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봉작

영화 ‘인사이드 아웃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인사이드 아웃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리뷰》

켈시 만 / 미국 / 96분 18초 / 11일 언론배급시사회 / 메가박스 코엑스

13살 라일리켄싱턴 톨먼 분의 행복을 빌며 매일을 바쁘게 감정 ‘본부’를 운영 중인 기쁨에이미 포엘러 분·슬픔필리스 스미스 분·버럭루이스 블랙 분·소심토니 헤일 분·까칠리자 라피라 분. 어느 날 전에 없던 감정인 불안마야 호크 분·부럽아요 에데비리 분·따분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분·당황폴 월터 하우저 분이 이들 앞에 등장하고, 특히 불안은 기존 감정과 계속 충돌하며 불협화음만 일으키는 존재다. “라일리의 삶은 더 복잡해졌고, 이제 너희보다 더 정교한 감정이 필요해.” 그렇게 본부에서 쫓겨난 원조 5인조.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더불어 그들이 사랑했던 라일리의 자아를 되찾기 위해 이들은 위험천만한 귀환을 시작하는데⋯.

12살 라일리가 13살이 됐다. 이는 곧 전편의 ‘사춘기’ 알람이 바야흐로 작동 준비를 끝마쳤다는 “예고편”에 다름없다. 작곡가 마이클 지아치노의 테마곡 ‘번들 오브 조이Bundle of Joy’가 시작부터 여전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는 소녀인 라일리가 어느덧 사춘기를 겪으며 발생하는 그의 사고思考와 사고事故에 집중하는 영화다. 주인공의 성장과 그에 따른 주변의 변화. 사실 이미 픽사가 ‘토이 스토리3’로 시도했던 바다. 

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비할 바 없는 픽사다. 그만큼 인간 심리에 대한 제작진의 열정이 아주 넘친다. 10대 청소년의 감정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자 2021년 기준 13~16세였던 9명의 10대 소녀를 고용해 여러 도움을 받았다. 아이들은 ‘또래가 느끼기에 거슬리는 건 없나요?’ ‘어떤 상호 작용이 더 현실적인가요?’ 따위의 질문을 들으며 영화 완성에 적극 기여했다. 그 결과 턱에는 여드름이 나고 입 안에는 교정 장치를 착용한 라일리가 그의 우상 앞에서 불안과 부럽, 당황 등 새 감정을 연달아 느끼는 모습이 현실적이고 꽤 실감 나게 묘사됐다. 또한 라일리는 ‘베프’들과 반목도 하는데, 할리우드답게 결말은 누구든 예상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지나치다 싶은 구석도 있다. 1편의 인기 요인이 감정의 의인화와 이타적 희생에 있었다면, 2편은 인간 뇌의 지나친 고찰로 설정이 과도해졌다. ‘신념이 모여 자아가 된다’는 설정을 과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편에서 다양성의 중요함을 깨달은 기쁨이 왜 2편에서도 아직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지 역시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여전히 전체관람가인 이유는 명쾌한 주제 덕분이다. 영화는 일방적 불안은 결코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짓는 완전한 감정이 아니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전체적으로 추방과 여로 그리고 복귀라는 3단계 구조를 전편과 똑같이 반복하며, 라일리가 처한 실제 환경이 아닌 불안이라는 감정 하나에 안타고니스트가 특화된 점이 차별화된 요소다.

다른 픽사 영화 ‘소울’에서도 그랬지만, 작금의 픽사는 지나치게 교훈적이고 설명조 일색이다. 아이도 어른도 감동받는 영화가 아니라 아이는 배우고 어른은 이해하는 영화로 전락하고 있다. 동화라 부르기에는 교과서에 더 가깝고, 담론이라 하기에는 깊이가 부족하다. 사람들은 심리학을 배우고자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다만 픽사를 향한 높은 기대를 접는다면, 기술적 완성도는 일정 수준 이상이다. 지루할 법하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음악도 효과음도 적재적소에 터진다. 신규 감정의 캐릭터 디자인도 픽사답게 최상급. 내내 눈은 즐겁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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