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다수, 일부 대형 증권사까지 투자참여..."적절한 시기 투자금 회수"
최저조정가액 폭넓게 설정돼 상환 가능성 축소...콜옵션 비율 20·30% 수준
발행증권 전량 주식전환시 431만227주 발생...실질 유통주식수의 약 11%

차바이오텍이 748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공식화한 가운데 주가는 하향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자금조달을 위한 각종 증권의 발행 조건이 회사 주가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모습이다.

실제 이번 차바이오텍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 조건상 상환 대비 전환에 더 무게가 실린 데다, 투자 그룹의 성격도 지분유지 가능성이 매우 적은 재무적투자자(FI)로 한정돼 주가 측면에서 악재로 인식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기업 차바이오텍은 전거래일(8일) ▲유상증자 445억원 ▲전환사채 103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 200억원 등 총 748억원 규모의 증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결정했다. 조달자금은 오는 16일 일괄 납입될 예정이다. 이 자금은 운영자금과 타법인증권취득자금으로 각각 448억원, 300억원씩 사용될 전망이다.

차바이오텍 측은 "재생의료 R&D 부문의 사업화 조기달성을 위해 448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라며 "300억원은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통한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 운영과 글로벌 헬스케어 사업 지분 확대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세포치료제 사업화와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CDMO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회사측의 긍정적인 사업 전망과는 다르게 주가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차바이오텍 주가는 전일 대비 3.90% 하락한 1만674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규모 조달자금 활용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보다 주가 측면에서의 부담을 더 크게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조달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경우 투자유치가 되지만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면 주가희석 또는 잠재적 매도리스크 증가로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차바이오텍 자금조달 관련 발행조건을 살펴보면 주가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을 야기할 요소들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이번 투자그룹의 성격이 적절한 시기에 투자금 회수를 통한 차익실현을 염두에 두는 단순 재무적투자자(FI)라는 점이 눈에 띈다.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일부 대형 금융투자회사들이 참여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투자지분을 다수의 사모펀드(PEF)가 분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발행금리 역시 연복리 1.5%로 현 시장금리 대비 낮게 일괄 책정돼, 투자자들이 이자수익률보다는 주식전환에 따른 매도차익을 목표한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금리 외에도 RCPS, CB, BW 세 종류의 발행에서 전환가액 및 최저조정가액이 동일하게 설정됐다. 전환가액은 1만7221원이며 최저조정가액은 1만2148원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회사 주가가 최저조정가액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만 제외한다면, 전환권 행사를 염두에 둘 수 있다.

투자자들의 전환권 행사 범위가 폭넓게 보장된 덕에, 상환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전환권은 발행일 기준 1년후부터 행사가능하며, 2년후부터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가능해진다.

반면 회사 측의 주도적인 상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발행일 기준 1년후부터 회사측이 매도청구권(콜옵션) 행사를 통해 발행증권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지만, 콜옵션 비율이 RCPS 20%, CB와 BW는 30%로 낮게 책정됐다.

회사 입장에서도 사업적으로 외형 확장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재무적 여력을 상환에 투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발행증권 전량이 초기 전환가액으로 주식 전환될 경우 총 431만227주가 발생한다. 이는 상장주식총수(5631만4443주)의 7.65% 수준이다. 차바이오텍의 지분구조상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의 지분이 1735만9249주(지분율 30.83%)에 달하는데, 이를 차감한 실질 유통주식수(3895만5194주)를 기반으로 전환가능주식 비율을 추정할 경우 11.06% 수준에 달한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차바이오텍 투자에는 온전히 재무적투자자로서 참여하는 만큼 장기적 지분유지 가능성은 없으며,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금 회수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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