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판결 이후, 삼성 대한 기대 및 응원 만발
2021년 가석방, 2022년 특별사면·회장 취임 때도 비슷
삼성 위기, 총수 사법 리스크에 그치지 않는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이 회장과 삼성그룹에 대한 기대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그 기대는 대략 “사법 리스크를 털고 경영에 전념할 것이다” “반도체 초격차를 회복할 것이다” “대형 M&A를 가시화할 것” 등이다.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이러한 기대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1위 기업의 지위를 인텔에 빼앗기고 HBM 반도체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준 삼성전자. 과연 이 모든 위기가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때문일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고 이 회장이 모든 사법적 족쇄에서 벗어난다면 삼성은 다시 1등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1위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찾을 수 있을까?

◆ 2021년 가석방, 기대 컸지만 결과는 무(無)

이 회장에 대해 기대가 쏟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장은 2017년부터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 2017년 2월 구속된 이후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가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그러다가 그해 8월 문재인 정권에서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 회장(당시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발표되자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기대와 응원이 있었다. “이재용이 승부수를 띄울 것이다” “삼성의 시계가 다시 돌아간다”는 말이 나왔다. 이 회장은 구치소를 나오면서 자신에 대한 큰 기대를 잘 알고 있고 열심히 하겠다는 발언으로 화답했다. 또 출소 이후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집무실로 가서 업무보고를 받았다는 소식도 기대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그러나 기대는 기대에 그쳤다. 기대하던 대형 M&A나 삼성의 미래 비전에 대해 어떠한 미동도 없었다.

오히려 곧바로 또 다른 사법 리스크가 제기됐다. 가석방에도 불구하고 5년 취업 제한에 묶여있기 때문에 경영 참여에 한계가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것이다. 그러자 2022년 8월 광복절에, 이번에는 윤석열 정권에서 특별사면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해 10월 회장에 취임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당시 쏟아진 각종 보도를 보면 이 회장에 대한 기대와 응원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마치 삼성그룹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이제야 제대로 돌아갈 것이고 그러면 우리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최면에 빠진 듯했다. 이 회장은 한술 더 떠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 것”이라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그룹의 수뇌부도 조만간 대형 M&A가 성사될 것이라는 발언으로 북을 쳐댔지만, 북소리는 메아리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

그 이후 드러난 것은 오히려 ’삼성의 위기‘였다. HBM 반도체 부문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졌고 그 결과는 작년도 영업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줄곧 “그래도 삼성이 1등”이라고 고집했지만 지난달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이 경쟁사(SK하이닉스)에 역전당했다는 사실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더해 전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에 재역전당하며 매출 1위 자리를 뺏겼다. 또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TSMC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2030년까지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약속도 달성 가능성이 희미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이제 판매량 부문에서조차 13년 만에 애플에게 1위 자리를 내주는 상황에 이르렀다.

◆ 의사 결정 구조 문제 집중해야

그리고 다시 이 회장이 이번에 무죄판결을 받자 이 모든 위기를 해결할 계기가 될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물론 사법 리스크에 휩싸여 번질나게 법정을 들락거려야 한다면 경영에 몰두하기 힘든 게 사실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회장이 이번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낸 것은 삼성그룹의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 토를 달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잘못된 일을 총수의 사법 리스크와 연결하고 마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모든 게 잘 될 것으로 믿는 것 또한 틀릴 수 있다. 오히려 삼성의 위기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다른 데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 회장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의사 결정 구조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과도하게 본인에게 모든 결정권이 주어진 것은 아닌지,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 이런 것들에 대한 원칙이 선다면 ’1등 삼성‘을 되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는 그만큼 인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 타워의 복원도 고려해 볼 일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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