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3년여 동안 21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재산이 일반 국민 평균 재산보다 7.3배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통계청 발표 가구 평균 순자산이 2020년 3억6000만 원에서 2022년 4억6000만 원으로 1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7.3배 수준입니다. 또한 21대 국회의원의 1인당 신고 재산 평균은 지난 2020년 27억5000만 원에서 올해 34억8000만 원으로 총 7억3000만 원, 26.5% 늘었습니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해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며 ‘재테크’를 한 정황이 포착돼 이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의정활동 기간 중 부동산을 추가로 매입한 국회의원은 34명이었는데, 재산 가치가 많게는 수십억까지 오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의정활동 도중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을 임대하며 수익을 올리는 경우에 대해서는 그 적절성을 따져봐야 합니다. 국회의원은 헌법 상 직무 전념 의무와 겸직 금지 의무가 있지만, 예외적으로 임대업은 허용됩니다.

이번에 경실련은 국회의원 가운데 2주택 이상, 비주거용 건물, 대지 등을 ‘과다부동산’으로 규정하고 보유 현황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과다부동산 보유자는 109명이었는데, 이중 임대채무(전세보증금)을 신고한 국회의원은 60명이었다고 합니다. 실사용 여부를 묻는 경실련 질의에 제대로 소명한 의원은 5명뿐이었습니다. 나머지 44명에 대해서는 임대 여부 및 실거주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김남국 의원의 미신고 가상자산 보유 논란에서 볼 수 있듯, 국민들은 의정활동 기간 자기 자산 증식에 몰두하는 의원들이 성실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경실련은 “과다 부동산 보유하며 임대를 하고 있는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로서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각 당은 공천에서 과다 부동산 보유하며 임대 중인 경우에는 공천 배제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재산이 일반인들에 비해 7배 넘게 늘어난 것이나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을 임대해줘 고정수입을 챙기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그들이 의정활동을 하며 재테크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며 ‘딴 짓’을 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국회의원들에게 1억5천만원에 이르는 막대한 세비와 10여명에 이르는 보좌진에 각종 의전 특혜를 주는 이유는 그들의 임기동안만이라도 의정활동에만 매진하라고 만들어주는 국정운영의 최대 혜택입니다.

현 재산공개의 허점도 지적됩니다. 주식 백지신탁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공직자의 주식 보유는 이해충돌 가능성 때문에 처분 권고가 내려지는데 소송을 하며 버티면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최근 한 언론은 가족 회사 주식을 200억원 넘게 갖고 있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의 백지신탁 거부를 보도했습니다.

김소영 부위원장이 신고한 재산은 293억원입니다. 이 가운데 70%가 넘는 209억원이 비상장주식입니다. 인사혁신처는 금융 정책에 깊게 관여하는 김 부위원장이 거액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백지신탁 결정을 내렸는데 김 부위원장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주식을 팔지 않겠다며 법적인 절차에 들어간 것입니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배우자가 보유한 건설업체 주식 54억여원 가량을 처분하지 않겠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 처분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박성근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내 이야기가 총리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도 아니다. 순수 비서업무인데...”라고 말했습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도 배우자가 가진 8억원대 비상장주식에 백지신탁 결정이 내려진 뒤 불복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지난 2월 국회 법사위에서 “집사람도 헌법상 재산권을 가진 전문인이다. 정부에서 그렇게 무조건 강제매각하라고 할 수도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백지신탁 ‘거부’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들이 소송 등 법적 절차를 이용해 사실상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임기가 끝날 때까지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사실 10여년 전 만해도 공직후보자들의 면면을 소개하면서 가뭄에 콩 나듯 ‘청백리’(청빈한 생활 태도를 유지하고, 벼슬길에 나아가서는 봉공하는 자세를 흩뜨리지 않는 깨끗한 선비의 전형)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초대 총리를 인선할 때 거명된 후보군 가운데 ‘청빈형’으로 물망에 오른 인물이 있었습니다.

조무제 전 대법관과 김능환 전 중앙선관위원장이 대표적입니다. 조 전 대법관은 1993년 공직자 첫 재산공개 당시 6400만원을 신고해 고위법관 103명 중 꼴찌를 차지해 ‘청빈판사’ 또는 ‘딸깍발이 판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김 전 위원장도 대법관 임명 당시 재산이 1억3800만원으로 사법부에서 끝에서 두 번째였다고 합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서울 송파에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와 1993년식 프린스 승용차 한 대, 빚이 300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김 전 위원장은 “가족이 살 집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재산이 꼴찌 수준인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법관직에 오르면서 “퇴임 후에는 작은 책방을 열고 무료법률상담을 하고 싶다”라고 소망을 밝혔는데 실제로 은퇴 후 배우자를 도와 편의점에서 6개월간 일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법관에서 퇴임할 때의 재산이 9억여원으로 2012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전체 대법관 중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들이 청렴한 경우는 조선시대 때도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청백리를 정기적으로 선발했는데, 이는 청백리가 많아서가 아니라 워낙 귀해서 공직자들의 ‘청렴’을 정책적으로 유도했던 고육지책이었던 것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이렇게 탄식하고 있습니다.

“조선왕조 시절에 청백리로 선정된 사람은 도합 110명이다. 태조대왕에서 연산군 때까지 45인, 그 이후 광해군까지 37인, 숙종 때까지 28인이고, 경종 이후로는 청백리의 선발 제도가 없어져버렸다. 청백리 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나라는 더욱 가난해지고 백성들은 더욱 곤궁하게 됐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히 다산은 이 “400여년 동안에 관복을 입고 조정에서 벼슬하던 사람이 수천 명이나 만 명이었는데 그중에서 청백리로 선발된 사람이 겨우 그 정도의 숫자에 그쳤으니 사대부로서의 수치”라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탐관오리들이 판을 치면서 청백리 선출 제도 자체가 사라져버린 점을 크게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최근 김남국 의원이 이태원 참사 상임위 질의를 하면서도 몰래 코인 거래를 했다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너무 깨끗한 척하지 말자’고 말합니다. 의정활동으로 ‘놀고 있는’ 부동산을 임대 주며 ‘공돈’을 만지는 의원들이 수십명에 이르러도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들이 법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됩니다. 서민들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돈까지 거머쥐며 떵떵거리고 사는 세상에서 한 마디 말도 못합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약육강식의 시대가 돼 갑니다. 그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정치인들이 군림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치는 약육강식의 사회 구조를 더 공고히 해주는 괴물이 돼 가고 있습니다. 공직자 재산 공개는 그들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 강자들의 ‘합법적인 도둑질’을 묵인해주는 ‘통과의례’로 전락했습니다. 시민들이 강자들의 탐욕과 전횡을 끊임없이 밝혀내고 비판해야 합니다.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입니다(플라톤).

파이낸셜투데이 성기노 정치전문기자

파이낸셜투데이 성기노 정치전문기자
파이낸셜투데이 성기노 정치전문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