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제20대 국회의원

이상돈 제20대 국회의원
이상돈 제20대 국회의원

20대 국회 초에 있었던 일이다. 2016년 총선에선 국민의당이 38석을 차지했고 양당 중 어느 당도 과반수 의석을 하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체제였고 원내대표는 박지원 의원이었고 나는 최고위원이었다. 당시 원내 수석부대표가 지금 전북 지사를 하고 있는 김관영이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국회 개원하자마자 부지런하게 법안을 만들어 낸다. 그게 대단한 업적인 줄 알기 때문이다. 의원총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김관영이 연단에 올라와서 자기가 새만금 카지노 특별법안을 만들었다면서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회의를 끝냈다. 그게 과연 당론인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당 소속 의원실을 찾아다니면서 서명을 받았다. 나는 물론 그 허접한 카지노 법안에 서명을 하지 않고 문전박대해 보내버렸다. 나 외에도 김성식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두세 명이 법안 서명을 거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유권자들은 ‘새정치’와 ‘제3당 정치혁명’을 하라고 국민의당을 지지해 주었지 겨우 카지노 법안 같은 것을 내라고 지지한 것은 아닌데, 한심한 일이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강원도에서 발끈해서 안철수 대표에게 공식 입장을 밝히라고 하는 등 역풍이 불었다. 대선을 앞두고 이런 논란이 일자 박지원 원내대표가 새만금에 카지노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혀서 새만금 카지노 당론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새만금 매립사업은 1987년 대선을 앞두고 노태우가 전북 표를 얻기 위해 내어놓은 공약인데, 처음부터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 1970년대까지는 우리는 쌀이 부족했지만 1980년대 들어서 농업진흥청이 수확도 좋고 맛도 좋은 쌀 품종을 개발한 효과가 나타나서 쌀이 남아돌아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쌀 시장 개방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만든 서산 간척지나 새만금 간척지는 농지로서의 가치를 상실해 버렸다.

원래 새만금 계획은 지금보다 훨씬 컸었는데, 그나마 김대중 정부 들어와서 규모를 줄인 것이 지금의 새만금이다. 또한 간척으로 생긴 호수 수질이 나빠서 큰 문제가 됐다. 경제성도 없고 환경성은 더 나쁜 사업이 된 꼴이었다. 그 문제를 두고 2000년 전후까지 굉장히 시끄러웠다. 나는 당시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새만금에 대해서도 사설을 몇 차례 썼다. 조선일보는 다시는 이런 바보 같은 일은 하지 말자는 논조였다.

조선일보는 사설은 물론이고 새만금 사업을 비판하는 좋은 기사를 많이 내보내서 새만금 사업이 근본적으로 잘못됐음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 기사를 기획하고 만들어 낸 환경전문기자가 한삼희이다. (지금은 4대강 사업을 옹호하는 이상한 기사를 쓰고 있는 바로 그 한삼희이다)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그것이 황당한 헛소리임은 누구나 알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새만금 같은 바다 매립이 바보짓임을 널리 알게 된 계기는 MBC-TV가 1994년에 만들어서 내보낸 <갯벌은 살아 있다>라는 도큐먼트다. 공영방송만이 만들 수 있는 불후의 명작(名作)이라고 할 만했다. 서울에서 자란 나는 갯벌이 갖는 의미 같은 것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러다가 미국에서 환경법을 공부하면서 젖은 땅(Wet land)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더구나 내가 공부한 루이지애나는 미시시피강이 흘러오다가 거대한 삼각주 지형을 이루면서 수없이 많은 물줄기로 나뉘어서 멕시코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곳이다.

사이프러스라는 물 밑 땅으로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가 무성한 루이지애나 늪지는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로 생태계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 덕분에 새우는 물론이고 그 지역 특산물인 크로피시(Crawfish)라고 불리는 가제가 많이 나온다. 늪 생태계에 힘입어서 지속 가능한 소규모 어업이 활발한 것이다. 흙먼지 풀풀 날리면서 국민 세금이나 들이마시는 매립지와는 크게 비교가 된다. <참고 : ‘이상돈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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