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신수정 기자
그래픽=신수정 기자

현대해상이 최근 설립한 자산운용사 ‘현대하임’을 두고, 정몽윤 회장의 자녀 정경선(아들)‧정정이(장녀) 씨의 ‘2세 경영’ 본무대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남매가 앞서 투자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만큼 이같은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차별화된 정체성을 드러낼 것이라는 일부 기대감까지 나온다.

정경선 씨는 창립한 회사를 매각해 승계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정정이 씨 또한 정경선 씨와 연관된 스타트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매각을 통해 일부 자금을 취득한 후 현대하임으로 활동 본거지를 옮긴 정황이 포착됐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 4월 8일, 자본금 200억원을 들여 신탁업 및 집합투자업 자회사 현대하임을 설립했다. 영위업종은 일반사모집합투자업(K6420)과 경영컨설팅업(M7153)이며 이르면 올해 3분기 영업을 개시할 전망이다. 

현대하임은 현대해상이 지분율 100%(400만주)를 보유한 자산운용 자회사로, 현대해상 오너일가의 간접적 지배를 받는 구조 아래에 놓였다. 현대해상 최대주주는 정몽윤 회장으로 지분율 22.00%(1966만8000주)를 보유했다. 이후 아들 정경선 씨가 0.45%(40만6600주), 장녀 정정이 씨가 0.38%(34만3475주)를 갖고 있다. 종합하면 친족 지분은 22.84%(2041만8075주)에 달한다. 

현대해상 지배구조 속에서 정정이 씨의 모습이 명확히 드러난 곳은 현대하임이다. 이에 두 남매의 본격적인 경영 무대로도 주목받고 있다. 

정정이 씨는 정경선 씨가 2014년 창립한 벤처캐피탈(VC) HG이니셔티브(HGI)에서 스핀 오프한 스타트업 엠지알브이(MGRV)에서 2019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이사를 지냈다. 이후 현대하임 설립과 동시에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돼 오는 2026년 4월 7일까지 임기를 이어간다. 

두 남매가 몸담았던 HGI와 MGRV 모두 현대해상의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은 곳들이다. 현대해상이 지난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해상의 자회사 현대씨앤알(C&R)은 HGI를 222억원에 인수해 지분율 100% 자회사로 흡수했다. 

그러나 인수 직전인 지난해 3월 HGI는 사내 컴퍼니빌딩‧컨설팅 부문을 분할해 ‘헤렌코퍼레이션’이란 비금융회사를 신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정경선 씨는 헤렌코퍼레이션 지분을 기존 73.93%에서 82.34%(11만5280주)까지 확대했으며, 정정이 씨는 15.29%(2만1400주)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정경선 씨는 지난해 5월 기준 HGI 지분 64%(125만3043주)를 매도해 약 14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정경선 씨 누나 정정이 씨도 이 일을 계기로 11.89%(23만2608주)를 팔아 26억원의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두 남매가 거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향후 경영 승계에 쓰일 자원으로 축적해뒀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당시 현대씨앤알은 “전략적으로 창업 투자 분야만을 인수하고 싶었다”며 “인수 대금 등 자금 여력을 고려해 분할‧매각하는 것이 가능하겠냐고 요청한 바 있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하임에 대해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승계와 관련해선 현대해상 그룹의 내부 영역이라 밖에서 알기에 한계가 있지만, 승계를 위한 경영 투입이란 시각은 이전부터 있어왔다”며 “기존에 투자 부문에서 활동한 오너 2세들이 경험한 실무가 ‘현대하임’이란 새로운 자산운용의 정체성을 차별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온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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