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일 조국혁신당의 당 대표로 조국 전 대표가 선출됐는데, 무려 99.9%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99.9%라는 수치는 정당 내부의 선거이든, 전국 단위의 선거이든,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수치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민주당 전당대회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득표한 수치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일 인천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전 대표는 94.77%를 득표했고, 강원 경선에서는 90.0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수치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매우 ‘경이로운’ 득표율임은 분명하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시스템인데, 이런 수치가 나오는 것을 보면, 해당 정당들에서는 ‘다양성’이 실종된 것 같다. ‘다양성이 실종’된 정당이 민주주의를 구현할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당내 민주주의도 실종된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지나치게 ‘민주적’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난과 폭로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게 보면 역동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이 과(過)하면 없는 것만 못하다는 차원에서 국민의힘 상황도 그리 긍정적이지는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이 지경이 된 이유는, 대통령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조국혁신당은 문자 그대로 ‘조국당’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당’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지만, 국민의힘을 ‘윤석열 당’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정권 5년 차에서나 볼 수 있는 낮은 지지율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4%p 오르기는 했다. 지난 19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7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4%p 올라 2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번 지지율 상승의 원인은, 우리가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의 ‘노력의 결실’에 여론이 호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호재’는 지속성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한마디로 ‘반짝 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히려 아직도 20%대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면, 윤 대통령의 당에 대한 장악력은 커지기 힘들다. 이런 상황이니 전당대회가 ‘자폭 전대’가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야당들은 ‘1인 정당’이어서 전당대회가 ‘칭송과 충성 경쟁의 장(場)’이 돼버렸고, 여당은 무주공산이어서 상대 후보에 대한 난타전이 난무하는 전당대회가 된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 중 어느 쪽이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국민의힘이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은 문자 그대로 ‘1인 정당’, ‘1극 체제’이기 때문에, 핵심 인물이 흔들릴 경우, 그 타격은 고스란히 정당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정당과 핵심 인물이 운명 공동체가 된다는 것인데, 이는 특정인의 정치생명보다 정당의 수명이 훨씬 길어야 한다는 ‘보편적 이론’에서 벗어난 현상이다. 한마디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기형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정당의 존재 목적이 특정인 대통령 만들기로 집약될 경우, 목적 실패와 정당의 몰락은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역 기반과 같은 튼튼한 기반이 없을 때, 이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또한, 핵심 인물의 ‘개인적 감정’이 특정 정당을 지배해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이런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 야당들이 민주주의를 외친다는 것은 여론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무주공산이어서, 특정 인물이 타격을 입는다고 해서 정당이 그 수명을 다할 확률은 높지 않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국민의힘의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은 이른바 ‘디 커플링’ 상태다. 이런 상황을 대통령이 반길 리는 없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차기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바란다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런 낮은 대통령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유리(有離)되는 현상을 반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당대회에서의 윤심의 영향력은 클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지난 2023년 전당대회와 같은 현상은 반복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민주당이나 다른 야당의 전당대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컨벤션 효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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