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시사회…14일 개봉
유재명 “영화를 영화로 못 보는 힘든 경험 해”

배우 유재명(왼쪽부터), 추창민 감독, 배우 조정석. 사진=연합뉴스
배우 유재명(왼쪽부터), 추창민 감독, 배우 조정석. 사진=연합뉴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며칠 전 우연히 들은 라디오 오프닝 멘트인데요. ‘영화는 다시 찾아볼 수 있지만 사람은 다시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이었죠.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이선균이라는 배우를 다시 찾아볼 수 있겠더라고요. 그게 배우인 우리들의 행복일 겁니다.”

배우 유재명은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시사회에서 “보는 내내 영화를 오롯이 영화 그 자체로만 볼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그와 함께했던 시간이 계속해 겹치고 그로 인해 (마음이) 힘들어지는 경험을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지난해 사망한 고 이선균의 유작이기도 하다. 조정석은 “배우 셋이 큰형, 작은형, 막내 느낌으로 삼형제처럼 지냈던 현장”이라며 “이선균 배우님은 연기할 때는 뜨겁고, 반대로 그 연기가 끝나고는 그 누구보다 따뜻했던 분이었다. 내게는 그 따뜻한 기억만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박태주의 모티브는 실존 인물 박흥주 대령이다. 정인후 역시 당시 박 대령을 변호한 태윤기 변호사에서 비롯됐다.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 사이 그 틈을 메우는 팩션Faction물이며, 거시적 사건보다 그에 휘말린 한 개인의 풍랑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이 둘과의 차이점. 추창민 감독은 “10.26과 12.12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찾다 자연스럽게 도출된 인물이 박흥주 대령이었다”면서 “중요한 것은 그분이 어떤 결과를 받았냐가 아닌, 인간으로서 훌륭한 분이었다는 사실이다. 좌우를 떠나 ‘참 군인이었고 인간적으로 훌륭했던 사람’이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합동수사본부장 전상두 역은 이름대로 전두환 씨에게서 그 특징을 따왔다. 배우 유재명이 영화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이 열연을 펼친 전두광과는 또 다른 ‘악역’을 선보인다. 유재명은 “더 많이 표현하고 싶고 더 강력한 인물을 그리고 싶다는 것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어느 순간 ‘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인물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이 들더라. 작품 결에 따라 절제하며 주어진 환경 가운데 이 인물을 잘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눈의 광기, 가만히 머금는 조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부정하는 뉘앙스 등 디테일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박흥주 대령 유족과 무슨 상의가 오갔냐는 질문에 간담회 후 배급사 관계자는 “물어물어 유족분들께 영화 제작 사실을 어렵사리 알려 드렸다. 개봉 사실도 인지하고 계신다”며 “다만 이것으로 전면에 나서는 걸 부담스러워하시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영화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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