신당의 파급력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피습 사건으로 야권발 신당 창당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는 타이밍이라고 할 때, 이 부분은 분명 이낙연 신당이나 원칙과 상식 의원들에게는 일정 부분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4.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관련된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제기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해당 이슈들은 아직도 ‘진행형’인 이슈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슈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이 대표의 피격으로 일정 부분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반면, 김건희 여사 문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차이가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런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할 것인가 하는 부분인데, 만일 동조할 경우,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물론, 한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도 어둡게 만들 확률이 높다.

#5. 대통령과 야당의 지지율

TV조선과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1일 발표한 여론조사(12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8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내일이 총선이라면 국민의힘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33%, 민주당을 선택하겠다는 응답 역시 33%였다.

또한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응답은 60%, 거대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응답은 45%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36%였다. 과거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1월의 여론조사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20년 1월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당시에는 정권 안정을 위해 여당이 이겨야 한다는 응답이 12%p 앞섰고, 정당 지지율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당시 자유한국당을 거의 두 배 앞서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비교하면, 현재 정당 지지율 면에서는 국민의힘이 과거보다는 훨씬 유리하지만, 정권 심판론이 우세하다는 측면에서는 여당이 불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지지율의 경우, 2020년 1월 둘째 주, 대통령 지지율은 47%였지만, 지금은 36%에 머물고 있다는 것 역시 여당에게 불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결국 21대 총선과 비교할 때, 여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매우 어려움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주목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분명 낮은 상태에서 박스권에 머물러있는데, 야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측면이다. 이점은 여당이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즉,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이 희박할 경우, 여당은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대통령과 당의 분리 전략으로 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선거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합리적 선택을 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한동훈 위원장의 결심과 대통령이 이를 용인하는 결단을 내릴지에 달려 있다.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은 총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을 들며,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주장을 펴지만, 박 전 대통령 피격 당시 정치 환경과 현재의 정치 환경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시는 지금만큼 정치적 양극화가 진행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즉, 현재와 같이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피습을 진영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피격 사건의 총선에 대한 영향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변수 없는 선거는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예상할 수 있는 변수는 충분히 대응 준비를 해야 한다. 각 정당은 이런 준비에 어느 수준에서 만전을 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들의 준비 여부와 수준에 따라 총선 결과는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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