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프라시아 전기 공식 유튜브 캡처
사진=넥슨 프라시아 전기 공식 유튜브 캡처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TL)’. 넥슨의 ‘프라시아 전기’.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 기출시하거나 출시를 앞둔 신작 MMORPG들이 하나같이 강조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심리스(Seamless)’ 월드. 그렇다면 바로 이 심리스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어떠한 ‘층’과 ‘경계선’을 뜻하는 ‘심(Seam)’과 ‘리스(less)’의 합성어인 심리스를 직역하자면 ‘경계가 없다’라는 의미다. 게임 업계에서 통용되는 심리스란,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 데이터를 제공해 별도의 멈춤 없이 플레이가 물 흐르듯이 진행되는 방식을 뜻한다. 수많은 MMORPG들의 표준이 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가 심리스를 지향하는 대표 게임이며, 국산 타이틀 중에서는 펄어비스가 자체 엔진으로 개발한 ‘검은사막’이 있다.

오늘날 심리스와 심심찮게 혼용되는 용어는 이용자들이 자유자재로 거대한 월드맵을 비선형적으로 탐험하는 ‘오픈월드(Open World)’다. 둘은 소위 ‘심리스 오픈월드’로 같이 묶여 구현·표현되는데, 오픈월드와 심리스의 관계와 개념 정립에 있어 의견이 제법 분분하다. 일각에서 둘을 전혀 다른 별도의 개념으로 분류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심리스를 다소 포괄적인 오픈월드의 하위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

손면석 매드엔진 대표. 사진=위메이드
손면석 매드엔진 대표. 사진=위메이드

위메이드와 함께 신작 MMORPG ‘나이트 크로우’를 개발 중인 손면석 매드엔진 대표도 최근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오픈월드와 심리스가 전통적인 개념이랑 다르게 섞여 쓰이는 경향들이 있는데, 저희 게임은 정확히 말씀드리면 ‘존(Zone)’ 방식이다. 그러나 다른 (존 방식의) 게임들에서 경험하지 못한, ‘심리스 아니냐’라는 느낌이 들 정도의 큰 필드를 채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소개된 존 방식은 심리스와 명확하게 반대되는 개념으로 여겨진다. 각기 다른 구역을 개별적으로 마련하는 존 방식은 맵과 맵 이동 시 로딩이 발생, 필요에 따른 구역들을 그때그때 구현하는 만큼 심리스에 비해 ‘최적화’에 강점을 보인다. 이날 손 대표도 최신 그래픽 엔진인 ‘언리얼 엔진5’로 개발되고 있는 ‘나이트 크로우’의 최적화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처럼 방대한 리소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오픈월드 형태의 심리스 게임들은 과거 ‘초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찾아보기 힘들었다. 막대한 개발력이 투자되는 것은 물론, 이를 어느 정도 구현하더라도 필요 사양이 높거나 소위 ‘발적화’ 이슈로 이용자들의 플레이 경험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반대로 존 형태의 게임은 심리스에 쓰이는 리소스를 다른 부분에 투자해 개별적인 구역이나 게임 전반의 퀄리티를 한층 높일 수 있다.

영상=리니지2M 공식 유튜브 캡처
영상=엔씨소프트 리니지2M 공식 유튜브 캡처

오늘날에 이르러 이용자들의 PC·모바일 디바이스 사양들이 상항 평준화되고, 게임 엔진을 포함한 개발 기술력도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보다 많은 오픈월드 형태의 심리스 지향 게임들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 타이틀이 2019년 출시한 엔씨소프트의 원채널 심리스 오픈월드 MMORPG ‘리니지2M’이다.

그렇다면 최근 많은 게임들, 유독 MMORPG 신작들이 심리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라는 MMORPG 본연의 뜻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가상 세계에서 한 명의 구성원이 돼 게임에 몰입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 바로 오픈필드와 심리스라는 설명이다.

이에 쓰론 앤 리버티(TL) 캠프에 속해있는 안종욱 엔씨소프트 PD는 “거대한 하나의 연결된 구조로 만들어진 월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계를 단절시키지 않고 서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게 해주는 토대”라면서 “저희가 월드를 하나의 연결된 구조로 만든 이유는 사람들이 모이고 같이 생활하면서 사회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찾아가는 것이 MMO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TL 개발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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