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마이바흐에도 세계 13위 중국 기업 배터리
한국 매출 8조 육박, 벤츠의 세계 4번째 시장
잦은 법규 위반으로 과징금·과태료 1위의 불명예

사진=한종해 기자
사진=한종해 기자

인천 청라 아파트의 벤츠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벤츠의 ‘한국 무시’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1억원이 넘는 사고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가 품질을 믿을 수 없는 중국 배터리 회사 제품이라는 사실에 ‘이건 아닌데’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파보니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벤츠가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에 유독 중국산 배터리가 많이 장착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구나 벤츠 차량 가운데 2억원이 넘어 가장 비싸다는 소리를 듣는 마이바흐조차도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벤츠는 우리나라의 자동차관리법이나 환경인증 등을 위반해 가장 많은 과징금·과태료를 부과받았다는 사실이 소환되면서 벤츠의 한국 홀대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벤츠, 한국 판매 차량에 중국 배터리 장착 비율 상대적으로 높아

한 언론사 조사에 따르면 벤츠가 우리나라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는 모두 7종인데 이 가운데 1개만 빼고 나머지 6종에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고 한다. 비율로 따져서 85.7%에 달한다. 그런데 벤츠가 유럽시장에서 판매하는 전기차를 보면 15개 전기차종 가운데 절반이 넘는 8개 차종에 한국과 일본산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에 유독 중국 배터리를 많이 채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뿐 아니다. 벤츠는 배터리와 관련해 세계 1위인 중국의 CATL 배터리를 장착했다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 배터리 업체 중에서도 신뢰도가 떨어지는 기업의 배터리를 함께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고급차량에 신뢰도 떨어지는 중국 배터리 장착은 상식 밖

물론 중국 배터리라고 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인산철(LFP) 배터리의 경우 오히려 중국의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LFP 배터리는 안정성이 높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가 짧아 고급차종에는 장착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급차종에는 우리 배터리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삼원계 (NCM) 배터리를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NCM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길고 순간 출력이 강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있어서 고도의 제조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는 전기차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고급차종에는 한국산이나 일본 파나소닉의 NCM 배터리를 사용하거나 적어도 세계 1위 업체인 중국의 CATL 제품을 사용하는 게 관례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벤츠는 마치 CATL 배터리를 장착한 것처럼 홍보해 놓고는 실제로는 신뢰도가 훨씬 떨어지는 파라시스의 제품을 장착해서 한국에서 판매해 온 것이다.

◆ 벤츠, 수입차 1위 불구 과징금·과태료도 압도적 1위

벤츠는 2016년 이후 2022년까지 수입차 판매시장에서 줄곧 1위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8년 만에 BMW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한국에서의 매출액은 무려 7조9375억원에 달했다. 벤츠에게 한국 시장은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그럼에도 배터리 하나만 보더라도 ‘한국 홀대’ ‘한국 무시’ 이외에 무슨 설명이 가능할지 의아하다.

벤츠의 ‘한국 무시’는 작년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됐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차량을 판매하는 국내·외 업체를 통틀어 과징금과 과태료를 가장 많이 낸 업체가 벤츠인 것으로 드러났다.

벤츠는 2018년 이후 5년 9개월 동안 ‘안전기준 부적합 차량 판매’ ‘시정조치, 경제적 보상 계획 미보고’ 등 자동차 관리법 위반으로 59차례 적발돼 276억700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물었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과징금·과태료 처분을 받은 BMW의 20건 153억원에 거의 두배 가까운 수준이다.

그뿐 아니다. 벤츠는 같은 기간 환경인증과 품질관리 규제를 위반해 722억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나타나 이 부문에서도 역시 1위를 차지했다.

◆ 벤츠 회장, 한국 전기차 산업에 역할 약속했지만…

벤츠의 셸레니우스 회장은 작년 8월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벤츠 회장이 우리나라를 찾은 것은 10년 만이었다. 셸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기자 회견을 갖고 한국의 부품 기업과 이미 탄탄한 협력 관계에 있다면서 한국 전기차 산업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인터넷에서 벤츠를 검색하면 ‘배신’, ‘거짓’, ‘과장’, ‘두 얼굴’이라는 제목들이 줄줄이 나온다. 벤츠에게 한국은 정녕 ‘호갱’에 불과한 것인가? 이 말은 우리 소비자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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