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강사들 대거 경쟁사로 자리 옮겨…강의 업데이트 중단
일반 행정직 제외 나머지 직렬 강의 대부분 종료
패스권 환불 어려워…위약금 내고 부분 환불 받아야
에듀윌 “정상적인 계약 종료…강사 변동 가능성 사전 고지”

‘공무원 시험 합격은 여기’라던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의 9급 공무원 강사들이 대거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30개에 달하는 강의의 업데이트와 질문서비스가 종료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학원 수를 줄여가며 인건비를 줄이고 직원 복지를 줄이는 등 몸집을 줄여온 에듀윌이 회사의 근간인 공무원 시험 강의를 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파이낸셜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에듀윌은 지난달 24일 9급 공무원 강의실 공지사항을 통해 ‘25년대비 강사진 및 신규강의 업데이트 종료 과목 안내’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2025년 시험 준비를 위한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진의 변동 내역과 더 이상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강의를 안내하는 내용이다.

게시글에 따르면 에듀윌의 9급 공무원 과목별 강사는 크게 줄었다. 에듀윌이 약 1년 전인 2023년 6월 27일 공지한 ‘2024대비 강의 개강일정 안내’의 강사진과 비교하면 국어는 6명에서 3명으로, 영어는 7명에서 4명으로, 한국사는 6명에서 4명으로 감소했다. 행정법은 8명 중 4명이, 행정학은 4명 중 1명이, 사회복지학은 3명 중 2명이 에듀윌을 떠났다. 영어 일타강사 S씨의 경우 10년간 몸담았던 에듀윌을 떠나 경쟁사에 새 둥지를 틀었으며, 행정법 일타강사 K씨도 경쟁사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S씨는 2025년도 커리큘럼을 공지하고 2025년도 기본서까지 출시한 터라 이적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S씨는 자신의 공식 카페를 통해 이적 이유를 ‘내부 사정’이라고만 알린 바 있다.

강사가 남아있지 않아 아예 강의가 종료되고 수강생이 질문할 수 있는 창구까지 사라진 과목은 30개에 달했다.

에듀윌이 6월 24일 9급 공무원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사항. 사진=에듀윌 홈페이지 갈무리
에듀윌이 6월 24일 9급 공무원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사항. 사진=에듀윌 홈페이지 갈무리

▲세법개론 ▲회계학 ▲관세법개론 ▲경제학개론 ▲통계학개론 ▲국제법 ▲노동법 ▲민법 ▲민사소송법 ▲헌법 ▲직업상담·심리학개론 ▲공중보건 ▲보건행정 ▲간호관리 ▲지역사회간호 ▲생물 ▲응용역학 ▲토목설계 ▲기계일반 ▲기계설계 ▲컴퓨터일반 ▲정보보호론 ▲건축계획 ▲건축구조 ▲전기이론 ▲전기기기 ▲재배학개론 ▲식용작물 ▲환경공학 ▲화학 등이다. 사실상 일반행정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렬이 문을 닫은 셈이다.

에듀윌은 공지사항을 통해 “회사사정으로 신규강의 제작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신규강의 업데이트가 종료되는 점 수강생 여러분들게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에듀윌의 프리패스를 구매한 수강생들은 환급이나 보상책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많은 인강 업체들이 판매 중인 ‘프리패스’ 상품은 한 번 계약하면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1년씩 수강기간 연장이 가능한 교재·강의 패키지 상품이다. 일부 상품들은 특정 기간 내 합격 시 수강 신청 금액을 환급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상품 가격은 다른 단과 상품이나 기간의 정함이 있는 상품보단 20만~40만원 정도 높지만 오랜 기간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겐 정규 커리큘럼 강의를 매해 따로 결제할 필요 없이 연장만 하면 재수강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에듀윌 역시 공무원은 물론, 세무·회계, 토익, 각종 자격증을 위한 각종 패스 상품을 판매 중이다.

에듀윌에서 현재 판매하는 패스 상품 환불 정책에 따르면 환불을 원하는 사람은 강좌비에서 기이용일수에 대한 일할 금액 및 잔여 강의 요금의 10% 위약금을 차감 후 부분 환불을 받을 수 있다. 강사 이탈 역시 위약금이 차감된다.

이에 대해 수강생 A씨는 “강사를 보고 인강 업체를 선택하는 수강생이 대부분이다”며 “갑자기 강사가 없어지는 것은 사실상 사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수강생 B씨는 “행정직 필수과목과 기술직 각 직렬별 시험 과목 강사가 대부분 에듀윌을 떠나면서 강의 자체가 중단됐다”며 “에듀윌에서는 더 이상 공무원 시험 준비가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에듀윌 관계자는 “상품 판매를 할 때 사전에 ‘강사진의 변동’에 대한 고지를 했다”며 “패스 상품 환불 건은 기존 환불 정책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강사 이탈 사태는 에듀윌은 재무사정과 무관치 않다.

에듀윌은 지난해 112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1462억원 매출에 1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2억원을 올리면서 흑자전환했지만 지난해 인건비와 광고비를 줄이는 등 비용 감축에 나선 결과다. 유명 강사 연봉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이에 대해 에듀윌 관계자는 “강사진 변동은 계약 기간 종료에 따른 것”이라며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강사 개인 자유다. 회사 측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공무원과 공인중개사는 지금의 에듀윌을 만들어낸 근간이다”며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인수합병을 추진한 이후에도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