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봉작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리뷰》

마이클 사노스키 / 미국 / 99분 16초 / 25일 언론배급시사회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평균 소음 90데시벨dB을 자랑하는 미국 뉴욕시. 고양이 프로도와 함께 오랜만에 외출을 나온 사미라루피타 뇽오 분는 공연을 보고 돌아가던 중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섬광을 목격하고, 곧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정체불명 괴생명체의 출현에 충격에 휩싸인다. 살아남기 위해 홀로 사투를 벌이던 사미라는 우연히 또 다른 생존자 에릭조셉 퀸 분을 만나고, 둘은 괴생명체를 피해 지하철역부터 시가지, 맨해튼 북부 할렘까지 숨죽인 여정을 이어 나가는데⋯.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당신이 예상하는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다. 미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뉴욕시로 무대를 옮겼지만, ‘더 커졌다’보다 ‘더 내밀해졌다’는 표현이 적확한 작품이다. 물론 괴물 수십마리가 도심을 누비는 일은 그 모습부터가 장관이다. 지축을 흔드는 말굽 소리에, 또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모든 게 폭발적이다. 이것만은 블록버스터답다.

이야기는 뉴욕 호스피스에서 투병 생활을 이어 가던 사미라와 로스쿨을 이유로 영국 켄트주에서 온 에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국적이며 전공이며 성별까지 서로 간 공통점은 없지만, 극한의 공포 가운데 피어오른 ‘생과 사’라는 인간 본질이 대신 이들을 하나로 결속한다. 이렇듯 스릴러의 본질을 살리면서 동시에 등장인물의 감정선에 집중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다.

초반부는 다소 지루하다. 그러나 이를 만회하듯 중후반부터는 긴장감이 다시 되살아난다. 점프 스케어신은 3~4개 정도 등장하고, 적재적소 배치돼 보면서 비명을 참기가 쉽지 않다.

영화를 이끄는 힘은 괴물의 존재나 배경인 뉴욕 따위가 아닌, 루피타 뇽오의 탁월한 연기력이다. 이 중 뇽오의 연기가 가장 빛나는 곳은 후반부에 있는데, 이로써 관객은 과연 인간의 어떤 점이 그를 괴물보다 더 강한 존재로 만드는지를 마땅히 이해할 수 있다. 가수 니나 시몬의 ‘필링 굿Feeling Good’도 선곡이 훌륭하다. 감정의 파고가 최고조에 다다른 순간, 현재 사미라가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과 노래 가사를 교차해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비록 현실은 고되지만 마음 한편에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영화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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