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금 2000억원, 자본잠식률 56% 등 한계 달한 재무 역량
미 FDA 임상 2상 앞둔 ‘에이즈 백신’ 개발 자금 필요해져
백신 대박 기대감 ‘시들’... 주가 전일 대비 11.06% 하락

크레오에스지가 열악한 재무 상황속 신약 개발을 지속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게 됐다. 크레오에스지는 최근 에이즈 백신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2상을 앞둔 자회사 이뮤노백스바이오를 합병한 이후, 상장사의 자금조달 수단인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신약개발 자금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크레오에스지의 금번 자금조달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매출실적 등 가시화된 성과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잠재력만을 내세워 주주들에게 큰 부담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레오에스지는 그간 막대한 결손을 누적하며 수년간 자본잠식을 이어오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크레오에스지는 전일 300억원 규모의 주주우선공모증자를 결정했다. 신주의 예정발행가액은 기준주가에 할인율 25%를 적용한 732원으로 책정됐다. 발행 신주규모는 4100만주로 총주식수의 27.97% 수준이다. 자기주식을 제외한 구주주 1주당 신주배정비율은 약 0.2804주다.

발행가액 확정일은 11월 4일로 예정됐다. 같은달 7일부터 이틀간 구주주 대상 청약이 진행된다.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는 11월 12~13일 양일간이다. 대표주관사는 SK증권이다.

크레오에스지는 금번 조달 자금 300억원을 신약 개발에 투입한다. 특히 미국 FDA 임상 2상을 앞둔 에이즈 백신 ‘SAV001’과 최근 연구영역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크레오에스지 측은 “최근 자회사 합병으로 상장사가 신약 개발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며 “신약 상용화에 주력해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크레오에스지의 이번 자금조달을 대하는 기존 주주들 및 시장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크레오에스지 주가는 전일 대비 11.06% 하락한 788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래의 신약 개발 성과에 대한 기대감보다, 당장의 주가희석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크레오에스지가 백신 개발을 통해 얻고 있는 매출이 전무하다”며 “중간 단계의 기술이전조차 없는 상황에서 기약 없이 대박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번 자금조달이 오히려 크레오에스지의 열악한 재무구조를 부각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자체적인 재무 역량으로 신약개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은 물론이고, 유력한 외부투자를 유치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결국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게 됐다고 보는 시각이다.

실제로 크레오에스지는 오랜기간 적자 심화로 2019년도부터 현재까지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하회하는 부분자본잠식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누적 결손금 규모가 1974억원에 달한다. 자본잉여금 대부분을 까먹어 자본총계가 32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자본금 733억원 기준 자본잠식률은 56.34%다. 이번 300억원 유상증자 이후로도 부분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없는 수준이다.

크레오에스지는 올해 상반기 보유현금 규모가 40억원으로 전년 동기(83억원) 대비 반토막 난 상태다. 결국 실질적 위협인 자금난에 직면해 막대한 주가희석을 대가로 자금을 수혈받게 된 양상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주주우선공모가 추진된 맥락을 살펴보면 결국 회사의 절박한 재무상황과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며 “조달자금의 투입이 실제 매출 증대로 직결되는 뚜렷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공모 흥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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