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월 26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가불 선진국에서 펼치는 법고전 산책 이야기' 북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월 26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가불 선진국에서 펼치는 법고전 산책 이야기' 북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전격 공개하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정치 참여를 시사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과 문재인 정권 때 함께 청와대에 근무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의 ‘대변인’을 자처하면서 “(총선으로 향하는) 길은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김 의원이 조 전 장관을 대신해 총선 출마를 ‘선 발표’하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정치권에는 조 전 장관이 이번에 내년 총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정치 참여 ‘발표’의 형식을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는 가장 상징성 있는 인물을 첫 번째 ‘배경’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문 전 대통령과 단 둘이 ‘독주’를 함께 하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최대한 두 사람이 한 몸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일개’ 교수(서울대 법대)에서 민정수석과 법무무 장관으로 초고속 승진시켜 단숨에 대권주자 반열로 밀어올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황태자’라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도 비쳐졌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조 전 장관과 문 전 대통령의 ‘투 샷’은 그가 지난 정권 초기 시절 민정수석으로서 문 전 대통령과 아메리카노 ‘투샷’을 다정하게 연출한 것을 연상시켰습니다. 조국 사태로 정권이 교체될 만큼 두 사람은 고난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번 ‘투샷’을 통해 적어도 두 사람은 ‘조국의 강’을 건넌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 뒤 자신의 SNS에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자신이 앞으로 정치를 할 때 그 ‘뿌리’는 ‘문재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강하게 암시합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역진과 퇴행을 막는 것이 그의 주된 정치 미션이 될 것이라는 자기최면이기도 합니다.

특히 ‘길 없는 길’을 언급한 대목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정치적 부상’에 대해 현재 민주당 일각에서 일고 있는 부정적 시선에 대한 고민과 함께 민주당을 벗어난 독자적인 ‘길’을 갈 수도 있음을 암시합니다.

조 전 장관의 출마설이 제기되자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 사태’가 또다시 민주당을 뒤덮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을 공정의 가치를 뺏긴 ‘조국 사태’ 탓으로 인식하는 민주당 일각의 흐름입니다.

이런 야당 일각의 부정적 기류 때문에 조 전 장관으로서는 민주당 등에 올라 타 내년 총선 출마를 하는 정면 돌파가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우회 상장’을 통해 제도권 정치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래서 조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제3의 정당에 ‘얹혀’ 총선에 출마할 수도 있습니다. 조 전 장관으로서는 자신의 출마로 인해 민주당에 극악의 정치적 부담을 주는 것을 피하고 본인은 우회로를 통해 금배지를 다는 형식으로 일단 제도권에 진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민주당에 전격 입당해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이 민주당적을 가지고 수도권이나 부산에 출마해 선거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이미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도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 특별당규를 확정한 상태입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한 조 전 장관이 민주당 소속으로 얼마든지 출마할 길이 열려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박성준 대변인이 조 전 장관 출마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심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치적 공간을 다 열어줘야 한다”고 밝힌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친명계’ 김의겸 의원도 이에 대해 “주변의 많은 분이 출마를 권유하기 시작한 지 좀 됐다. 윤석열 정부가 보이는 검찰 독재의 대항마로서 상징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4월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쿠무다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서 책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장관이 4월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쿠무다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서 책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의원과 김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심판’과 ‘검찰 독재 대항마’라는 엇비슷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조국=윤석열 검찰 정권 대항마’라는 프레임으로 싸울 것임을 나타내는 대목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 공격할 경우 조 전 장관을 내세워 ‘검찰 독재 대항마 프레임’으로 맞불을 놓는다는 일종의 리스크 분산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민주당에게 ‘양날의 칼’입니다. ‘민주당=조국사태’의 프레임이 지난 대선을 지배해 민주당이 패배했고 여전히 그 부정적 기류가 국민들에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조국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대선 패배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국민적 반감과 거부감이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과 조국의 ‘양곤마’(바둑에서 두 군데가 모두 살기 어려운 말로 몰린 형세) 때문에 더 혼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는 민주당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움직여 ‘조국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을 직접 받아보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의겸 의원도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 전제조건을 언급하면서 “조 전 장관이 정치를 하려면, 국민의 심판을 받아보려면 ‘민주당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한다, 공천 신청은 물론이고 입당조차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의 총선 출마는 기정사실처럼 보입니다. 다만 그 형식이 민주당을 등에 업느냐, 독자적으로 움직이느냐는 정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이 현재 재판이 진행중임에도 예상보다 빨리 움직이는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중’과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야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독주’를 생각보다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독주를 방기할 경우 문재인 정권에 대한 역진은 둘째 치고 ‘대한민국의 근간’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독재’를 막기 위해 문 전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앞세워 자신이 내년 총선에서 ‘반 윤석열 전선’의 한 축을 자처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조국’을 ‘문재인’과 떼놓고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두 사람은 정치적 공동체입니다. 문 전 대통령은 여전히 ‘조국’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여깁니다. 양측이 한 몸이 되는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와 정치력 부재 등으로 총선 전 물러나거나 당이 대 혼란에 빠질 때 조 전 장관이 그 ‘대안’의 한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재판이 진행중임에도 내년 총선 판을 기웃거리는 것은 아직도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진 것이 ‘조국 사태’ 때문이 아니라 ‘0.73%’ 차이로 아깝게 진 것이라는 오해와 자만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걸어가야 할 곳은 도전의 자갈밭이 아니라 참회와 반성의 먼 길입니다. 그의 어깨에 걸어야 하는 것은 ‘금배지’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박탈감과 자괴감을 안겨준, 천금같은 책임감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 성기노 정치전문기자

파이낸셜투데이 성기노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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