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22대 국회 임기 중에 21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는 단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그런데 그에게는 여러 혐의의 사법 리스크가 있다. 물론 대선 때까지 어떤 사건도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을 개연성이 높지만, 이 대표는 가능한 대선이 빨리 있는 게 유리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 탄핵 등의 화두가 야권에서 나온 이유일 것이다. 해병대원 순직 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한 특검(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이 정국의 핵심 이슈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사건은 민생과는 아무 관련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건의 구조도 비교적 단순하다. 그럼에도 이 두 현안이 정국에 미칠 규정력은 만만치 않다. 태풍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 의석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야당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 대한 긍정 반응이 과반 이상을 기록한다면 야당이 의석을 무기로 여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마냥 높일 수만은 없다. 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기조와 당정관계가 변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의 분수령이 지난 9일의 기자회견이었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사건과 김건희 여사 관련 사안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정국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사건 특검에 대해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할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나 경찰의 수사에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결과가 나올 경우 저부터 주장하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관련 특검법에 대해 거부 방침을 밝힌 것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자체가 모순”이라며 더욱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나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불공정하다는 판단이 들 때 하는 게 특검이라는 윤 대통령과 보수 진영의 논리는 틀리지 않다. 이는 채 상병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에 대해 찬성하는 여론이 과반을 훨씬 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에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의결이 무산된다면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다시 특검법을 통과시킬 게 거의 확실하다.

이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또 다시 행사하고 국회에서 재표결에 부쳐질 때 재의결될 확률은 21대 국회보다 훨씬 높아진다. 국민의힘의 이탈표가 8석 내외만 나와도 재의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현실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은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이 아닌가.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 채 상병 특검에 대해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 중 여권이 받아들이긴 어려운 조항들에 대해 재논의를 거쳐 다시 수정안을 마련해서 여야 합의로 특검법을 통과시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으면 어땠을까.

대통령은 사법과 법치의 영역이 아닌 정치의 한 중심에 서 있다. 채 상병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태도는 법률가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나름대로 논거를 갖춘 말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국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걸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권이 계속 펴왔던 ‘수사기관의 수사’를 지켜보자는 진부한 논리를 되풀이 했다. 나아가서 국정기조 변화에 대한 질문에서도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어떠한 답변도 나오지 않았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과 여권에겐 지지율 반등과 지난 총선에서의 패배를 딛고 심기일전할 수 있는 정국 반전의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평소의 국정운영에 보였던 자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총선 참패에 대한 진솔한 성찰과 자기반성, 취임 2주년에 지지율의 정체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 대한 솔직한 언급을 찾기 어려웠다. 여러 민생과 경제에 대한 청사진 등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가 그리 후할 수만은 없는 이유일 것이다.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특검법을 비롯하여 검찰 압박 등 전방위적으로 여권에게 공세를 가할 것이다. 이러한 ‘비상’한 시기에 ‘보수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서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취지의 황우여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문제의 핵심을 빗나가도 한참 빗나가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야야 대치와 대결을 완화시킬 기회가 또 한 번 날라갔다. 여권은 앞으로 무엇을 동력으로 집권세력의 위상을 유지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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