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 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 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미국 국빈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외’라고 표현한 것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김건희 여사의 ‘광폭행보’가 유독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넷플릭스로부터 3조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는 희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 투자 유치 뉴스에서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김건희 여사가 넷플릭스 투자 과정에서 ‘역할을 했고’ 일부 참모들이 김 여사에게 보고까지 했다는 미담성 기사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기레기도 아깝다. 그냥 쓰레기가 썼다’는 말로 김건희 여사의 투자 유치 미담 기사에 상당히 불편한 반응들을 쏟아냈습니다.

과거 독재 정권 시절 ‘문화공보부’에서 얼기설기 만든 관제 정부홍보 영상을 연상케 할 만큼 ‘김건희 여사 넷플릭스 공헌’ 미담은 읽기에 낯이 좀 뜨거웠습니다. 통신사를 비롯한 도하 언론들도 대부분 비슷한 논조로 김건희 여사를 ‘찬양’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넷플릭스 투자 유치 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조력자’로 보일 만큼 김 여사의 ‘숨은’ 공헌이 ‘주어’로 부각돼 보였습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대통령실 관계자가 김건희 여사의 투자유치 공헌 강조와 함께 참모들이 김 여사에게 보고까지 했다고 ‘버젓이’ 밝힌 사실입니다. 여기에서부터 이번 사건은 단순한 ‘김 여사의 오지랖’ 해프닝이 아니라 공식라인이 아닌 ‘관계인’의 ‘국정개입 의혹’으로 정치쟁점화 될 가능성을 던져줍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중간 중간에 (넷플릭스와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을 대통령께 보고 드리고 콘텐츠와 관련해서 관심이 많았던 영부인께도 보고 드린 적이 있었다.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말씀했다”라며 투자 성사의 후일담을 전했습니다. 이를 보도한 일부 언론은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경험과 네트워크가 풍부한 김 여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넷플릭스의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친절하게 배경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70년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그동안 불철주야 미국 국빈 방문을 준비한 것은 그 자체로 국익을 위한 행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등 ‘주변 가족’들까지 나서서 거액의 투자를 유치한 것도 국익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국익입니다. 김 여사가 대통령실 보고 결재 라인에 ‘개입했다’는 것은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반하는 국익 훼손 행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국정개입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일갈했습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이에 대해 “대통령 부인은 수렴청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우리 국민은 윤 대통령을 뽑았지 김건희 대통령을 뽑지 않았다. 권한 없는 자의 권한 행사야말로 국기문란과 국정농단의 시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박 의원은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김 여사에게 국빈방문 사안을 보고했다는 건 대통령실의 기강이 대통령의 말이 안 먹힐 정도로 해이하든지, 사실상 지금 대통령실을 움직이는 건 김건희 여사란 소리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비선출직인 김건희 여사가 영부인 지위로 대통령실의 ‘보고’까지 받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중요한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에게 넷플릭스 투자 유치 보고를 ‘비공식적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만 않는다면 ‘대통령실 내부 문제’이니 국민들도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실 핵심관계자가 공개적으로 김건희 여사에게도 보고를 했다고 말한 것은 김 여사가 대통령실 공식 보고라인의 한 축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실 내부에서 ‘내밀하게’ 처리하면 될 일을 관계자가 ‘굳이’ 김 여사의 개입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왜일까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 째는 대통령실 참모의 순수한 충정입니다. 대통령실 참모가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남편을 내조해주기 위해 불철주야 ‘국정에 매진’하는 김 여사가 안쓰러워 최소한의 경의 표시로 언론에 투자 보고 사실을 알려 ‘영부인’의 공헌 미담이 묻히지 않게 하려는 순수한 의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관저에서 열린 친교행사에서 작성한 방명록. 윤 대통령은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우리의 글로벌 동맹을 위하여"라고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관저에서 열린 친교행사에서 작성한 방명록. 윤 대통령은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우리의 글로벌 동맹을 위하여"라고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아니면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실 업무에 깊이 ‘개입’해 참모들이 김 여사의 활약상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용산 분위기를 장악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김 여사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을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수시로 했다면 그것이 곧 아랫사람들에게 ‘미담 홍보’의 압력 기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침체에 빠져 있고 잇단 외교 설화 등으로 대통령실도 분위기가 많이 위축될 것입니다. 이번 윤 대통령 ‘내외’의 미국 국빈 방문 성공으로 분위기 전환을 모색하려는 열망도 강했을 것입니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김건희 여사의 노력과 진정성을 민주당이 사사건건 폄훼하며 ‘습관성’으로 비난하는 것이 야속하고 서운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치사’를 대놓고 하는 것은 독재정권 시절 권위주의 접근방식입니다.

특히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영부인이 공개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비선라인의 전횡을 야기할 위험이 있습니다. 대통령 업무의 핵심은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의 역할과 개입이 ‘공식적으로’ 언급된다면 이는 영부인의 열정적인 대외활동 문제가 아니라 일부 비선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으로 비화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김건희 여사의 이번 넷플릭스 투자 유치 공헌에 대한 ‘국정개입’ 의혹은 지난 2021년 12월 26일 김 여사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아내로서 논란이 된 이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힌 그때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합니다. 김 여사는 당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영부인 역할’은 그가 대 국민 사과를 하며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선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당선되었음에도 대통령실이나 김 여사는 ‘사과문 발표’ 이후의 영부인 역할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어느 순간 넷플릭스 투자 보고까지 받는 ‘지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김 여사가 대외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면 2021년 사과문 발표 이후의 영부인 역할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다시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제2부속실이라는 공식기구를 통해 합법적이고 공정하게 영부인의 역할을 수행하면 됩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폐지가 윤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재설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제2부속실을 공식기구로 할 경우 모든 업무가 법적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금 김건희 여사의 ‘비공식적인 활동’은 법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자유분방함 그 자체입니다. 이런 점에서 김 여사의 넷플릭스 공헌 미담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운영 원칙과 공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선라인 국정개입’의 위험신호입니다.

한편 김 여사의 ‘광폭행보’ 비판에 대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방미 준비 등으로 챙기지 못하는 일정을 김 여사가 대신 챙겨 주길 요청했다”거나 “국정 파트너로서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는 해명을 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지금 김건희 여사의 광폭행보는 ‘적극적 역할’의 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김 여사의 대학원 동기가 의전비서관에 임명돼 ‘김건희 파워’를 실감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국민들은 김 여사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해 대통령실 참모들로부터 넷플릭스 투자 보고까지 받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야권에서는 “넷플릭스 보고는 빙산의 일각일 뿐 더 많고 다양한 국정이슈에 대해 김 여사가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 핵심 위치에 있다 물러난 한 고위직 인사는 외부에서 윤 대통령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일을 시작하자 모종의 채널로부터 ‘여러 가지 일을 하려 하지 말고 김건희 여사 말만 잘 들으면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를 두고 “윤석열 정권의 또 다른 ‘태양’”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또 다른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투데이 성기노 정치전문기자

파이낸셜투데이 성기노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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