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개봉작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리뷰》

조지 밀러 / 미국 / 148분 2초 / 16일 언론배급시사회 / CGV 용산아이파크몰

문명이 붕괴하고 45년 후, 풍요 가득한 ‘녹색의 땅’에서 자란 퓨리오사안야 테일러-조이 분는 바이크 군단의 리더이자 폭군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 분에게 납치돼 한순간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잃는다. 가족도 행복도 빼앗긴 채 혈혈단신 세상에 내던져진 퓨리오사.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려 결국 디멘투스에 인생을 건 대갚음을 시작하는데⋯.

기대가 커서였겠다. ‘기대하면 실망한다’지만 긴가민가한 대로 정말 그 명제가 현실이 됐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속편이자 스핀오프인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그렇게 전작의 오라를 뛰어넘지 못한 범작과 명작 사이의 수작이다. 할리우드 영화답게, 디멘투스의 괴물 트럭 ‘식스 풋’의 타이어만큼이나, 이 블록버스터의 물량 공세는 대단히 ‘빵빵’하다. 바이크 위주 145대의 차량이 투입됐고, 특히 하이라이트인 ‘탈주’ 시퀀스는 9개월간 장장 78일이나 촬영됐다. 하지만 주인공 일행과 이를 뒤쫓는 시타델 적군 간 며칠의 추격만을 다룬 전작에 비해, 이번 영화는 퓨리오사가 왜 왼팔에 의수를 꼈는지 15년의 행적을 고루 다루며 먼저 러닝 타임이 28분 길어졌다. 이렇게 화제가 분산되고 다룰 것도 많아지면서 밀도며 몰입감이 전보다 낮아졌다는 것이 시사회 이후 관계자들의 평이다. 잡느냐 잡히느냐뿐이었던 직진성도 서사가 총 5장에 걸쳐 진행되면서 분노-체념-생존-유대-복수로 구체화되고, 이로써 롤러코스터 같은 박진감이 상당수 덜해진 게 사실이다. 물론 그 덕에 인물의 생동성이 커졌고 이야기 결이 더 ‘영화’다워졌다는 장점도 있다. 액션신은 오밀조밀하며 세밀해졌는데, 백발백중에 두뇌 싸움도 만능인 퓨리오사의 무쌍한 재주를 구경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다만 극에 몰입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숨 가쁜 영화’였던 전작과 비교하면, 과연 이런 몰입은 천우신조였는지, 더는 이루어질 수 없는 기연인지 거장의 한계가 못내 아쉬울 따름. 한편 액션 영화인데도 폭약이나 스턴트보다 배우의 연기가 더 흥미로운 이유는 무엇보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안타고니스트 디멘투스 역을 맡은 덕이다. 임모탄이 가짜 신이고 혼돈으로 제 잇속만 챙기는 사이비 지도자라면 반대로 주인공 퓨리오사를 “리틀 D”라 부르는 디멘투스는 약칭 혼돈을 즐기는 자다. 또한 미치광이 보스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적인 말도 서슴지 않는 로맨티시스트기도 하다. 폭력적이지만 유머러스하고 그 배합이 과거 그가 연기한 천둥의 신과 선악 구분만 다를 뿐 어쩌면 서로 많이 비슷한 것이 반갑다. 이 야누스적인 정서에 최적화된 액션배우인 셈이다.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던 맥스, “희망”을 찾던 임모탄 조의 아내들, 그리고 이번 편에서 디멘투스는 본인 자신을 ‘죽음’이라 칭한다. 세상이 망하고, 삶의 환경이 바뀌고, 그래서 원래로 돌아가지 못하는 자들. 아마 그런 의미에서 지축을 울리는 ‘매드맥스’의 엔진음은 그 망자를 위한 진혼곡, 혹은 이 죽은 자들이 그들을 기억해 달라고 울부짖는 아우성일 수 있다. 실제 전작에서 퓨리오사는 그러면 당신은 무엇을 찾고 있냐는 맥스의 물음에 그가 찾는 것으로 “구원”을 언급한다. 그리고 사전은 ‘인류를 죽음과 고통과 죄악에서 건져 내는 일’로 그 구원을 가리킨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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