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인베브, K푸드 열풍에 소주 관심 보여
전세계 50개국서 500여개 맥주 브랜드 전개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한 ‘소주 세계화’ 주목

오비맥주의 모회사이자 전세계적인 주류 운영사인 AB인베브(AB InBev). 사진=AB인베브 SNS
오비맥주의 모회사이자 전세계적인 주류 운영사인 AB인베브(AB InBev). 사진=AB인베브 SNS

국내 1위 맥주 브랜드 ‘카스’ 운영사인 오비맥주가 소주 사업에도 진출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오비맥주의 소주 사업 진출에는 오비맥주의 모회사이자 전세계적인 주류 운영사인 AB인베브(AB InBev)의 의지가 컸던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신세계그룹 산하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주류업체 ‘제주소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제주소주가 보유한 용지와 설비시설 등도 함께 인수하며 구체적인 인수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제주소주는 신세계엘앤비가 전개하는 소주 업체다. 2011년 제주도에서 설립된 제주소주는 2016년에 이마트가 190억원에 인수했다. 이마트는 2017년에 제주소주의 올레소주를 ‘푸른밤’으로 바꾸며 시장판도 뒤흔들기에 나섰지만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에 밀렸다.

이후 제주소주는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고 수출용 소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류(K컬처)가 동남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제주소주도 동남아 유통업체와 손잡고 과일소주를 납품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가 오비맥주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AB인베브 아시아태평양사업법인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한다.

AB인베브는 미주·유럽·아시아를 중심으로 주도적인 입지를 구축한 세계적 맥주회사다. 2004년부터 대륙별 유력 주류 회사를 차례대로 M&A(인수·합병)에 나서면서 세계 최고의 맥주 제조 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AB인베브의 유명 산하 브랜드로는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코로나 ▲하얼빈 ▲호가든 등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제품들이 다수다. 산하 브랜드가 각기 다른 나라에서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다.

덕분에 AB인베브의 유통망과 영향력은 전세계적으로 막강하다. 그러한 전세계적인 업체가 소주 업체를 인수했다는 것이 이번 딜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베트남 현지 마트에서 판매되는 한국 소주. 사진=신용수 기자
베트남 현지 마트에서 판매되는 한국 소주. 사진=신용수 기자

오비맥주 측도 이번 제주소주 인수 건은 홍콩에 기반한 아태법인이 나서서 이뤄졌다고 설명할 정도다. AB인베브가 소주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소주 인기는 실제로 높아지고 있다. 영화·드라마 등 K컬처 콘텐츠에 소주가 자주 등장하며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1억달러(약 1340억원)를 넘어섰다. 전세계 소주업계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도 소주 수출에 힘입어 베트남 하노이에 공장 부지를 마련하고 현지에서 직접 소주 생산에 나서기로 발표할 정도다.

오비맥주도 K컬처의 인기에 파리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나서 파리 현지에서 ‘카스 포차’라는 이름으로 한국식 포장마차 테마의 홍보 부스를 운영했다.

이에 AB인베브와 오비맥주가 전세계적인 유통망을 활용해 소주의 세계화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AB인베브와 오비맥주는 맥주업계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다른 제품군을 발굴해 수익성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오비맥주가 제주소주의 한국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AB인베브가 최근 국내 주류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증류주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자를 찾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AB인베브는 제주소주 공장에서 제조하는 증류식 소주를 통해 국내 소주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증류식 소주는 하이트진로나 롯데칠성의 주력 주류 브랜드의 희석식 소주와는 달리 제품이 생산에 시간이 더 걸리는 제품이다. 희석식 소주와 비교해서도 제품 단가가 더 높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 소주병이 OTT를 통해 노출되면서 소주 품목의 해외 수출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는 호기심 차원에서 매출이 일어나는 상황이지만 AB인베브와 같은 글로벌 업체가 수출과 생산에 나선다면 대대적인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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