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K-컬처밸리 사업’ CJ라이브시티 협약 해제
7000억원 투자했지만 사업 좌초…CJ그룹 숙원 꺾여
관계사 투자처 확대…“공사 재개되도 부담 커”

K-컬처밸리 전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CJ그룹
K-컬처밸리 전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CJ그룹

‘케이(K)팝의 성지’를 목표로 추진된 ‘K컬처밸리’ 사업이 8년 만에 백지화됐다. 경기도가 K컬처밸리 사업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와 분쟁 끝에 계약을 해지하면서다.

이번 계약 해지로 CJ라이브시티의 모회사인 CJ ENM과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온 CJ그룹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다만 CJ그룹이 재무건전성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만큼 계약해지 이후 무리한 추가 투자를 멈추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에 따르면 경기도는 고양 K-컬처밸리 사업의 시행업체인 CJ라이브시티와 협약을 해지했다.

K-컬처밸리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 32만6400㎡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K-팝 전문 아레나와 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음악, 영화, 드라마, 예능 등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를 세계인이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가 구축될 예정이었다.

김현곤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2016년 5월 기본협약을 체결한 이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4차례나 계획 변경에 합의하고 완공 기한이 경과했음에도 협약을 해지하지 않고 사업의 지속 추진을 위해 적극 협조해 왔지만 사업 시행자가 지체상금(의무 이행을 정당한 사유 없이 늦추었을 때 내는 배상금) 감면 등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며 입장을 변경해 합의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협약 해제 이유를 밝혔다.

이를 두고 CJ라이브시티 측은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한 현 상황에 대해 매우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간 지체상금 납부를 포함한 조정안 수용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조정위 절차에서 감사원 사전컨설팅이 진행되는 과정에도 경기도와의 협의 및 공문을 통해 확고한 사업 추진 의사를 계속해서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는 조정위가 양측에 권고한 사업 여건 개선을 위한 협의는 외면한 채 ‘조정안 검토 및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지체상금 부과, 아레나 공사 재개만을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CJ라이브시티는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 한국전력의 대용량 전력 공급 유예 통보, 한류천의 수질개선 공공사업 지연 등의 어려움으로 지난해 4월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K-컬처밸리 공정률은 현재 전체 사업과 비교해 3%에 그친다. 그중에서도 2만석의 실내 좌석과 4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을 갖춘 초대형 시설인 아레나의 공정률은 17%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사진=CJ라이브시티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사진=CJ라이브시티

CJ라이브시티는 CJ ENM가 지분 90%를 보유한 자회사다. CJ라이브시티가 2016년 사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은 숙박·상업시설 부지 매입 비용 약 1940억원을 포함해 7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계약 해지로 투자한 비용은 회수가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CJ라이브시티의 차입금도 지난해말 기준 5999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던 만큼 이번 계약 해지는 CJ그룹 차원에서 뼈아프다. 다만 CJ그룹이 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마냥 악재라고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CJ그룹 입장에서는 CJ라이브시티의 모회사인 CJ ENM, CJ CGV 등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대규모 지원이 이뤄지고 있었다.

CJ그룹은 2022년 CJ ENM을 주체로 미국의 엔데버콘텐트(현 피프스시즌)의 경영권 지분을 약 1조원을 들여 확보했다. 또 CJ CGV는 모회사 CJ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최근 마무리했다. CJ CGV는 4444억원 규모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출자받고 그 대가로 CJ에 4314만7043주의 신주를 발행했다.

CJ그룹의 지원으로 CJ ENM과 CJ CGV 등의 재무건전성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동시에 순차입금(빌린 원금+원금 이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CJ ENM의 경우 비영업자산을 처분하면서 삼성생명·LG헬로비전·빌리프랩 등 투자했던 지분 전량을 판매했다. 그 과정에서 CJ ENM의 2023년말 기준 순차입금은 전년대비 약 1100억원 줄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주요 키워드로 언급할 정도였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혁신성장 사업 중심으로 신속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실행해나가겠다는 전략과는 정반대되는 부분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 간 부지 반환 등 법적 공방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추가적인 투자는 멈추게 됐다”며 “건설 사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통해 이뤄지기는 하지만 CJ ENM과 CJ그룹의 투자가 동반돼야 했다. 엔터 사업과 재무건전성 확보를 우선시하는 CJ그룹 입장에서 부담을 덜게 됐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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