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19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정례여론조사(4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2.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측면을 보여준다.

해당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11%p. 하락한 23%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선호도는 직전 조사 대비 9%p 하락했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호도는 직전 조사 대비 1%p. 올랐다. 정당 지지도를 보면, 국민의힘 30%, 더불어민주당 31%였다.

이런 언급을 하는 이유는, 첫째 이번 총선 참패에 누가 더 책임이 있는가에 대한 국민 여론을 짐작할 수 있어서이고, 둘째, 이번 총선에서 완승을 거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민 여론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위원장 중 누가 이번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가를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추론해 보면, ‘거기서 거기’라고 할 수 있다.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 정도가, 한동훈 전 위원장의 선호도 하락 정도보다 약간 크다는 차원에서 윤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지만,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이기에 대통령에게 책임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두 사람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이유에서, 지금 여권에서 일고 있는, 윤 대통령 책임론, 혹은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도 이번 총선에서 완승을 거뒀다고 기뻐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총선 직후에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는 총선 결과에 대한 여론의 ‘동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기 마련인데, 총선 완승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율(선호도)이 직전 조사 대비 1%p. 밖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민주당의 총선 완승의 이유가, 민주당에게 있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민주당이 잘해서, 혹은 좋아서,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들에게 표를 던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민주당이 ‘국민’을 입에 올리며 독주를 일삼을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2일, 윤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어서, 행정에 전념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동시에 ‘정치인’이기도 하다. 정치에서는 ‘보여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즉, 자신의 의도를 국민이 몰라준다고 억울해해서는 안 되고, 국민들이 자신의 의도를 잘 알 수 있게 하는 ‘보여주기’의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윤 대통령은 이런 ‘보여주기’의 과정을 소홀히 했던 것 같다.

소통도 마찬가지다. ‘소통을 하는 척’이라고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야당 대표도 만나지 않았으니 하는 말이다. 그나마 이제라도 야당 대표와 만나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런데 야당 대표를 한 번 만나는 것으로, 소통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야당 대표를 정례적으로 만나 국정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만남은, 야당 대표와의 정례 회동의 시작을 의미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번 만남에서 모든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려 들면 안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만남에서 나름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바로 총리 임명 문제에 대해 야당과 협의하는 모습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인사 폭을 넓혀 야당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신선한 시도라는 생각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야당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야당 측의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총리를 인선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총리 추천을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야당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면, 총리의 권한 행사를 보장해 줘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총리의 인사 제청권이다. 이런 권한 보장이 선행되지 않으면, 야당도 협의를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야당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채 상병 특검’이 그것이다. 정치란 주고받는 것이라고 할 때,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는 제스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는 정치를 실종시킨 국회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22대 국회는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는 국회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면, 이런 생각은 단순한 희망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불길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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