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내년 총선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모든 총선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내년 총선의 경우, 조금은 특별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성공 여부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임기는 물리적으로 이제 1년 6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체감상으로는 임기가 1년 반 정도 남은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런 언급은, 윤 대통령의 경우, 허니문 시기도 없이 집권 초부터 계속해서 거대 야당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지 못하면, 곧바로 레임덕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승을 거두지 못하는 한, 여소야대 정국이 극복되지는 못할 수 있다. 즉, 승리하더라도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경우, 야권이 다수를 이루는 구도를 깨지는 못할 것이라는 말인데,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는 나은 상황이 되겠지만, 그래도 정권의 앞날은 결코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패배라도 하는 날에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난 총선만큼의 의석 차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조금은 나은 미래를 예상할 수는 있다.

22대 총선이 21대 총선만큼의 의석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21대 총선은 이른바 코로나 팬데믹이 전 지구를 덮치고 있는 상황에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에 국기결집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기결집 효과란, 국민들이 불안함을 느낄 때에는 정부와 국가 원수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지고, 그래서 여당에게 힘을 몰아주는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됨을 의미한다. 내년에 있을 우크라이나 대선에서도 현재의 우크라이나 여권이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영향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탄핵의 영향력 하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아무래도 당시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미지가 당시의 미래통합당에 그대로 투영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당시 여당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생각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21대 총선에서 253개 지역구에서 여야가 득표한 표를 합산했을 때의 격차는 7%p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아주 근소한 격차로 민주당이 승리한 지역이 적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래통합당에게 매우 불리한 지형에서 선거가 치러졌음에도, 이 정도로 격차가 근소했다는 사실은, 국기결집 효과나 탄핵의 영향력이 많이 사라진 시점에서 선거를 치를 경우, 여당도 선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다. 현재를 집권 말기처럼 느끼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고 가정하면, 임기 3년 차에 치르는 선거의 구도를 바꿀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과거 임기 3년 차에 치러진 선거는, 김대중 정부하에서 치러진 16대 총선이 유일하다. 임기 3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권 심판론으로 흐르기 쉽다. 본래 총선은 평가적 요소, 즉 회고형 투표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데, 당시 김대중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었다. 신당 창당을 통해 정권 심판론을 어떻게서든 희석하려고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만큼 임기 3년 차의 선거에서 나타나는 정권 심판론 구도는 바꾸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권자들이 현재 정권을 임기 초중반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임기 중반 이후의 정권이라고 생각할수록, 유권자들의 관심은 ‘미래 권력’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데, 이런 유권자들의 생각을 잘만 이용하면, 선거 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19대 총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대 총선은 이명박 정권 5년 차에 치러진 선거였다. 일반적으로 임기 5년 차에 치르는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레임덕에 빠진 정권이, 정권 심판론 구도를 극복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19대 총선은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여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래 권력인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 중심으로 선거를 치렀기 때문이다. 미래 권력이 전권(全權)을 가지고 선거를 지휘할 경우, 국민들은 총선을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회고형 투표 행태가 전망형 투표 행태로 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권 심판론 성격은 희석된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고해야 할 측면은 바로 이 부분이다. 즉, 미래 권력의 이미지가 강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내세워 선거를 치르면, 회고형 투표를 전망형 투표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 권력이 전면에 나선다고 자동으로 선거 구도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미래 권력이 전권을 가지고 소신껏 선거를 지휘할 수 있도록 현재 권력이 뒤로 빠져줘야 선거 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어느 수준까지 뒤로 빠져줄 수 있는가가 결국 총선 승리 가능성을 점치는데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시험할 수 있는 첫 번째 문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특검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유권자의 눈에는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비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미래 권력이라는 이미지는 사라져, 선거 구도는 정권 심판론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상설 특검법을 통해 특검을 실시한다는 입장을 취한다면, 여론에 호응하는 이미지를 갖게 됨과 동시에, 한 위원장의 정치적 입지가 돋보이게 돼, 선거 구도를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다. 하지만 여론에 의해 움직이는 생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측이 여론에 어느 정도 호응하며 정치를 다룰지,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반대쪽의 의지가 여론에 어떻게 투영되는지에 따라 정치적 결과는 달라진다. 누가 더 여론에 호응할지가 이번 총선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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