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당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총선을 앞두고 신당이 속출하는 것은 이번 선거만의 특징적 현상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신당 전성시대’는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특징이란, 거대 양당의 당 대표를 지냈던 인물들이 신당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 이는 거대 양당의 권력 지형이 개편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반발이 있음을 증명한다.

탈당한 양당의 전직 대표들은 이를 사당화(私黨化)라고 표현한다. 즉, 여당의 경우, 공천을 통해 친윤 체제를 강화하려 하고, 민주당의 경우 친명 체제의 완전 고착화를 추구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인 것이다.

하지만, 양당 사이에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국민의힘의 경우, 친윤 체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원조 친윤’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즉, 국민의힘의 경우, 친윤 그룹의 인적 구성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는 친명 체제를 강화하려 하지만, 인적 구성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권력 로직’이 민주당보다는 조금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런 복잡함은 공천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에서 동일지역 3선 이상 중진에게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동일지역에서 3선 이상을 한 의원들은 경선에서 15%의 감점을 받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과거 탈당 뒤 무소속 출마한 적이 있는 의원들은 7%의 감점을 추가로 받고, 당내 평가에서 하위 10%에서 30%에 속한 의원들은 20%의 감점을 별도로 받는다. 하위 10% 이하는 무조건 컷오프 대상이다.

그러니까 동일지역에서 3선 이상을 한 의원 중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에 다시 돌아온 전력이 있고, 당내 평가에서 하위 30% 이하에 속한 의원은 최대 42%의 감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의 감점을 받고 경선을 통과한다면, 이는 기적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일각에서는, ‘퐁당퐁당 당선’을 한 경우, 동일지역 3선 이상의 페널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틀린 주장이다. 예를 들어, 17대, 19대, 21대 총선에서 각각 당선됐더라도, 이는 동일지역 3선 이상 페널티의 적용 대상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동일지역에서 3선 이상을 한 것이, 과연 페널티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리 당선이 쉬운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3선 이상을 지낸 인물들은 상당한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당선이 쉬운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정치력은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아무리 훌륭한 정치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다른 지역에 출마시키면, 당선 가능성은 현격히 낮아진다. 아무리 정치력이 뛰어난 정치인이라도 지역구를 옮길 경우,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은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을 무턱대고 다른 곳에 출마하도록 유도한다면, 이는 당에 상당한 손실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이런 동일지역 3선 이상 중진 페널티와 관련한 또 다른 문제점은, 이들이 3선 이상을 하도록 만들어 준 것은 바로 해당 지역의 유권자들인데, 이런 유권자들의 선택을 ‘페널티의 대상’으로 만든 꼴이 됐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당이 일방적으로 평가한다거나, 유권자들의 선택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의의 정확한 반영이기 때문이다. 이런 동일지역 3선 이상 중진의 페널티의 목적은, ‘공식적’으로는, 정치 신인의 제도 정치권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의문이 생긴다. 21대 국회를 보면, 논란을 일으킨 정치인 상당수는 초선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과연 정치 신인들의 제도 정치권 진입을 용이하게 만드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이런 식의 페널티는 원조 친윤을 사라지게 하고, 신(新) 친윤의 국회 진입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의힘 상황 못지않게 민주당의 상황도 상식적이지는 않다. 공천 적격 심사에서 친명들은 비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통과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현재 민주당의 상황 역시 결코 ‘상식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됐으니,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지금 진행 중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소리를 민주당은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공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유지해야 총선 승리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총선 때마다 공천 잡음이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전직 당 대표들이 탈당해 신당을 만들 정도로 현재 상황이 열악하다는 점을 거대 양당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드는 것은 공당들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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