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파킨슨병 치료제 임상 중단
높아진 R&D비용에 재무 구조 악화
라투다 하반기 국내 판매 실적 주목

부광약품 본사 전경. 사진=부광약품
부광약품 본사 전경. 사진=부광약품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부광약품이 임상 중이던 파킨슨병 치료제마저 개발 중단한다. 이에 부광약품의 대대적인 반등은 요원해졌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이사가 지난 23일 온라인 긴급설명회를 열고 임상 2상의 목표 달성에 실패한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의 모든 임상시험(유럽, 미국) 중단을 발표했다.

이제영 대표는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유럽 2상 실패에 대해 “유럽에서 안타깝게도 기대했던 1차 평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미국 임상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2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2상을 단축하고 바로 3상 진입 전략을 계획했으나 계획은 어려워졌다”며 “미국 내 임상개발 기간이 더 지연되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추가적인 투자나 지연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파킨슨병이란 떨림, 근육의 강직, 몸동작이 느려짐 등의 운동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신경퇴행성질환의 하나로 중뇌의 흑색질이라 불리는 부위의 도파민 세포가 점점 사멸해 발생한다.

파킨슨병의 치료제로 ‘레보도파’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다만 레보도파는 완전한 치료제는 아니며 오히려 장기 투약으로 인한 ‘이상 운동증(팔, 다리 등이 심하게 움직이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레보도파로 인한 이상운동증을 치료하기 위한 필요한데 부광약품의 JM-010는 이상운동증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에 부광약품의 자회사 콘테라파마는 임상 과정에서 프랑스 등지에서 이상운동증상을 겪고 있는 파킨슨 환자 81명을 대상으로 JM-010 2개 용량을 투여해 12주간 치료 후 통합이상운동증평가 스케일(UDysRS) 총점 변화량을 측정했다. 그러나 위약(가짜약)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증상 감소를 보이지 못했다.

부광약품은 JM-010의 임상은 중단하지만 약리학적 효능을 확인해 보강 연구 통해 다른 대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콘테라파마의 신약 개발 실패 소식은 부광약품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부광약품에서 콘테라파마와 JM-010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현재 실적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부광약품은 2014년에 콘테라파마를 34억원에 인수했다. 부광약품은 JM-010의 성과를 통해 유럽의 바이오 벤처인 콘테라파마의 코스닥 상장을 노렸다. 그러나 신약 개발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콘테라파마의 상장도 지연될 전망이다.

부광약품은 별도 기준으로 지난해에 1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연결 기준 적자는 374억원에 달한다. 2022년에 영업손실 2억원을 낸 가운데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주력 제품인 간질환 치료제 ‘레가론’과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덱시드’의 판매 급감 등이 주요 원인이다.

부광약품의 실적 악화는 콘테라파마의 임상이 시작되면서 R&D 투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최근 부광약품은 JM-010의 중요성을 인지해 임상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에 R&D 비용으로 400억원을 썼다. 전년대비 100억원을 더 쏟아부은 것이다.

부광약품의 실적 반등 키가 콘테라파마 상장과 JM-010라는 점에서 이번 신약개발 실패는 뼈아프다. 부광약품은 OCI홀딩스에 인수된 이후 9년간 CEO로 유희원 대표가 사임하고 OCI출신 이제영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OCI홀딩스가 한미약품과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한미약품 자회사 온라인팜의 우기석 대표이사를 부광약품 대표로 영입했으나 한미약품 통합이 불발되면서 우기석 대표 영입도 실패로 돌아갔다.

JM-010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으나 부광약품이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할 조현병·양극성 우울증 치료제 ‘라투다’가 주목된다. 라투다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53개 국가에서 발매돼 2022년 기준 북미지역에서 2조6000억여원을 매출을 올렸다. 우울증 치료제의 부작용인 체중 증가, 이상지질혈증 및 고혈당증 등 대사계 이상반응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광약품도 대표 직속의 조직으로 중추신경계(CNS) 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전문 영업·마케팅 조직을 꾸렸다. CNS사업본부는 정신과 및 신경과 영역의 제품을 전반적으로 맡게 된다.

부광약품 측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라투다 판매가 가시화하면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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