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었는데도 정당 지지율은 외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크게 앞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 7월 4주(23-25일) 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35%)가 민주당(27%)보다 오차 범위를 벗어나 8%p 앞섰다. 전국지표조사(NBS, 7월 22~24일)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2주 전에 비해 6%p 오른 36%였고, 민주당은 2%p 하락한 25%였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11%p로 크게 벌어졌다.

리얼미터 조사(8월 1~29일) 결과, 국민의힘 38.5%, 더불어민주당 36.3%였다. 더구나, 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지역별 경선이 치러지고 있는데도 컨벤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투표율마저 저조하다. 민주당 광주·전남 지역 순회 경선 온라인 권리당원 투표율은 지난 4일 각각 25.3%와 23.2%를 기록했다. 3일 열린 전북 지역 경선 순회에선 20.3%로 더 낮았다. 이는 참여율이 가장 높았던 대구·경북 지역 경선(52.2%)보다 절반 이상 낮은 수준이다. 민주당의 전체 누적 투표율은 26.5%로 낮은 수준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D. Nachmias와 C. Nachmia는 사회 과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믿을 만한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고, 이런 축적된 지식을 통해 경험적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목적은 “왜(why)”라는 질문에 일반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한다.

사회 과학자가 어떤 주어진 사건이나 행동을 설명할 때 이런 것들이 일어나는 것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과거 요인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경험적인 분석을 요구한다. 최근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다수의 폭정에 따른 반감과 피로감이 쌓이면서 민주당이 고전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무소불위의 힘을 절제 없이 마구 휘두르는 세력에 대해 혐오하고 저항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이것이 민주당 지지율 하락과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두 달 만에 탄핵안 7건, 특검법 9건, 쟁점 법안 7건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6월 이미 두 차례 탄핵 카드를 꺼내 들어 방통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야기했던 민주당은 방통위원장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헌정사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 등을 수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검사 탄핵안이 통과되면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나 재판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법방해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회를 이재명 재판 지연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취임 이틀 만에 탄핵했다. ‘전 국민 25만원 지급안(민생회복지원금법)’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13조원 현금살포법’이라고 비난했다. 이밖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라며 반발한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 결국 폐기될 법안을 두고 ‘여당 필리버스터→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재표결’이 되풀이될 전망이다.

선진 의회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나라에선 의회에서 법을 제정할 때 지키려고 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헌법 준수 여부다. 제정하려는 법이 헌법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면 중지한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입법부가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상 삼권분립에 위배된다. 대통령실은 “법률을 통해서 행정부에 예산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헌법상 탄핵 소추는 직무 집행 중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하는데 방통위원장 취임 이틀 만에 탄핵하는 것은 유례없는 폭거다. 민주당이 소속 의원(170명) 전원 서명으로 법률상 명시적 규정도 없는 방통위 직무대행에 대해 '탄핵'을 시도한 것도 위헌적이다. 검사 탄핵에 대해 대검찰청은 “근거 없는 탄핵 사유로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을 무너뜨리는 탄핵 절차가 추진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둘째, 법안이 가져올 기대 효과에 대한 평가다. 법안의 방향이 아무리 좋아도 기대했던 효과가 나올 가능성이 없으면 추진하면 안 된다. 과연 일회성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으로 내수가 활성화되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반대로 물가를 자극해 민생 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셋째, 예산 확보 문제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시행하려면 12조~18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올해 세수 펑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법안을 처리한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입법이다. 정부로서는 이 같은 포퓰리즘 법안들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런 요소들을 면밀히 검토해서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입법 권력을 장악한 거대 야당이 ‘입법 강행-거부권 행사’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민주당에 대한 피로감은 누적될 것이고 결국 민심 이반이 고착화될 것이다.

지난 6일 민주당 의원 84명이 참여하는 공부 모임인 ‘경제는 민주당’이 출범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경제 정당’ ‘수권 정당’의 면모를 부각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이재명 전 대표는 최근 ‘먹사니즘(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해결)’ 화두를 던졌다. 그는 이 모임의 서면 축사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국민 삶을 살리는 유능한 수권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진정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이미 폐기된 법안들을 줄줄이 재소환하고 탄핵 폭주를 하는 무한 정쟁을 접어야 한다. 좋은 정치와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정치력을 발휘해 야당을 설득해 경제·민생 살리기를 위한 협치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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