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9일 취임 이후 첫 번째 개각을 단행했습니다. 이번 개각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입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임으로 발탁된 김영호 후보자는 보수층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보수론자로 꼽힙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을 맡다가 이번에 장관으로 영전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김영호 후보자가 지금까지 임명된 역대 통일부 장관 가운데 가장 강성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매파’라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 후보자는 최근 수년간 언론 기고문이나 자신의 유튜브 채널(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구독자 24만명) 영상 등을 통해 북한 체제를 강하게 비판해왔습니다.

그는 2019년 2월 인터넷매체 ‘펜앤드마이크’에 기고한 글에서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북한 전체주의 체제 파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후보자가 북한이 생존권 차원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제 전복’을 직격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또한 그는 같은 해 4월 기고문에서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 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타도를 언급했다는 것도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을 초래할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입니다.

이렇듯 김 후보자의 대북 인식은 ‘체제 전복’에 의한 ‘흡수 통일’을 연상시키는, 다분히 도발적인 발상에 기초해 있습니다. ‘적대국’인 남한의 통일부 수장이 체제 전복을 언급한 것은 북한뿐 아니라 그 어떤 정권이라도 생존권 차원에서 ‘죽기 살기 식’의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향후 이 문제는 남북의 ‘국지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앞서 열거한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은 학자로서 비교적 자유로운 시선으로 북한 문제를 논평했다는 점에서 문제될 것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윤석열 정권의 대북 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 장관 자리에 오르면 ‘개인사’가 국가 중대 이슈로 전환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과거 발언이 향후 대북 정책의 근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제인 것은 그의 ‘북한 제압’ 대북 정책이 윤석열 정권의 기본 통일 정책과 상이하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는 점입니다. 김 후보자의 강경한 대북정책 인식은 ‘흡수통일을 지향하지 않는다’거나 ‘남북 간 모든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해 나간다’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는 현재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업로드를 하며 상당히 활발하게 남북관계 등에 대해 학자로서의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6월 21일 ‘북한 내부 정책 변화 기류,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라는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그가 최근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미중 강대국 간의 ‘관리 매커니즘 정착’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 김 후보자는 “최근의 미국과 중국의 ‘관리’ 국면 전환 시도처럼 남북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김 후보자가 과거 일관되게 주장해온 ‘체제 복속’ 대북 인식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 그가 과거의 강경 일변도와 다르게 남북 관계의 ‘관리’ 모드를 강조한 것은 대통령의 통일부 장관 지명을 미리 알고 그 전에 자신의 과거 대북 강경 발언을 희석시키고 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만한 것을 방어하기 위한 ‘알리바이용’일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이 영상에서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을 ‘미중관계가 대결 갈등 국면이 아니라 관리(Management)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그널’이라고 밝히면서 3가지 요소를 언급했습니다. 첫째는 미중관계가 관리 국면으로 들어가 양국이 합의된 범위 내에서 안정을 도모하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미중 사이의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회피하는 장치를 만들고 세 번째는 관리 체제 아래에서 양국 관계가 경쟁적이면서도 협력적 관계로 가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김 후보자는 남북 관계도 최근의 미중 관계의 ‘관리 체제’와 같은 모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로 연일 도발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미북 회담이 개최돼 남북관계가 안정적 관리 상황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이런 발언은 그가 기존에 주장했던 ‘북한 전체주의 체제 파괴’나 ‘김정은 정권 타도와 북한 자유화’의 시각과는 상호 모순적이고 배치되는 말입니다. 이는 대북인식에 일관성이 결여돼 통일 정책이 오락가락 할 수도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특히 북한이 김 후보자의 대북인식 ‘이중성’을 불신하게 될 가능성이 짙고 이는 남북관계가 관리보다 대결로 갈 가능성을 더 높여주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과거 그의 대북 강경책 언행을 꼬투리 삼아 연평도 포격같은 노골적인 대남 도발을 해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최근 2010년 정찰총국장 시절 천안함 폭침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을 노동당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당 정치국에 복귀시키며 “대남 분야 대응을 강화하려는”(통일부 당국자) 의도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도 남북관계가 관리보다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을 더 높여주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매파적인 대북관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6월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 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습니다.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으며,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된 가짜평화 주장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공산집단’이라거나 ‘침략하려는 적’이라고 지칭하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대결적 대북인식과 김영호 후보자가 주장한 남북관계의 관리형 전환 시도 주장은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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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한이 ‘김정은 체제 타도’를 외친 김영호 후보자를 남북관계 관리 체제를 논의할 맞상대로 인정할지 지극히 부정적입니다. 자칫하면 김 후보자가 혼자서만 ‘남북 관계 관리’를 외치다가 임기를 마치는 불행한 사태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통일부 장관 무용론이 나올 수 있는 배경입니다.

남북관계는 인내를 가지고 신뢰를 회복하는 점진적인 접근만이 양측의 공존을 실현하는 유일한 평화 수단입니다. 대결적이고 폭압적인 인식으로는 민족의 파멸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호기로운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 호혜적 남북관계 발전, 평화적 통일기반 구축’의 3대 통일정책 원칙은 좋습니다.

하지만 이 원칙의 맨 앞부분에는 ‘국민의 안전 보장’이 전제돼야 합니다.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쌍두마차로 북한을 자극하고 타도를 외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그저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게 올바른 대북정책인지 묻고 싶습니다.

파이낸셜투데이 성기노 정치전문기자

파이낸셜투데이 성기노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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