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이번에는 모녀 측 손들어줘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우호지분 48% 확보
지분 18% 신동국, 경영참여 시사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키맨’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한양정밀 홈페이지 갈무리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키맨’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한양정밀 홈페이지 갈무리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재개됐다. 경영권 분쟁의 ‘키맨’ 역할을 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손을 잡으면서다. 신동국 회장이 앞선 분쟁에서 임종윤·임종훈 형제를 지지했으나 3개월 만에 입장을 바꾸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4일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세종은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두 모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과 함께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녀가 보유 중인 지분 가운데 6.5%(444만4187주)를 신동국 회장이 1644억원에 사들인다. 이를 통해 신동국 회장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율을 12.43%에서 18.93%로 높인다. 반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각각 6.16%, 9.7%의 지분율 보유하게 된다. 모녀의 지분은 낮아지지만 확보한 자금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신동국 회장과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은 이번 계약에 따라 직접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35% 지분과 직계가족 및 우호 지분을 합쳐 한미사이언스 의결권의 과반에 가까운 48.13%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내내 모녀를 지지해온 국민연금의 지분(6.04%)까지 더해지면 54%에 달한다.

반면 임종윤·종훈 형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29.07%에 그친다.

이번 계약으로 신동국 회장은 주식 처분에 제한도 두게 됐다. 즉 신동국 회장은 모녀의 동의를 받지 않고서는 제3자에 보유한 지분을 팔 수 없게 된다.

앞서 신동국 회장이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임종훈 형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경영권 분쟁 판도가 바뀐 만큼 법무법인을 중개자로 삼고 법률적인 구속력있는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동시에 모녀와 신동국 회장은 경영권 확보 후 직접 경영보다는 전문경영인을 앞세우기로 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오너리스크로 회사가 흔들리며 위기에 노출돼 주가가 크게 저하된 정도로 한미약품그룹의 브랜드 가치가 많이 훼손됐다는 판단에서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한양정밀 홈페이지 갈무리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한양정밀 홈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을 좌우하는 인물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74) 한양정밀 회장이다.

한양정밀은 신동국 회장이 1981년 세운 소형굴삭기 및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다. 2002년부터는 소형 굴삭기 제품을 제조·생산하며 사업군을 다각화했다. 지난해 연 매출액은 약 878억원, 영업이익은 37억원에 달한다.

1950년생인 신동국 회장은 한미약품의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후배로 30여년 넘게 한미약품 오너가와 인연을 맺었다. 이들은 장학회를 함께 만드는 등 고향발전을 위한 모임을 함께하며 막역한 사이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이 2000년 동신제약을 인수할 당시 본인이 소유한 동신제약 주식 60만주를 한미약품에 장외거래로 넘겨주면서 두 사람의 협력관계는 더욱 본격화됐다. 또 2008년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 때 한미약품과 한양정밀이 각각 동아제약 지분 9%, 5%를 보유해 경영권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후 신동국 회장은 2010년에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12.5%를 420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또 신동국 회장은 한미약품 주식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그가 보유한 한미약품 지분은 7.7%(96만9213주)다.

다만 임성기 회장의 타계 후 신동국 회장과 한미그룹 일가 사이의 관계는 이전보다 느슨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동국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자신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한 쪽의 손을 들어줬다. 경영권 분쟁 초기에 신동국 회장이 보다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측에 지분을 처분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신동국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초기에는 중립적 입장을 보였으나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손을 들었다. 이후 경영권 분쟁에서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승리하자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해외 사모펀드(PE)에 적극적으로 매각하는 방향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해외 PE들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획득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다양한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자금 조달까지 만들어내진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각이 진전되지 못한 상황이 3개월 넘게 이어져 왔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총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임종윤 이사(왼쪽)와 임종훈 이사(오른쪽). 사진=신용수 기자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총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임종윤 이사(왼쪽)와 임종훈 이사(오른쪽). 사진=신용수 기자

게다가 경영권 승리 이후 신동국 회장과 형제 측의 입장차가 컸던 것으로도 보인다.

신 회장은 전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한미약품그룹이)경영상 문제점이 많다. 주가가 말해주듯 경영 관련 여러 실망감이 있었다”며 “중요한 걸 형제가 나와 상의를 안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형제의 불투명한 경영 계획 등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됐으며 임종윤 사장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커져 전문 경영인 체제를 서두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올해 1월 기준으로 5만원이 넘었으나 현재는 3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도 신동국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주가 변동에 예민한 모습을 보여왔다.

당시 신 회장은 “지난 한미 50년을 바라봐온 결과 지금같은 입장을 낼 수밖에 없었음을 주주분들이 더욱 잘 알 것”이라며 “소액주주께서 장기적 차원에서 무엇이 본인을 위한 투자와 한미의 미래, 더 나아가 한국경제 미래에 도움이 될 지 좋은 결정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이 조만간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개최와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 상정을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오너가 모녀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과반 재탈환도 이뤄질 수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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