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요사이 김포 문제가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르자, 의문의 1패를 당한 사람이 있다. 바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다.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 시장에 대한 ‘대사면’ 논란으로 주목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김포시의 서울 편입 문제로, 혁신위가 여론의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인요한 위원장은, ‘3선 초과 동일 지역구 연임 금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과거 민주당 혁신위에서도 언급됐던 문제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제안들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단 이른바 ‘징계 취소’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첫째, 정당도 조직인데, ‘조직의 논리’ 차원에서 보면, 징계 취소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징계 취소라는 용어는, 징계를 한 것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조직은, 징계할 당시에 충분히 제반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데, 일단 징계를 해놓고 그 이후 이를 취소하면, 조직의 영(令)이 서지 않게 된다. 조직을 이끌려면 ‘결정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켜야 하는데, 이렇듯 취소하면 그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셈이 된다는 뜻이다.

둘째, 이렇듯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면서까지 징계를 취소했건만, 정작 징계 취소 당사자들은 당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조직으로서의 정당에 대한 신뢰만 훼손했을 뿐, 본래의 목적이었던 통합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꺼내 들은 ‘3선 초과 동일 지역구 연임 금지’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첫 번째 문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어떤 지역구에 출마하든, 이는 본인이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특정 조직이 제도로 제한할 수는 없다. 둘째, 이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점도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른다. 유권자의 자결권 행사에 의해 성립되는 제도가 바로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3선 이상의 후보가 특정 지역에 계속 출마하는 것을 제한한다면, 이는 국민의 자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꼴이 된다. 즉, 특정 지역에서 3선을 하든, 4선 이상을 하든 그것은 유권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문제이지, 특정 정당이 이를 금지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다선 의원의 동일지역 출마를 인위적으로 금지한다는 것은, 헌법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유권자의 자기 결정권을 현격히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외국에도 이런 것을 명문화한 법률은 없다. 물론 명분은 정치 신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일 수 있다. 정치에서의 인적 교체를 통해 정치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한번 따져봐야 한다. 정치 신인이 대거 국회에 진출하면 우리 정치가 정말 달라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뜻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정치 신인이 국회에 입성한 비율은 60%가 넘었었다. 그렇다면 지난 17대 국회는 우리 정치 발전의 획기적인 한 획을 그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17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를 보더라도, 초선 의원의 비율이 높아도 우리나라 정치는 뒷걸음질 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 물갈이를 위한 동일지역 3선 금지라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언급이 나온 배경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파악하는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유권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정치 신인을 대거 등장시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의 기본 정신에 위배될 수 있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공당(公黨)에 있어, 헌법 정신을 지키는 것은 첫 번째 임무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혁신위의 다른 주장은 공감할 수 있다. 특히 국회의원들 세비를 줄이자는 것은 여론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절대 액수로만 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월급 수준이 세계 최고는 아니지만, 국민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과도하게 높기 때문에, 이의 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적 판단이지만, 국회의원 월급은 현재의 절반만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온갖 특권도 폐지해야 한다. 불체포 특권도 마찬가지다. 불체포 특권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해당 특권이 거의 사문화된 조항이 됐다. 즉, 우리나라와 같이 불체포 특권을 놓고, 가결파를 색출하는 일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기 중 영장이 청구되면, 관례로 가결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해당 특권을 완전히 폐지하려면 개헌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도 이런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국회의원 수를 10% 감축하자는 혁신안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지만, 여론의 전폭적인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정치 공학적으로 현명한 전략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여당은 계속 관심을 끌 만한 이슈를 생산해 내고 있다. 선거 전략적으로 야당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전략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22대 총선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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