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에 흰우유 소비량 급감
유업계, 프리미엄 우유·락토프리 출시
“우유 소비도 양극화…소비 추세 맞춰야”

서울우유가 지난 4월 선보인 프리미엄 ‘A2+ 우유’.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서울우유가 지난 4월 선보인 프리미엄 ‘A2+ 우유’.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우리나라의 올해 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지면서 국내 유업계도 위기에 직면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저연령대 위주의 흰우유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유업계는 프리미엄과 소화가 쉬운 제품을 출시하며 대응하고 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흰 우유 시장의 지난해 규모는 1조6591억원 수준으로 2020년 보다 5.4% 감소했다.

반면 프리미엄 우유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유 품질 향상과 기능성에 집중한 프리미엄 전략이 시장에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제품은 서울우유가 지난 4월 선보인 ‘A2+ 우유’다.

‘A2+ 우유’는 서울우유가 A2 전용목장에서 생산한 A2 우유에 체세포수 1등급, 세균수 1A 원유와 EFL공법(원심분리기로 세균·미생물 제거하는 공정)을 적용한 프리미엄 우유다. A2 우유는 단백질 성분이 ‘A2 베타카제인’만을 함유한 우유로 일반적으로 마시는 우유에는 A1과 A2 단백질이 모두 함유돼 있다.

A2 우유는 기존 흰우유 제품보다 가격이 높다. 710ml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3600원대로 서울우유의 주력 흰우유 ‘나100% 우유’ 1000ml(2980원)에 비해 가격과 양에서도 차이가 크다.

그러나 A2 우유의 단백질은 모유와 유사한 구조로 소화 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생후 12개월부터 우유를 먹이는데 소화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민감한 영유아의 장에서도 부드럽게 소화된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즉 배앓이 없이 소화가 잘 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A2 우유를 수입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정도다. 다만 국내에서는 A2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판별 특허와 각종 기술이 부족해 국내 생산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관련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산 A2우유 출시가 가능해졌다.

서울우유에 앞서 연세우유가 지난해 10월 ‘세브란스 전용목장 A2단백우유’를 출시했다. 연세우유의 A2우유는 판매 초기에 주문량 급증으로 품절사태가 나타났으며 출시 6개월 누적판매량 300만개를 넘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업계가 A2 우유 출시에 고민할 때 연세우유가 선제적으로 제품을 출시했다”며 “뒤이어 시장지배자적 위치에 있는 서울우유가 A2 우유를 출시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A2 우유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의 락토프리 제품 '소화가 잘되는 우유'. 사진=매일유업
매일유업의 락토프리 제품 '소화가 잘되는 우유'. 사진=매일유업

유업계 선두를 다투는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A2 우유 출시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프리미엄 제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시장 진입 가능성을 열어놨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제품은 ‘락토프리’다. 락토프리는 소화를 불편하게 만드는 유당을 제거한 제품으로 배앓이로 우유를 마시지 않던 성인 소비자까지 끌어모을 수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2005년 락토프리 우유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선보였고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점유율 약 44%를 차지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현재 전체 흰우유 시장(지난해 1조6591억원)의 6%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락토프리 우유 비중이 앞으로 8%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일유업의 카페 프랜차이즈 ‘폴바셋’에서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활용한 ‘소잘라떼’가 꾸준한 인기를 보일 정도로 소비자 수요가 높다.

또 매일유업의 프리미엄 브랜드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는 유기농 전용목장의 우유만 사용하면서 유기농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유기농 전용목장을 통해 젖소들이 쾌적하도록 초지와 방목장 등의 축사 면적을 다르게 배치햇고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100% 유기농 목초와 사료만 먹이고 있다.

남양유업 맛있는 우유 GT 진짜 고칼슘 락토프리.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 맛있는 우유 GT 진짜 고칼슘 락토프리. 사진=남양유업

오너 체제에서 벗어난 남양유업도 락토프리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2021년 흰우유 브랜드 ‘맛있는 우유 GT’에 락토프리 제품군을 추가했다. 지난 2월에는 ‘맛있는 우유 GT 진짜 고칼슘 락토프리’를 출시하면서 락토프리 제품군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렇듯 흰우유 제품군 다양화는 최근 소비 추세인 ‘양극화’의 영향이 크다. 고물가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멸균 우유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음용유 기준 가격이 L당 88원이 인상되며 흰우유 1L 평균가격이 3000원을 돌파했다. 올해에도 가격이 인상된다면 L당 1084원인 음용유 가격은 1110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품질에 예민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값싼 수입산 멸균 우유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품질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프리미엄 제품을 택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는 양극화 소비가 유업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출산율 저하로 흰우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제품 프리미엄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사실상 ‘가성비’ 멸균우유, 프리미엄 ‘A2·락토프리’ 우유로 시장이 양분화돼 있어 국내 유업계의 프리미엄 시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