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작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리뷰》

은퇴 후 이제는 중고차 판매원의 삶을 살던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 분은 시간변동관리국TVA에서 간부 패러독스매튜 맥퍼딘 분를 만나 그에게 충격적 소식을 전해 듣는다. “주축 인물”의 사망으로 본인과 친구들의 시간선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 이를 막으려 엑스맨인 울버린휴 잭맨 분을 찾아가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의욕을 잃은 울버린은 그 간청을 거절하는데⋯.

숀 레비 / 미국 / 127분 45초 / 23일 언론배급시사회 / CGV 용산아이파크몰

알아야 재밌는 영화가 있고, 알면 알수록 더 재밌는 영화가 있다. 이 미묘한 차이는 전자는 모르면 영화가 재미없다는 것이고, 후자는 몰라도 재밌는데 가령 아는 게 많으면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애석하게도 ‘데드풀과 울버린’은 둘 중 전자에 해당하는 영화다. 

전작인 ‘데드풀’2016과 ‘데드풀2’2018, 엑스맨 시리즈의 ‘엑스맨’2000, ‘엑스맨2’2003 등 기존 엑스맨 트릴로지와 프리퀄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울버린 사가의 종결작인 ‘로건’2017을 꼭 봐야 하며, 무엇보다 이 영화의 ‘꽃’인 카메오 등장까지 이해하려면 엑스맨 외에 마블코믹스 기반의 여러 영화 시리즈를 전부 꿰뚫고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주연인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의 필모그래피 및 이혼 같은 개인사, 트레키만이 낄낄거릴 수 있는 패러디도 등장한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로키’ 전 시즌2021~2023도 죄 시청이 필요하다. 짐작컨대 기자가 현지 대중문화에 정통한 미국인이 아니라서 그만 모르고 지나갔을 요소가 상당할 테다.

이것은 영화인가, 짜집기인가? 아무리 현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이하 MCU의 화두가 멀티버스라 해도, 데드풀이 제4의 벽을 깨며 현실과 공상의 경계를 희미하게 하는 캐릭터라 해도, 이런 마니아성 영화를 대중영화랍시고 제작하는 일은 MCU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얼마나 자아도취에 빠졌는지, 그리고 왜 이제는 멀티버스를 멈춰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방증과 같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더 플래시’ 등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옛 영웅과 현재 영웅의 조우’가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대유행 중이다. 각본과 제작에도 참여한 레이놀즈는 “‘로건’의 유산과 울버린 캐릭터에 흠을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극 중 대사를 빌리자면 잭맨이 울버린으로 돌아온다는 것 자체가 “네크로필리아”와 다름없고, 그래서 그 약속은 처음부터 오류인 명제다.

캐릭터만 남고 내용은 빈약한 영화지만, 할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답게 액션이 시원시원해 눈요깃감으로는 합격. 데드풀이 주인공이지만, 울버린의 비중도 상당해 이 점도 만족스럽다.

특히 엔딩 크레딧에는 ‘엑스맨’ 1편부터 ‘데드풀2’까지 그간 20세기폭스가 제작한 마블코믹스 영화와의 작별이 쿠키 영상으로 등장, 슈퍼히어로 마니아의 눈물을 자아낼 전망이다. 캐릭터 잔치에만 치중한 나머지 떠버리 데드풀의 매력은 다소 반감된 본작의 완벽한 피날레가 된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2’, 일명 ‘X2’는 현대 슈퍼히어로물의 효시고 ‘성경’으로 통하는 멋진 오락영화다. 반면 ‘데드풀과 울버린’은 싱어 감독과 휴 잭맨 등이 쌓아 올린 그 유산을 요즘 취향에 맞게 재구성할 뿐 그 외에 별 독창성을 찾아볼 수 없다. 제작자 라이언 라이놀즈와 그의 친구 숀 레비 감독은 아마 “마블의 예수”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모름지기 예수란 성경의 주인공인데, 필사만 해서야 쓰겠나. 이것이 폭스를 집어삼킨 탐욕스러운 디즈니의 한계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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