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전 투표도 지났고, 이제 본 선거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게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으면 국민의힘이 유리하다는 견해가 많다. 이런 이유에서 사전 투표율을 주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전 투표율이 높다고 최종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는 없다. 반대로 사전 투표율이 낮더라도, 최종 투표율이 높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투표율이 높을지 낮을지 예상할 수는 없다.

또한, 투표율이 높다고 민주당에게 유리하다고 단언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예를 들어, 2030 세대들의 투표율이 높아 투표율이 올라간다면, 투표율이 높더라도 민주당에게 반드시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발표된 총선 전(前) 한국갤럽의 마지막 정례 여론조사(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5.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주관적 정치 성향을 보면, 20대는 보수 27%, 중도 37%, 진보 22%로 나타났다. 30대의 경우, 보수 29%, 중도 35%, 진보 28%였다. 즉,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2030 세대에서는 진보 성향보다는 보수 성향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과거와는 다른 경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과거 2030 세대는, 당시 존재했던 정권에 저항하는 형태의 정치적 지향성을 보였다. 즉, 보수 정권일 때는 보수에 저항하는 형태의 정치 지향성을 보였고, 진보 정권이었을 때는 보수화하는 정치적 성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보수 정권임에도 민주당에게 우호적인 것 같지 않으니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정당 지지율을 보더라도 그렇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2030 세대에서의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1%P.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여기서 좀 더 자세히 2030 세대의 정치 성향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들 세대에서는 여성과 남성 사이에 현격한 정치 성향 차이가 존재한다. 20대 남성의 경우, 보수가 33%, 중도가 39%, 진보가 14%인 반면, 20대 여성의 경우, 보수가 20%, 중도가 35%, 진보가 30%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남성의 경우, 보수가 34%, 중도가 38%, 진보가 20%였다. 반면 30대 여성의 정치 성향은, 보수 24%, 중도 32%, 진보 3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를 보면, 2030 세대의 투표율이 높더라도, 남성의 투표율이 높은 경우와 여성의 투표율이 높은 경우, 각각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즉, 2030 세대의 높은 투표율 때문에 이번 총선 투표율이 높을 경우에도, 이들 세대의 남성 투표율이 높은지 여성 투표율이 높은지에 따라 여야의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경기도 수원정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의 과거 성(性) 관련 발언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해당 발언들이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갖느냐가 중요한 선거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해당 발언들에 대해 김 후보는 역사학자로서의 발언이고 ‘흥미’를 끌기 위한 발언이었다며 일단 사과했지만, 이화여자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총동창회 그리고 학생들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고, 여성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위안부 단체들도 나서 김 후보를 고발했고, 고종황제 후손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2030 세대 여성들의 지지 후보 결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5일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김준혁’에 대한 전 연령대의 일일 검색량은 지난 4월 3일 정점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30 세대에 한정해 일일 검색량을 보면, 3일 이후에도 꺾이지 않고 증가세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 세대 여성들의 검색량 상승 추이는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해당 사안이 2030 세대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짐작게 한다. 또한, 해당 사안은 비단 2030 세대 여성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연령의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각 정당들은 주목해야 한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단순히 투표율의 높고 낮음으로 여야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그리 합리적이지는 못하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지만, 투표율이 ‘극단적’으로 높을 경우에 한해서는, 여당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주관적 정치 성향을 보면, 3월 기준 보수는 32%, 중도는 29%, 진보는 28%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높은 투표율에는 이런 우리 국민의 주관적 정치 지형이 그대로 반영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투표율이, 지난 총선 투표율을 상회할 정도로 아주 높을 경우는, 민주당이 유리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국민의힘이 유리할 수도 있다. 지금은 이른바 ‘깜깜이’ 기간이어서 여론의 변화추이를 알 수는 없지만, 며칠 지나면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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