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상반기 자기자본 3조원 이하 중소형 증권사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 개선세가 뚜렷했던 대형 증권사와 대조를 이뤘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컸던 곳은 타격이 컸다.

부동산은 하반기에도 증권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부동산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중소형 증권사는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 상반기, 중소형사‧대형사 온도 차 ‘뚜렷’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하 11개 증권사(대신증권‧한화투자증권‧유안타증권‧교보증권‧현대차증권‧하이투자증권‧DB금융투자‧IBK투자증권‧다올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가운데 7곳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반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메리츠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 9곳 중 7곳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대형 증권사들은 차액결제거래(CFD) 미수채권 이슈와 부동산 PF 이슈 등 악재 속에서도 리테일 부문의 약진을 필두로 대부분 성장세를 이어갔다.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서도 다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은 실적 감소 폭이 컸다. 다올투자증권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상반기 당기순이익 282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70% 줄어들었다. 하이투자증권은 291억원으로 54.8% 감소했다.

부동산 침체 영향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불안정이 계속되며 영업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부동산 PF 익스포져와 관련해 상반기 충당금 494억원을 쌓았다.

물론, 모든 중소형 증권사가 부진에 허덕였던 아니다. IBK투자증권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391억원(전년 동기 대비 112.5%↑)을 달성하며 11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상반기 호실적에 관해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WM 부문이 성장했다”며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SME솔루션(small & medium enterprise) 부문은 스팩과 사모펀드(PEF) 보유 종목 평가이익이 발생했고,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과 홀세일(Wholesale)은 금리 하락으로 채권 및 장외파생 평가이익이 발생하면서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 하반기도 키워드는 ‘부동산’…중소형 증권사 부담 커

부동산은 하반기에도 증권사들의 주요 키워드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PF 비중은 여전히 대형 증권사 PF 비중보다 커 하반기에도 살얼음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는 부동산 PF 여신 규모가 2020년 3월 말 기준 약 22조8000억원(자기자본 대비 54%)을 정점으로 2023년 3월 말 기준 약 17조9000억원(자기자본 대비 32%)으로 줄면서 익스포져 부담이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면, 중소형사는 자기자본 대비 양적 익스포져 부담이 여전히 크다”며 “중소형사의 부동산 PF 여신 규모는 규제 강화 이후에도 2020년 3월 말 약 6조3000억원(자기자본 대비 44%)에서 2022년 3월 말 약 9조5000억원(자기자본 대비 51%)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익스포져가 2023년 3월 말 8조2000억원(자기자본 대비 42%)까지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를 비롯한 2금융권 PF 대출의 주요 투자처인 투자용 부동산 시장이 불황이라는 점도 증권사들의 고민거리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제2금융권 PF 대출의 중요한 투자처인 투자용 부동산(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 시장은 수요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며 “투자용 부동산 중 가격 통계에 접근할 수 있는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보면 2022년 하반기에 시작된 가파른 가격 하락세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 책임연구원은 투자용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는 이유로 “높아진 금리 수준으로 인한 수요자의 자금조달력이 저하됐으며, 그간 아파트 매매 규제로 인해 상승하였던 투자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2022년 말 이후의 규제 완화로 인해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로 다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동산금융은 증권사들의 실적에서 중요한 변수”라며 “상대적으로 주기가 긴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단기간 내에 이전과 같은 수익성을 회복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부동산 관련 손익 방어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하반기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