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른바 딥페이크를 이용한 범죄 때문에 세계가 뒤숭숭하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범죄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일단,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가 심각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망칠 수 있는 중범죄다.

이뿐만이 아니라,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범죄는 정치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판을 봐도, 딥페이크 범죄가 얼마나 선거판을 어지럽히는지를 알 수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가짜 사진이 퍼지고 있는가 하면,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중국 공산당 깃발 앞에서 연설을 하는 딥페이크 사진도 유포되고 있다.

이제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봐도, 해당 사진이나 동영상의 진위를 먼저 파악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그런데 문제는,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진 사진이나 동영상의 진위를 분명하게 가릴 수 있는 마땅한 기술이 아직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딥페이크를 이용한 가짜뉴스, 조작된 사진 혹은 동영상을 퍼뜨리면, 해당 범죄자의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간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절실하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차원에서 ‘딥페이크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교육’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런 교육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일 이런 교육이 효과가 있다면, 다른 범죄 예방을 위해서도 ‘교육’만 잘 시키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음주 운전 예방 교육을 한다고 해서 음주 운전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교육’을 한다고 딥페이크를 이용한 범죄가 어느 수준까지 없어질지는 의문이다. 교육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이라는 말이다.

딥페이크 관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당 범죄를 엄벌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딥페이크 범죄를 엄벌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법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법의 속성 중의 하나가 ‘경직성’이기 때문에, 법이 사회적 변화를 신속하게 쫓아가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이미 범죄가 만연한 상황에서는, 서둘러 법을 만들어야 함은 상식이다.

그런데 그런 법을 만들어야 하는 지금의 국회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신들은 민생을 위한다고 외치지만, 실제 민생을 외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권력 유지 혹은 권력 획득을 위한 ‘이기적인 행위’를 민생으로 포장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국민이 민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법안을 놓고 맨날 싸움질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무지 개최 목적도 아리송하고, 그 위법 여부도 논란인 청문회를 허구한 날 개최하기는 하지만, 이런 청문회가 도대체 민생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민생이라 부르고 이기적 권력 추구라고 읽을 수밖에 없는’ 행위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국회인 것이다.

이런 국회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는 상임위 중의 하나가 국회 과방위일 것이다. 현재 국회 과방위에는 두 개의 법안소위가 있는데, ‘과학기술 원자력 법안소위’와 ‘정보통신 방송 법안 소위’가 그것이다. 그런데 둘 다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통상적으로 소위에서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뒤에 전체 회의를 열어 법안을 법사위에 넘기고, 본회의 회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는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AI 관련 딥페이크 범죄를 예방, 처벌하고, 우리의 AI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관련 법안에 대한 법제화 움직임은 전혀 없고, 오직 ‘방송’ 분야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후 지난 8월 21일까지 과방위에 계류된 법안은, 인공지능(AI) 기본법, 소프트웨어 진흥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과학기술 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법안을 비롯해 113건에 달한다. 여야 간의 이견이 없던, 휴대전화 구매비용을 낮출 단통법 폐지도 마찬가지로 과방위의 서랍 속에 잠자고 있다.

이런 과방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민주당은 지금, 자신들의 권력 획득에 주된 관심을 둘 뿐, 민심에는 관심이 없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방송 4법도 민생과 관련된 중요 법안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과연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단통법 폐지 문제처럼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에 국민들이 더 관심을 둘지, 아니면 방송 4법 개정에 더 관심을 둘지는, 굳이 논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잦은 청문회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방통위 공무원들의 탄원에 대해, “자료를 제대로 냈나, 답변을 제대로 했나, 뭐 하느라 (직원들이) 고생했느냐”며 “국회가 일을 하겠다는데 항전하는 거냐”라고 호통치는 의원들의 모습이다. 이런 ’의원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의 국회가 우리 국민에게 과연 어떤 이익을 주고 있을까를 물으면, 여기에 답할 수 있는 국민은 아무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회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 바라지는 않는다. 우리 국민이 바라는 것은, 우리에게 절망을 주지는 말아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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