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여야 정당들의 지지도는 정체 상태다. 그만큼 어느 정당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른바 일극 체제의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더 많은 구조적 모순을 노출하고 있다.

여당은 이번 총선까지 세 번 연이어 총선에서 패했다. 이러한 정당의 총선 이후의 행보는 향후 보수의 진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당권 경쟁에 배신자 프레임이 등장하고, 친윤 대 반윤의 케케묵은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에 보냈다는 메시지가 공개되고, 이를 둘러싸고 점입가경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문자가 어떠한 경로와 경위를 거쳐서 공개되었든, 문자 공개는 용산의 핵심 주류 세력의 전당대회 개입 의도가 아니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한동훈 후보가 전대에서 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검 수용과 수평적 당정 관계로의 변화를 주장하면서 여권은 친윤·반윤의 분열상을 보이고 용산의 한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김건희 여사 문자 파동으로 비화한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이다.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를 한두 가지로 단정할 수 없지만, 기본 패인은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불통, 마이웨이식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심판이다. 이러한 원인은 대통령실과 여당의 종속적 관계와 그동안 당무에 무모하게 개입한 용산의 행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의 퇴출, 지난해 나경원 당권 후보를 내치기 위한 연판장 등에서 나타난 ‘윤핵관’ 들의 퇴행적 행동들이 민심의 이반을 가져온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지난 총선 기간의 이종섭 전 장관의 출국,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대파 논쟁들을 야기하면서 민심과의 괴리는 총선의 참패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보수가 갈 길을 잃었다. 영남 자민련, 서울에서 강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지지 기반을 상실한 정당, 70대 이상의 연령층의 지지에 기댄 취약한 정당으로 추락하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제대로 된 상황인식과 문제의식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현안으로 대두된 해병대원 특검법에 재의요구권을 조자룡 헌 칼 쓰듯이 휘두르고 있다. 언제까지 민주당의 특검 공세를 피할 수 있을까. 민주당 발의 해병대원 특검법의 일부 무리한 조항이 있음에도 여론은 특검 도입 쪽이 높은 걸 왜 성찰하지 못할까. 민심의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보수 여당은 개념조차 없다.

지금 여권의 분위기로 볼 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 사건 재판,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판결이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지금의 기조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이는 참으로 안이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표의 1심 재판에서 유죄가 나와도 이 대표 위상은 결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여권이 비록 의석은 적지만 나름의 독립변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에 에너지를 결집시키고 동력을 끌어모을 수 있느냐의 여부와 여권이 얼마나 유권자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인과적으로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일인 체제, 보기 민망한 아부와 충성 경쟁을 넘어 당 대표와 돈봉투 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 대통령 탄핵 청문회 등 과한 행동들을 서슴지 않고 밀어붙이는 민주당 배짱의 근거는 대통령 지지도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서 나온다.

야당의 무리한 행태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건 여권의 쇄신과 변화를 통한 국민의 지지와 신뢰 회복이다. 최소한 지난 대선 때의 지지율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면 보수의 위기는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여권은 현실 인식과 문제의식의 방향을 상실했다. 친윤 핵심의 생각이 바뀌고, 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보가 일방통행식의 독주를 멈출 것이다. 야당에 대한 여권의 비난 정치효능감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야당이 의석을 압도적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게 상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국민에 조응하고, 여론에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에 이러한 능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여당의 전대가 일주일 앞이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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