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궁 전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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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똘똘”이라고 선창하자 참석자들이 “뭉치자! 뭉치자! 뭉치자!”고 삼창을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이제 지나간 것은 다 잊고 한 몸이 되자”며 의원들에게 일일이 맥주를 따라 돌렸다.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에 있는 국민의힘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 만찬장의 한 장면이다. 총선 참패를 잊은 여당 국민의힘과 대통령의 태평성대.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108석은 굉장히 큰 숫자이고 우리 뒤엔 대통령이 있다”고 했다. 선거 패배는 이미 남의 일이고 이제 중요한 건 단결이라는 뜻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국민의힘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1%, 부정 평가는 70%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각각 최저치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부정 평가의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 문제가 15%로 가장 많이 꼽혔고, 이어 ‘소통 미흡’과 ‘전반적으로 못한다’ ‘거부권 행사’ ‘독단적·일방적’ 등이 뒤를 이었다.

분석가들은 총선 50일이 지나도록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반등은 커녕 20% 선마저 무너질 수준으로 추락한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역대 최악의 참패를 겪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대통령에 대한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초 취임 2주년을 맞아 민생·소통 행보를 늘리고 국회와의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두꺼운 얼굴 그대로인 모습에 국민 여론이 ‘차라리 잊으리라’라는 듯 싸늘해졌다는 것이다.

호위무사 홍준표 대구시장의 시각은 역시 달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21%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홍 시장은 2일 여론조사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로 무시하라는 것이다.

홍 시장은 대통령의 지지도 조사는 자신의 과거 경험으로 봐서도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응답률 15% 이하는 발표를 금지하고, 이른바 보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응답률 10%도 안 되는 여론조사는 설계하기 따라서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과는 달리 유승민 전 의원은 “정권의 생명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여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21% 지지율이라는 조사는 이 정권의 생명에 빨간불이 켜진 최악의 상태”라며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층의 민심이 총선 때보다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총선 끝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왜 민심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나. 대통령도, 정부 여당도 바뀐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라며 “총리, 장관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눌러앉았고, 용산 대통령실은 총선에서 국민 선택을 못 받은 낙선자들의 재취업센터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또 “보수층까지 찬성 비율이 높았던 채상병 특검법을 대통령은 거부했고 여당은 재의결에서 부결시킨 것을 무슨 큰일 해낸 것처럼 자랑했다”며 “총선에서 왜 박살 났는지 그 이유도 모른 채 ‘뼈 빠지게 뛰겠다’며 어퍼컷을 날리는 대통령, ‘한 몸으로 똘똘 뭉치자’는 의원들, ‘108석도 굉장히 큰 숫자’라는 비대위원장. 이러니 국민들 염장만 지르는 거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윤 대통령을 비판해 온 이재명 대표와 이준석 의원 얘기는 더 안 들어도 될 췌사(贅辭). 계속해서 유 전 의원의 쓴소리.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스스로 무덤을 팔 뿐이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특검법만 부결시키면서 3년을 버티고 나가면 된다고 믿는 것이냐, 20% 선이 붕괴된다면 그때는 정신 차릴까”

유 전 의원은 “사실 이 정도 지지율만으로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몰라서 둔감한 것인지, 심지가 워낙 굳건해서 타격감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21% 지지율은 집권 마지막 해에나 나타나는 지지율이라는 것 정도는 주변의 누군가가 직언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의원 워크숍에서 축하주를 마신 것과 관련해서도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된 직후 해병대 예비역들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국민의힘은 그런 민심을 외면하고 얼차려를 받다 숨진 병사의 영결식 날 어퍼컷에 맥주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행동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라며 “김치찌개 레시피 공개하고 계란을 마는 걸로는 아무것도 안 바뀐다”고 했다.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은 “저부터 먼저 바뀌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바뀐 게 없었다. 느낌이 없다. 보수 언론마저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 약속도 비서실장 등 일부 참모를 바꾸는 수준에서 멈춘 뒤 그 이상의 개편은 이제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비타협, 그래 놓고 이른바 ‘격노설’엔 가타부타 입을 닫아버린 불통,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두고선 검찰을 견제하는 듯한 태도 등으로 실망감을 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금 대통령과 여당은 당정 관계 재정립이나 야당과의 협치 같은 정치의 회복을 위한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건 그만의 책임일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를 써포트하는 내각과 비서진의 함량 미달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그마저 윤 대통령의 책임이라면 할 말이 없다. 정책의 난맥상이 드러난 건 예를 드는 것마저 민망하다. 금투세와 종합부동산세 혼선, 해외직구 규제, 고령운전자 자격제한 도입, 의대정원 졸속 확대 등등 설익은 정부 정책들이 국민들을 고혈압 환자로 만들고 있다. 앞으로의 3년이 절망스럽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이자 망사(亡事)라는 말이 있다. 잘하고 못하고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부 기관이, 용산 대통령실이 엉터리 집합소라는 비아냥이 왜 나오는가.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전문가는 없고 여기저기 아부꾼 천지라는 것이다. 오물풍선 문제도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정책을 정교하게 만들고 수행할 인재가 없다. 그저 아부만 하고 머리만 조아리는 생계형 날품팔이들 밖에, 눈에 띄는 인재가 없다.

그 많은 국책기관과 정부투자기관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앉은 수장들이 억대가 넘는 연봉만 타 먹으면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있지 않은가. 이렇다 할 실적이나 성과를 내놓은 걸 못 봤다. 철도공사가 한국형 고속철을 개발했다는 소식 외에는. 그래도 나라가 돌아가는 게 신기하다. 민간부문 덕일까. 삼성이나 현대, SK 등에 감사의 인사를 올려야 할 것 같다.

여론조사는 과학이다. 국솥의 간이 짠지 싱거운지, 한 숟갈로 간을 보는 게 여론조사다. 설계가 ‘의도’를 갖지 않는 한 틀림이 없다.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아도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사람을 써야 한다. 장차관, 국회의원 자리가 지인들, 연고 있는 자들을 위한 시혜적 나눔의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염불보다 잿밥에 신경 쓰는 사람들로 국가의 미래를 어찌 도모할 수 있겠는가. 무슨 때가 되면 국립묘지 참배는 왜 하는가. ‘꼬붕’들 거느리고 폼 잡으려 가는 건가. 머리 조아리며 가졌던 성심(誠心)과 애국심을 되찾기를 바란다. 정말 나라가 걱정돼서 하는 당부다.

서양인들의 속담이 된 “정직은 최선의 정책이다”(Honesty-Truth is the best policy)라는 말이 있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추앙하는 인물로 백 달러짜리 지폐에 그려진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지지율은 민심이다.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단, 명심할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In any situation) “정직은 최선의 정책이다”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제발 올라가길 바란다. 21%가 뭔가, 21%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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