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엔터·산업 합병 후 새 지주사 출범
보령바이오·한국맥도날드·HMM 인수전 고배
유동성 1조원…수산·식품·포장재·물류 M&A 가능성

동원그룹 사옥 전경. 사진=동원그룹
동원그룹 사옥 전경. 사진=동원그룹

동원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마련하면서 M&A(인수·합병)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다. 동원그룹이 최근 10년간 굵직한 M&A로 몸집을 크게 불려온 만큼 수산·식품·포장재·물류 등 4대 핵심사업에서 또 다른 M&A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28일 동원산업의 분기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별도 기준으로 올해 1분기 기준으로 4076억원을 기록했다. 동원산업의 현금성 자산은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2499억원에 그쳤으나 지주사로 재탄생한 2023년부터 기존의 2배인 4000억원대로 뛰어올랐다.

게다가 동원산업 별도 기준이 아닌 연결 기준 동원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조3000억원으로 평가된다.

이는 동원산업이 2022년 동원그룹의 지주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동원엔터)와 합병한 이후 현금 보유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폈기 때문이다.

동원그룹이 현금 보유량을 확보하면서 유동성을 크게 늘린 이유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기 위한 준비 차원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최근 10여년간 동원그룹은 M&A에 나서면서 사세를 확장해 왔다. 그간 굵직한 M&A 사례로는 ▲2014년 동원시스템즈의 종합포장재 회사 테크팩솔루션 인수(약 2750억원) ▲2015년 동원F&B의 온라인 축산유통사 금천 인수(450억원) ▲2017년 동원산업의 물류사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약 4200억원) ▲2019년 동원산업의 물류포워딩사 BIDC 인수(약 370억원) 등이 꼽힌다. 그 외에 식품업계 역대급 인수로 평가되는 2008년 미국 참치캔 선두업체 스타키스트(약 5000억원)도 있었다.

동원그룹은 지주사가 설립된 2022년 이후로는 이전부터 투자금액을 대폭 늘려 M&A를 시도해왔다. ▲HMM(예상 기업가치 약 6조원) ▲보령바이오파마(약 5000억원) ▲한국맥도날드(약 3000억원) 등이 대표적인 M&A 시도 사례다. 외식부터 바이오까지 다양한 신사업 분야에 나서면서 동원그룹의 공격적인 M&A 전략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사진=동원그룹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사진=동원그룹

결과적으로 M&A까지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는 안정적인 자금조달 여력과 명확한 사업시너지를 강조하는 동원그룹 투자기조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동원그룹은 M&A 추진 과정에서 차입 없이 내부자금으로 인수가를 감당하면서 풍부한 현금유동능력을 시장에 입증했다.

여기에 동원그룹의 M&A를 주도해온 김남정 부회장이 지난 3월 회장으로 올라서면서 M&A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도 김남정 회장을 동원그룹 기업총수로 공식지정했다.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회장은 2014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0년간 10여건의 M&A와 기술 투자를 성사시켰다. 이를 통해 동원그룹을 ‘참치 회사’를 넘어 수산·식품·포장재·물류 4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시켰다.

김남정 회장의 승진과 함께 대규모 투자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동원산업은 지난달 31일 약 1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조선소 한국메이드와 2000톤급 신규 선망선 2척 건조 계약을 맺었다. 선망선은 그물을 통해 가다랑어 등을 포획하는 조업 선박이다. 신규 선망선 도입으로 선단 현대화가 기대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김남정 회장 체제에서 동원그룹이 수산·식품·포장재·물류 4대 밸류체인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추가적인 M&A를 이뤄낼 것으로 전망한다.

김남정 회장은 취임 후 별도의 행사나 취임사를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공식 발표 자료를 통해 “지난 50년간 동원그룹을 이끌어온 김재철 명예회장 업적과 경영 철학을 계승하겠다”며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고객뿐 아니라 임직원과 관계사,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라는 공식 메시지를 전하며 더욱 본격적인 M&A 의지를 드러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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