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 합의 과정 중 여러 차례 민원 취하 요청”
단순 민원 줄이기 ‘집중’…농협카드 "고객 편익 높이기 차원"

제보자 A씨의 NH농협은행 결제계좌 입금내역(왼쪽)과 NH농협카드가 A씨에게 보낸 연체료 지급 확인 문자. 사진=제보자 제공
제보자 A씨의 NH농협은행 결제계좌 입금내역(왼쪽)과 NH농협카드가 A씨에게 보낸 연체료 지급 확인 문자. 사진=제보자 제공

NH농협카드가 민원 취하를 목적으로 고객의 증빙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배상을 집행한 사례가 포착됐다. 이에 민원 관리에만 급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NH농협카드 측은 “민원 건수를 줄이려는 의도는 없다”고 전했다.

9일 파이낸셜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NH농협카드는 배상을 합의한 고객 A씨에게 필요한 증빙자료를 받지 않은 상태로 배상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NH농협카드는 A씨에 여러 차례 민원 취하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세한 경위는 이렇다. A씨는 지난 5월 23일, NH농협카드로 신용카드를 갈아타면서 아파트관리비 자동이체를 함께 계약했다. 하지만, 5월분이 정상적으로 청구되지 않고, 6월 말에 두달치 관리비가 청구됐다. 여기에 연체료가 붙었다.

NH농협카드 방침상 아파트관리비 자동 납부는 납부일이 신청일로부터 7영업일보다 적은 경우 당월분이 내달로 이월돼 합산 청구된다. 따라서 관리비 납부일이 매달 말일인 A씨의 최초 관리비 납부일이 미뤄졌던 것. NH농협카드는 A씨가 가입할 당시 이를 안내하지 않았다. 

A씨는 뒤늦게 사태를 인지해 지난달 18일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을 접수한 지 일주일이 지나 담당자와 통화해 민원 취하를 조건으로 연체료를 전액 배상받기로 합의했다. NH농협카드는 배상을 진행하기 위해 관리비 내역서 등 증빙자료가 필요하다며 이를 요구했고, A씨는 관련 서류를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NH농협카드로부터 결제계좌에 연체료를 입금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담당자와 통화한 지 나흘만의 일이었다. NH농협카드는 7월 29일 정오쯤 A씨의 결제계좌에 연체료를 입금하고, 한 시간쯤 지나 A씨에게 “아파트관리비 영수증이 송부되지 않아, 부득이 아파트관리비와 평균 연체료·연체이자를 계산해 계좌로 입금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A씨는 “증빙자료를 요청해 놓고선, 자료를 전달하기도 전에 배상을 집행하는 경우는 난생처음”이라며 “당황스럽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냈다. 이어 A씨는 “(카드사에서) 민원을 취하해달라며 의사를 계속 묻는데, 민원 하나 줄이려고 일방적으로 배상 조치하고 끝내버린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카드업계에선 일방통행적 배상 집행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보상을 집행할 때 고객에 요청한 증빙자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 전화‧문자 등 수단으로 몇 차례 연락을 넣어 근거 마련을 위해 관련 자료를 전달해달라고 재차 안내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추가적인 안내 절차 없이 마냥 기다리다가 일방적으로 배상을 결정‧집행하고 이를 근거로 민원 취하를 요구한다면, 이는 해당 카드사의 내부적인 의사결정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도 “카드사 실수로 고객에게 보상할 때는 집행 전에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연체료 내역‧정산 등을 확인했고, 이를 기준으로 대금결제 계좌에 언제, 얼마를 지급할 예정이라는 것을 안내해야 했다”고 말했다. 

민원을 빠르게 처리해 종결짓는 방식으로 정량적인 민원 건수만 축소하는 '꼼수' 확산 우려도 제기된다. 카드업권 관계자는 “소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민원 요인을 제거하는 사례가 누적될 경우 민원 건수 성격을 구분할 수 없어지는 것은 물론, 절차와 안내를 생략하고 민원 처리에만 매몰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카드사는 비은행권 중 민원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 탓에, 금융소비자 보호에 부진하다는 비판이나 금융당국의 주요 감시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민원 관리는 이를 피하기 위한 사전 관리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정기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여기엔 각종 민원 평가 지표가 포함된다. 

NH농협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NH농협카드의 신용카드 자체민원 건수는 2022년 4분기(10~12월) 24건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지난 1분기(1~3월)까지 4~5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NH농협카드는 NH농협은행의 겸영업무 형태로 포함돼 은행 민원 건수에 카드분이 취합된다. 

민원 건수가 비슷했던 삼성‧KB국민카드는 절반 가량 감소세를 보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2년 말 20여건의 자체민원이 접수됐던 삼성‧KB국민카드는 올 1분기 각각 12건, 8건으로 줄었다.

자체민원은 서면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으로 접수된 민원으로, 금융감독원 등으로 이첩되기 이전 금융회사에만 접수된 상태를 말한다. 통계엔 취하되거나 처리가 완료된 민원은 집계되지 않으므로, 실제 접수된 민원 건수는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카드 “빠른 민원 처리, 고객 편익 위한 것…민원  건수 줄이려는 의도 아냐”

NH농협카드 관계자는 “증빙자료를 요청한 것은 해당 연체료의 배상액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며 “7월 26일 두 차례 민원 고객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부재중이었고, 연체료 관련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당사는 연체료 관련 자료를 받지 못했지만, 고객의 실제 연체료보다 많은 금액을 적절한 근거(국토교통부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따른 표준 연체료율 산정)로 추정해 송금했다”며 “빠른 민원처리를 위해 당사가 노력하는 점은 고객의 편익을 높이기 위함이었고 민원 건수 집계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보상은 이미 유선상담을 통해 민원 고객과 협의된 사안이었기에, 추가 증빙자료 제출이 없더라도 전산조회와 녹취 청취 등을 통해 최종 발생한 실비를 추정해 적절한 산식(국토부 관리규약)에 의해 제공한 것”이라며 “다른 민원 상황에서도 표준통화료 등 일반적인 규약, 법령 등의 적절한 근거를 통해 산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NH농협카드 측은 마지막으로 민원건수 축소 우려에 대해선 “당행에 민원이 접수되면, 소비자보호차원에서 민원이 완만히 해결되더라도 접수 건수에 포함되며 취하되더라도 민원취하율을 별도로 집계하고 있다”고 답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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