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재임 중 지지율 80% 이상을 한 번이라도 돌파한 대통령은 3명뿐이다. 케네디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 그리고 아들 부시 대통령이 그들이다. 이들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를 넘었던 이유는, 무력 분쟁과 관련 깊다. 즉, 걸프 전쟁이나 9.11테러와 같은 무력 분쟁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이런 불안감 때문에 대통령에게 의지하려는 경향, 그러니까 국기 결집 효과가 발생해, 이것이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구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국기 결집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전염병 공포가 엄습했고, 이런 공포로 인해 국기 결집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언급을 하는 이유는, 불안감과 공포가 극대화되지 않는 ‘평상시’에는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없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불만이 정치에 투영되기 위해서는, ‘불만의 공유’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인류의 역사가 증명한다. 과거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고,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에는 불만의 공유가 쉽지 않았다. 교통수단이 없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본의 아니게 ‘고립’될 수밖에 없었고, 인쇄술이 발명되지 않아 문서의 형태로 자신의 생각을 널리 알릴 수도 없었던 시대에는, 불만의 공유가 발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통수단의 발달로 지리적 격리가 극복되고, 인쇄술의 발달로 자신들의 ‘생각의 전달’이 폭넓게 가능해지면서 불만의 공유는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불만의 공유가 발생하자, 집단적 정치 행위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회 운동의 원시적인 형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불만의 공유는 정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와 같은 사회에서는, 불만의 공유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정치적 고관여층의 경우,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불만을 공유하기도 하고, SNS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 혹은 불만 사안을 공유한다. 그런데 정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들의 경우에는, 눈에 띄는 정치적 사건, 예를 들어 선거에서의 참패 등 가시적 현상이 발생하면, ‘막연했던 정치권력에 대한 불만’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불만의 공유를 통한 정치적 행위의 동조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을 언급하는 이유는, 최근 대통령 지지율에 간과하기 힘든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0일에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4.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를 기록했다. 만일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게 된다면, 내년 총선은 ‘정권 심판론’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낮은 지지율이 계속 유지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이유를 분석할 필요가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과 같은 낮은 지지율은, 지난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시 국민의힘이 17%P. 이상의 차이로 참패했다는 점과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무관하지 않다는 뜻이다. 상당수 유권자들이 현 정권에 대해 막연한 불만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선거 참패의 가시화로 인해 자신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동조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런 ‘동조화 현상’은 단순히 불만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불만을 증폭시킨다. 대통령의 새로운 문제점이 불거지지 않았음에도 이렇듯 지지율 하락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게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정치적 상황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된 이유 중의 하나라면, 아마도 길면 2주 혹은 3주 후면 지지율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지율이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30% 중반대의 지지율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45% 이상이면 여당의 승리 가능성이 크지만, 그 이하일 경우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30%대 중반에 갇혀있는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번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와 같이, 민생과 직결되지 않은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민생이 좋아져야, 현재의 체제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이념에 대한 강조도 좋지만, 민생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이념에 대한 강조는, 국민들 마음속에 큰 울림을 만들 수는 없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현 정권이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은 좋은 정책적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의대 정원 확대는 우리 국민들의 생존권과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작은 부분이지만, 정치적 혐오를 불러오는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기로 한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당 혹은 정치인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작은 부분부터 차근차근 고쳐나가면, 언젠가는 정당 이미지가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어떤 정당이 자신의 모습을 바꿀 것인가, 그리고 대통령이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인가가 내년 총선의 승패를 가늠할 것이다. 이제 이들의 행위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정치적 현명함은, 정치인 혹은 정당에 대한 추종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권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서 나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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